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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포가 빨라 금방 읽을 수 있었던 건 장점이지만


그 외의 장점을 알지 못하겠다


2003년에 독갤의 아이돌 미시마 유키오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그 해에는 정녕 이 책밖에 상을 줄 책이 없었나


1부는 북두의 권부터 코엔 형제까지 지난 시절의 미디어 컨텐츠가 난잡하게 교접하는 여고생 아이코의 심상을 늘어놓는다. 아이코는 어떤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데 그것은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dc인사이드의 어떤 거대 갤러리가 사람들을 선동해 이런 저런 현실의 소요 사태를 벌인다는 것과 비슷하겠다. 아이코는 이 소요 사태에 편승하여 자신을 노리고 온 여학생에게 망치를 맞는다. 아, 그 여학생은 일전에 아이코가 시덥잖은 이유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죽도록 패준 이쁜 여자애다.


또 세 쌍둥이 아기들의 사지와 목을 잘라 냇가에 전시하듯 방치하고 곁에 '빙글빙글 마인 다녀감' 이라는 쪽지를 놔둔 살인마가 이야기 사이사이에 대화 주제로 등장한다. 또 아이코는 요지라는 남자애를 좋아하는데도 별 관심도 없는 사노라는 남자애와 섹스를 하다 좆같아서 면상을 발로 차고 뛰쳐나왔는데, 다음 날 사노는 실종되고 사노의 집에는 약간 썩은 새끼 발가락과 돈을 보내라는 쪽지가 날아온다. 이게 초반의 서스펜스를 만들다 말다 하는 사건이다


하여튼 정신이 없다. 중요한 건 아이코가 망치를 맞았다는거다


2-1은 북유럽의 목가적인 풍경 끝에 잔혹 동화를 접목시켜, 아이들을 끔찍하게 살해하고 그 사지를 자신에게 접목시키는 괴물이 숨어사는 숲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부에서 아이코의 마음 속에 등장했던 샤스틴이 이번엔 주인공이 되어, 돌아오지 않는 오빠를 찾아 친구들과 괴물이 사는 숲으로 들어간다. 우여곡절 끝에 샤스틴은 먼저 죽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괴물에게 잡아먹히는데 이는 이후 성공적인 결과로 간주된다. 이것이 실제로 일어난 일이며 아이코가 샤스틴에게 빙의되었던 것인지, 아니면 아이코의 내면에 펼쳐진 환상이었는지, 이후에도 아이코는 구분하지 못한다


2-2는 다시 아이코다. 아이코는 망치를 맞고 가사 상태에 빠져 기나긴 미디어 교접 환상을 지나 삼도천에 다다른다. 벼랑을 사이에 두고 갑자기 나타난 사노가 아이코에게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하지만 절벽에 거대한 글씨가 나타나 아이코를 막아세운다. 그건 점쟁이의 도움을 받은 요지였는데 아이코는 불쑥 고백을 해버린다. 요지는 그걸 받아준다는 거짓말을 하지 못하고 아이코는 삼도천에 뛰어든다


2-3은 빙글빙글 마인이 주인공이다. 서른이 다 됐는데 일도 안 하고 부모를 줘패고 몇 년 간에 걸쳐 개와 고양이를 죽여 '빙글빙글 마인 다녀감' 이라는 쪽지를 놔두다 결국은 세 쌍둥이 아기의 사지와 목을 잘라 유기한 인물이다. 그는 위에 언급된 dc인사이드 대형 갤러리에 분탕질을 하고 어머니에게 하이킥을 날리고 어머니가 사온 카레를 먹고 죽은 자기 아버지의 양복을 입고 5천엔을 받아 자기가 죽인 아기의 아버지의 장례식에 간다. 아기의 아버지는 그 날 자살했다. 장례식장에 갔더니 갑자기 머릿속에 여자 목소리가 들리고 장례식장엔 요지와 점쟁이가 있었고 머릿속의 여자는 요지를 부르고 점쟁이가 여자를 알아보자 마인은 도망친다. 그러나 뒤를 바짝 쫓아온 아이코의 오빠 덕분에 그는 7층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3부는 다시 아이코다. 되살아난 아이코는 그 모든 경험을 하나로 이어서 해석하려 시도한다. 우리 모두는 마음 속 괴물을 키운다. 빙글빙글 마인도 나도, 아이들의 사지를 찢어 접목시킨 괴물을 키웠다. 마인은 세 쌍둥이의 사지로 아수라를 만들려 했고, 그 아수라는 세상에 이바지할 것이라 믿었다. 그 믿음이 있다면 마인에게도 좋은 점 한가지는 있었던 셈이 아닐까, 뭐 이런 얘기였다. 아수라 상을 만들고 부수며 자신을 죽여왔다는 승려에 대한 이야기는 괜찮았던 것 같다...




예전에 파우스트라는 계간잡지를 서너권 사모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다 버렸는데. 거기 실렸던 연재의 파편들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가는 역시 마이조 오타로였다


어떤 에반게리온적인 사태에 대항해 쵸후를 지키는 동시에 여름 방학 숙제와 좋아하는 여자아이와의 관계 등을 부단히 신경쓰는 남자 초등학생 히어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둘이 지하철에서 뽀뽀하는데 남자애 뇌가 녹아내리는 그런 묘사가 기억난다. 프리크리 같은 분위기의 이야기였다... 쵸후는 도쿄도 어딘가의 지명인가본데 아수라걸의 배경이기도 하다


당시의 내가 그 이야기를 온전히 이해한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쨌든, 같이 연재됐던 나스 키노코나 사토 유야나 타키모토 타츠히코나 니시오 이신 등의 소설들보다도, 마이조 오타로의 이야기가 나는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런데 거진 20년만에 다시 잡은 마이조 오타로의 소설은 별 감흥이 없구나


확고한 스타일은 있는데 쾌감이 없다. 난잡하여 불쾌한데 가볍기만 하다. 그것들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쾌감이 없다는 것이고, 쾌감이 없기 때문에 그것들은 문제가 된다


그래도 저 남자 초등학생 히어로 이야기는 다시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