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랑 <바냐 아저씨> 가 좋았다는 댓글보고 읽기시작한거라 이 두 작품에 기대하고 읽었는데, 의외로 세 자매가 기대를 안하고 읽어서 그런가 괜찮네요. 좋은 부분도 참 많았습니다. 나름 최근 희곡이라, 엄청 어렵지도 않아서 연극보는 느낌이었어요.
투젠바흐 :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는 일들이 갑자기 인생에 있어서 그 무엇 보다 중요해지는 순간이 있지. 별 거 아니라고 예전처럼 웃어넘겨 버리다가는, 어느 사이엔가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고 말지.
아, 이런 얘기는 그만두지. 난 즐거워. 저기 보이는 전나무, 은행나무, 자작나무는 생전 처음 보는 나무처럼 새로워 보여. 마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내가 뭔가를 해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아. 아, 나무들이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다울까. 저런 나무들 아래서 살아가는 인생은 얼마나 아름다울까!
이리나 : (올가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이 모든 게 무엇 때문인지, 무엇을 위해 이런 고통이 있는지, 모두가 알게 될 거야. 그땐 아무런 비밀도 남지 않겠지. 하지만 지금은 살아야 해... 일을 해야지. 오직 일해야 해!
내일 나는 혼자 떠나.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리고 한평생 교직에 내 모든 인생을 바치겠어. 지금은 가을이고 곧 겨울이 오겠지. 눈이 쌓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일하고 또 일할 거야...
올가 : (두 동생을 꼭 껴안으며) 저토록 밝고 씩씩하게 울려 퍼지는 행진곡 소리를 들으니 살고 싶은 욕망이 솟아오르는구나! 오 하느님! 세월이 흘러 우리도 영원히 사라지고 우리를 기억해 줄 사람도 없겠지.
우리 얼굴도 목소리도 그리고 우리가 몇 사람이었는지도 아무도 기억하지 못할 거야. 하지만 우리의 고통은 우리 뒤에 살게 될 사람들을 위한 기쁨으로 변할 것이고, 지상에는 행복과 평화가 찾아올 거야. 그리고 그때가 되면 지금의 우리를 감사의 마음으로 기억해 주겠지.
아, 마사, 이리나, 우리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우린 꿋꿋이 살아가야 돼! 음악이 저렇게도 밝고 기쁘게 울려 퍼지고 있어. 조금만 더 세월이 흐르면 무엇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지, 무엇 때문에 우리가 괴로워하고 있는지 알게 될 것만 같아... 그걸 알 수만 있다면, 그걸 알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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