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동시였다. 버스 사이를 이동하듯 천천히 모닥불 곁을 가로지르던 일고여덟 명의 사내들이 별안간 방향을 바꾸더니 모닥불 주위를 빙 둘러쌌다. 그러고는 어느 쪽이 먼저랄 것도 없이 순식간에 검은 그림자들이 어지러이 뒤얽혀들고 여자 둘이 비명을 지르며 이쪽으로 도망쳐 왔다. 그러자 두 여자는 곧바로 붙잡히고 말았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여자들은 채소 바구니처럼 사내들 여럿의 어깨에 메여 버스 행렬 밖의 어둠 속으로 끌려가버렸다. 갈라진 목소리로 퍼부어대는 여자들의 욕지거리,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비명소리. 그러나 눈 깜짝할 사이에 그 비명을 뒤엎어버리듯 노호와 온갖 소리들이 둑 바로 옆의 버스에서 폭발했다.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집어던진 돌이 버스를 넘어 내 발밑까지 날아들었다. 모닥불 주위의 형세는 어느새 바뀌어 사내 셋이 역습을 가하고 있었다. 노무자 하나가 세 사람한테 끌려들어가 뭔가에 머리를 맞고 비명을 쏟아내며 쓰러졌는데, 발길질을 당해 팔이라도 부러졌는지 강가 자갈밭에서 몸부림을 치며 굴렀다. 몇몇 노무자가 불타오르는 드럼통을 발로 차서 넘어뜨리고, 불이 붙은 나무토막을 휘두르며 세 사내에게 덤벼들었다. 그러나 젊은 세 사내의 움직임은 역시나 민첩하고 거침없었다. 게다가 아무래도 꽤 쓸만한 무기를 손에 들고 있는지 노무자들은 순식간에 후퇴하고 말았다. 노무자들이 이번에는 불로 버스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깨진 창문 틈으로 불붙은 나무토막을 집어던진 것이다. 세 사내에게는 돌을 던지며 공격하기 시작했다. 세 사람도 지지 않고 돌을 던지며 맞섰지만, 이렇게 되면 역시 머릿수 싸움이다. 젊은이들이 슬금슬금 후퇴했고, 이미 그 무렵에는 버스 전체가 습격의 표적이 되었다. 멋대로 가지고 나온 가스레인지...... 불길을 내뿜기 시작한 가스통...... 잇달아 깨져나가는 식기들...... 그러나 강가 깊숙이 끌려간 두 여자, 그리고 맘껏 퍼마실 수 있게 된 청주나 소주의 유혹으로 공격력이 분산되어 파괴력은 백 퍼센트 발휘되지 못했다."
특별하게 화려하지도 않은 문장들 같은데
읽으면서 머릿속에 장면이 그려지는게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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