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왜 읽어?'라고 질문해오는 친구들한테

책 골라보라고 하면 뭔 이상한... 책들만 고르더라.


아마도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 선별하는 능력이 부족해서겠지.

그런 똥 같은 책들을 몇 개 봐놓고서는 '책 왜 읽냐'고 하는 친구들 보면 가슴이 아프다.


세상에는 좋은 책도 많지만 안 좋은 책은 그것보다 수십 배 더 많잖아.

『베스트셀러 절대로 읽지 마라』라는 책의 작가는 그런 현실을 꼬집고 있다.


난 독서예찬하는 책들을 좋아하거든. 그런 책들 읽다가 발견했던 책이야.

발췌해 놓았던 몇 개의 문장을 소개할게. 총 열여섯 개의 뭉텅이임.


뭐 여기는 다 독서 고수들만 있어서 책의 내용 자체는 너무 뻔한 얘기일 수도 있지만,
난 신랄하고 매콤하게 쓰인 글들이 취향이라 재미있게 읽었음.

그리고... '책 왜 읽냐'고 물어보는 댄스론자 친구들에게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는 책인 것 같아 공유해 본다.
그럼 즐거운 월요일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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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러분보다 조금 더 오래 살았고, 그러는 동안 조금 더 많은 책을 읽었다. 그 와중에 깨달은 것은 현상을 분석하고 원인을 밝혀 대책으로 결과를 제시하는 책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흔히 얘기하는 자기계발서가 그러하다. 좋은 책이란 가능성과 비슷하다. 이 책이 지금 당장 나한테 필요한지, 당장 쓸모가 있는지 따져보기보다는 이 책을 읽은 후 내 안에서 생겨나는 것들이 기대되는 책이 정말 좋은 책이고, 당장 읽어야 될 책이다. 그것이야말로 인생이 원하는 진짜 처방전이기 때문이다. 과거는 바꿀 수 없어도 미래는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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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세상에서는 '가까운 곳의 타인'이라는 존재가 스트레스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와 너를 비교하게 되고, 그가 내게 던진 의미 없는 한마디 말이 나를 괴롭히는 스트레스가 된다. 그에 비해 책은 '가까운 곳의 타인'이 아닌 '먼 곳의 위대한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들어준다. '먼 곳의 위대한 타인'이란 소크라테스와 괴테 같은 위인을 말한다. 위인의 가르침은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가까운 곳의 타인'이 내 안에서 작아지도록 힘을 보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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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들이 내 안에서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이런 기회는 중도에 독서를 포기한 사람들에겐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온 사람인지, 아니면 중간에 책읽기를 포기한 사람인지는 분위기만 보고도 알 수 있다. 그가 무엇을 읽고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더라도,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은 작은 일에도 적극적이다. 그 모습을 통해 우리는 그가 독서의 길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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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쓰는 어휘만으로도 그 사람의 독서량을 추측할 수 있다. 무심코 꺼낸 화제에서 읽은 책의 깊이가 드러난다. 독서의 총량은 사사로운 대화에서도 숨겨지지 않는다. 그것은 절대로 속일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스스로를 드러내려 하지 않아도 인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그만큼 기회가 늘어나고, 좋은 평가를 받게 된다. 그런 기회와 평가가 우리 인생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어준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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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책에도 '분수'라는 것이 있다. 책의 분수는 그 책을 쓴 작가의 역량이다. 작가라고 해서 모두 동일한 능력, 동일한 운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그 분수에 맞는 진실한 책이 독자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다. 나는 나쁜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겉보기는 그럴 듯하나 속은 텅 빈, 마치 대형마트 수족관에서 보름씩 쫄쫄 굶어 아사 직전인 랍스터 같은 책. 또 대단한 주제가 아님에도 작가 혼자 들떠서 간이라는 간은 다 뿌려댄 책. 후자를 비유하자면 소수의 마니아들이 즐겨 먹는 특제 라면이다. 그래봐야 팜유로 튀겨낸 몸에 안 좋은 인스턴트 라면일 뿐인데 따로 면을 삶아 기름을 빼고 온갖 양념에, 해물에, 고기를 섞어 호화찬란하게 한 상 차려낸다. 하지만 그래봐야 라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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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는 자기생산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는 뇌와 정신을 동원해 책을 읽는다. 문장과 문장,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여백에 개인의 삶에서 추출된 상상력을 대입시킨다. 페이지를 한 장 넘길 때마다 우리 머릿속에서는 본문보다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글들이 쏟아진다. 그 보이지 않는 글을 찾아내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책을 읽는 근본적인 까닭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서는 단순히 읽는 행위가 아니다. 쓰는 행위다. 흔히 텍스트라 불리는 손에 들린 책을 읽으면서 자신의 인생과 앞으로 살아가게 될 세상을 써나가는 행위인 것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문화활동이 감동이라는 소비로 끝나는 것과 다르게 독서의 끝에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생산이 반드시 수행되어야 한다. 많은 이들이 책을 싫어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점에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쌓여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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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위인전을 읽으면서 성공한 그의 삶에 나의 미래를 투영시킨다. 자기계발서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자기계발서는 상당히 문학적이다. 문학적이라는 말은 작가의 글 솜씨가 빼어나다는 뜻이 아니다. 책을 읽어나가는 도중에 수시로 어떤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뜻이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본문에 나오는 문장에 질문을 던지거나, 의심하게 되거나, 비판하게 되거나, 긍정하게 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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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을 읽는 과정에서는 호기심이 생긴다. 그 호기심은 다음 장에서 채워질 수도 있고, 책장을 다 덮은 후에 스스로 만들어내야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정답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다. 뭐가 문제였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좋은 책은 정답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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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이유를 모른다는 것이다. 자기가 왜 불행해졌는지 원인을 모른다. 말로는 돈이 없어서 불행하다. 건강하지 못해서 불행하다. 일하는 동료들 때문에 힘들어서 불행하다 등등 떠들어대지만, 그것은 결과다. 돈이 없는 게 결과이고, 건강하지 못한 것도 결과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것도 결과다. 저래서 나는 돈을 벌지 못했구나, 그래서 나는 건강을 잃게 되었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구나, 라는 원인은 끝내 알지 못한다.

원인을 알게 되면 정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정답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의 자기의지가 다음 고비일 뿐, 원인에 대한 해결책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금방 알 수 있다. 그리고 책은 우리에게 정답이 아닌 원인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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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사람들이 책을 가까이하는 까닭은 책에서 얻어지는 게 많아서다. 왜 같은 책을 읽었는데 그들은 얻는 것이 많고 나는 없는 걸까? 그가 나보다 똑똑해서? 이유는 단 하나, 목표가 있고 없고의 차이다. 그들에겐 책을 읽는 목적이 있다. 자신이 설정해둔 목표에 도달하는 지름길과 원동력을 책에서 찾아내겠다는 의지다. 그에 반해 우리가 책을 읽는 목적은 흐리멍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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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강력히 바라는 목표가 딱히 없다 보니 책이라는 수단에도 특별한 목적이 부여되지 않는다. 남들처럼 되고 싶어서, 혹은 남들이 읽으니까, 이유는 정확히 모르겠는데 사는 게 내 마음 같지 않고 답답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장을 기웃거린다. 그런 이들에게 책은 흰 것은 종이고 까만 것을 글자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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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가 클수록 읽는 책의 수준과 가짓수도 비례해서 늘어난다. 대기업 입사가 꿈인 청년은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 마케팅 관련 노하우,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 공부하는 기술 같은 책을 고를 것이다. 하지만 기업을 창업하는 게 꿈인 청년은 이에 덧붙여 경영, 철학, 예술, 문학까지 두루 섭렵하려 들 것이다. 목표가 크기 때문에 더 많은 책을 만나게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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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쓴 책이 존경받는 이유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독자의 지나친 자기비하를 작가는 철저히 이용한다. 이해되지 않는 글을 쓴 거산으로는 부족해서 '작가론'을 들먹이며 책에 대한 해독서까지 내놓는다. 표현 전달이 미숙한 작가의 글쓰기가 복잡하고 신비로운 천상의 글이 되어 지상의 미천한 독자들을 어지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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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고행의 과정이었다, 머리말을 쓰느라 원고지 수집장을 구겨버렸다, 그 문장 하나를 만드는 데 며칠이 걸렸다는 등의 창작 경험은 사실 책을 읽는 우리들에겐 쓸데없는 이야기다. 책의 내용이나 수준과도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인고의 작품을 우러른다. 세상과 인연을 끊고 몇 년씩 골방에 갇혀 썼다는 소설 앞에서 작가의 고투를 칭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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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작가가 쓴 형편없는 글을 읽어주고, 이해해주고, 때로는 작가 자신도 생각하지 못한 의미를 덧씌워주는 독자의 고행에는 아무런 가치도 부여되지 않는다. 쓰는 것만큼 읽는 것도 어렵다는 점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은 책을 쓰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책의 시작은 저자가 했더라도 책의 완성은 독자의 머릿속에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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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 평소에 쓰는 말이 달라진다. 말투부터 입에서 나오는 표현이 달라지는 것이다. 말이 달라지면 생각이 달라진다. 생각이 달라지면 행동이 달라진다. 행동이 달라지면 생활이 달라지고, 생활이 달라지면 인생이 달라진다. 인생이 달라지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