황인찬

시인

함께 작업하고 싶은 작가 세 명 I 대체 시인과 함께 작업을 해서 어울릴 작가로 누구를 꼽을 수 있을까. 다만 너무 좋아해서 내가 좋을 것 같은 작가들을 꼽을 수는 있겠다. 배수아, 오에 겐자부로, 존 치버. 하지만 협업이 잘될 것 같지는 않고 그냥 내가 그들의 작업을 옆에서 열심히 지켜보고 기록하고 싶을 따름이다. 존 치버는 이미 죽은 사람이지만 못할 건 없겠지.



최근 읽은 가장 흥미로운 책과 구절 I “이상하네, 오늘을 대비해서 수납함을 많이 구입해 두었는데, 그 수납함이 지금 상당한 공간을 잡아먹고 있다. … 수납함을 수납할 수납함이 필요하겠어.” 방금 막 다 읽은 책인데, 일본의 라이트노벨 작가 니시오 이신의 〈바보 이야기〉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정리를 해도 끝이 없어서 쓰레기장처럼 보이는 방을 정리하다 나온 대사인데, 책이 끝없이 쌓여가는 방에서 너무나 내 심정 그 자체라고 생각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개인 시간이 늘어난 시기에 다시금 읽을 만한 대작 I 추천 기회가 오면 언제나 오에 겐자부로의 전작 읽기를 권한다. 고려원에서 출간한 오에 겐자부로 전집은 이제 중고서점에서만 구할 수 있으니 조금 어렵겠지만 그가 은퇴를 선언하며 내놓은 말년 3부작(이것도 고려원에서 출간)과 은퇴를 번복하며 내놓은 말년 3부작을 읽는다면 어떨까. 그의 소설에서는 거대하고 장대한 세계가 개인의 층위로 압축되고 고결하게 느껴질 정도의 에토스와 역겨운 리비도가 뒤섞여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이런 장관을 느끼게 해줄 작가는 내가 알기로는 아무도 없다.



북클럽을 연다면 선정할 책 I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을 같이 읽고 싶다. 길이도 짧고 술술 읽히는 소설인데 이야기의 핵심 사건에 관한 정보가 매우 모호하여 읽는 사람마다 의견이 갈리는 소설이기에, 함께 이야기해볼 부분이 매우 많다. 논의를 시작한다면 이 소설에 대한 견해로 패가 갈리게 될 것이고, 그 토론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좋아하는 감독의 영화를 기다리듯 신작이 나올 때마다 챙겨 보는 작가 I 대체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미 죽었기에 신작을 기다리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오에 겐자부로의 마지막 소설집인 〈만년 양식집〉이 아직도 번역 출간되지 않았다. 그 탓에 원서를 샀는데, 그것도 아직 1부까지만 읽고 멈춰둔 상태다. 번역본 출간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끝까지 읽지 못한 책 I 너무나 많다! 하지만 그중 최고를 꼽으라면 역시 릴케의 소설 〈말테의 수기〉일 것이다. 앞부분만을 몇 번이고 읽었고, 이제 내게 그의 소설은 그 앞부분이 전부인 것만 같다.



책장에 꽂힌 전집 I 김수영, 김춘수, 김종삼, 전봉건, 서정주, 이승훈의 시 전집들이 있다. 시인의 전집은 대체로 두꺼운 책 한 권이나 두 권으로 정리가 되기에 사 모으는 보람이 있다. 시인의 일생의 작업이 한 권으로 정리된다는 것이 어딘가 허탈해지는 면도 있지만.



취향을 과시하는 이른바 ‘커피 테이블 북’ I 어렵고 두꺼운 책들은 왜 다 붉은색 양장본일까. 마르크스의 〈자본론〉, 들뢰즈 & 가타리의 〈천 개의 고원〉, 헤로도토스의 〈역사〉 모두 책장에서 붉은빛을 형형하게 드러내지만 좀처럼 들춰보지는 않는 책들이다.


이거 때문에 사고 빌림

김우창 전집에서 나온 여러 원로 학자분들 대담에서는 오에 겐자부로 저평가 좀 심하길래 그 글들이 좀 재미 없었는데

이 글 보니까 재밌어져서 어제 사오고 빌림

읽어 보니까 재미있네

만엔 원년 -> 홍수 -> 만년양식집 -> 개인적인 체험 -> 등 여러 책들 보지 않을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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