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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버튼을 클릭하게 만든 결정적 단어가 있다. 잘못된 소송. 영어로는Wrongful Life이란다. 라이프 앞에 롱풀 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는게 꽤 어색하다. 잘못된 삶 소송이란 내가 태어난게 잘못된거니 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소송당사자는 태어난지 채 100일이 안되는 아기들이 된다. 물론 부모가 소송을 대리한다. 잘못된 소송을 상상해보면 이렇다.

"엄마,내가 태어난 건 잘못이예요. 소송해주세요"

"그래, 엄마가 소송대리해줄께."

혹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닌 '잘못된 소송'의 이야기는 프롤로그에 위치해있다. 이 책을 구입하신 분들에게 감히 얘기할수 있다.

'잘못된 소송 얘기 때문에 사신거죠?'


'잘못된 소송'이 임팩트에 대해 칭찬했지만,사실 이책은 난이도가 좀 있다. 이는 저자의 직업과도 연관된다. 그는 변호사다. (장애인인 사실은 제쳐둔다.) 글에서 소장 냄새가 난다. 단어들이 소장이나 판결문에 나오는 법률용어같다. 딱딱하다. 읽고 소화시키려면 꽤 에너지가 필요하다.


또한. 일반 에세이는 한편 한편 사이에 쉴틈 이라도 있으나, 이 책은 아니다. 보통 에세이들의 한편 한편을 동산으로 친다면, 독자는 마음에 드는 동산만 올라갔다와도 된다. 근데 이책은 '변론'이란 산 정상이 있고, 증거, 사례, 논리란 능선이 빡세게 들어서 있다.산 정상에 오르려면 이 또한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그러나 초반을 넘어서면 능선을 하나 통과할 때마다 다음이 기대된다. 무슨 변태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그렇다.


1984년 9월 22일자 조선일보에는 한 장애인의 유서가 실렸다.


"그까짓 신경질과 욕설이야 차라리 살아보려는 저의 의지를 다시 한 번 다져보게 해주었습니다. 하지만 도대체 움직일수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않는 서울의 거리는 저의 마지막 발버둥조차 꺾어놓았습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드나들 수 있는 화장실은 어디 한 군데라도 마련해 주셨습니까.


불과 몇십년전에는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은 길거리를 가다가 바지에 오줌을 지려야 했다. 불굴의 의지가 정신을 극복하게 해줄진 모를지언정 오줌을 싸게 해주진 않는 것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건 오줌을 편하게 쌀수 있는 환경이다. 책에서는 이를 오줌권이라 소개한다.

오줌을 싼다는 건 숨쉬는 것처럼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냥 화장실가서 해결해버리면 된다. 숨은 쉬면 되는거고 오줌은 싸면 되는건데 이걸 권리로 격상시킬 여지는 없다. 바로 이 지점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인식의 차이가 벌어진다. 너무나 당연한 것이 그들에게는 요구해야 되는 것이다. 오줌권이란 단어 자체가 나는 발명이라고 생각한다. 비장애인들에게 전혀 권리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그 지점에 발상의 전환을 일으키니 발명이 아니고 무엇인가. 카프카의 '책은 도끼여야 한다네.' 편지 속 구절이 생각 난다. 오줌권이라는 단어, 그리고 이 책은 기꺼이 독자들의 도끼가 된다.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