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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살아있었다면 한국에서의 쇼펜하우어 열풍에 대해 단언코 증오하고 경멸했을 것이다. 그는 철학을 이해하는 방식에 대해 굉장히 완고했고 고집스러운 자세를 견지했다. 


일단 철학자의 저서는 번역을 통해서는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우리 모두 언어 천재가 아니니 이 점은 차치하고라도, 쇼펜하우어는 자신의 철학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세 가지 조건을 내걸었는데 그건 첫째로 힌두 경전인 우파니샤드를 통독하고, 둘째로 플라톤의 철학을 완전히 숙지하고, 셋째로 칸트를 이해해야만 하며, 그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진 후에 가진의 박사논문인 <충족이유율의 네 가지 갈래에 관하여>를 읽어야만 이해를 시작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다행히도 우리는 앞의 모든 조건들은 거의 완벽하게 갖추고 있으나, 정작 쇼펜하우어 철학의 정수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의 완전한 모습은 여전히 이 땅에서는 불가침의 성역으로 남아있다. 그런 그의 눈에 다이제스트 형식의 쇼펜하우어 잡동사니들이 어떻게 보이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