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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젊은작가상 시리즈(총집편까지 쓰면 추가함)
https://gall.dcinside.com/m/reading/616522
2024 젊은작가상 총집편[시리즈] 역대 젊작상 총집편 · 2018 젊은작가상 총집편 · 2019 젊은작가상 총집편 · 2020 젊은작가상 : 총집편 · 2021 젊은작가상 총집편(링크 있음) · 2024 젊은작가상 총집편 [시리즈] 20gall.dcinside.com-
지나간 세월에 값을 매길 수 있을까요
특히 그 세월이 고통의 세월이라면
그 고통을 준 대상이 명명백백하다면
그 값은 보상 받아도 되는 걸까요
한 줄 요약
협박 및 공갈은 복수의 이름으로 미화된다
젊작상도 어느덧 4편...... 김남숙의 파주다. 분량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분량만 따지면 공현진이나 김기태보다 더 짧다. 그래봤자 1~2페이지 차이라 또이또이 하지만, '짧다'는 인상은 김기태가 제일 강했고, 공현진, 김남숙 순으로 체감 분량이 나뉜다. 그만큼 김남숙이 내용과 전개 면에선 김기태나 공현진에 비해 알찼다는 거고, 김기태가 제일 뭐가 없었다는 뜻도 된다(...)
기본적으로 복수극의 방관물이다. 그러니까 나(연정)의 동거인(정호)이 과거 괴롭혔던 군대 후임(현철)이 복수하러 온 걸 1년 동안 방관하는 이야기...이다. 요약하면 진짜로 이렇다. 군자의 복수는 10년이 지나도 늦지 않는다고 했지, 복수를 1년 동안 하라는 말은 아니었을 텐데, 과연 현철은 무슨 복수를 한 걸까?
(현철이 정호와 연정 집 앞에서 기다렸던 작중 상황을 이미지화 시켜봤음 - Chat GPT)
정호가 전역한 건 3년 전, 현철은 말만 후임이지 정확히 어느 후임인지 얘기도 안 하고, 작가도 해설도 여자라서 그런지 정호랑 현철의 시간을 정호의 전역에 맞춰 계산하고 있어서 현철이 정확히 정호의 어느 기수 후배인지 아무도 모른다......지만 그냥 적당히 맞후임이라고 하자. 물론 맞후임도 1개월, 3개월, 반년, 1년 맞후임이 군대에 따라 다양하게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걸 기대하기엔 좀 그러니... 넘어가자! 어차피 엄청 중요한 건 아니다. 사소한 디테일에서 괜히 신경 쓰이는... 그런 것일 뿐이다.
어쨌든 정호는 취사병이었고, 후임이었던 현철을 뒤지게 팼었다고 한다. 취사병인데 잘 씻지도 않고, 소금과 설탕을 헷갈리고, 속옷도 안 갈아입어서 매번 갈아입는지 검사도 하고...... 해설은 이를 두고 군에서 가해에 공모하는 남성 연대라고 하는데...... 여기에 현철 잘못이 정녕 없이 오로지 정호가 일방적으로 가혹행위를 일삼아서 그랬냐고 하면...... 정호의 언급을 사실이라 두고 본다면(사실 사실이라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군대 증언은 웬만해서 과장이 있을지언정 틀린 말은 없다...) 현철의 과실이 없는 것도 아니다. 특히 군대는 다 큰 성인들끼리 모여 집단 생활하는 곳이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아, 물론 정호가 잘했다는 건 아니다. 그렇게 팼으면 군생활 시절 찔려서 군기교육대 가도 할 말이 없었다. 현철이 계급장 떼고 한 판 붙자든지, 3년이 지난 지금에 찾아와서 정호를 찾아와 두들겨 팬다면 폭력-폭력 대응에 따라 현철의 복수가 그렇게 거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문제는 복수의 행위가 공갈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물론 의미는 분명하다. 현철에겐 정호의 가혹행위로 잃어버리고 고통받았던 세월에 대한 형식적이 보상이다. 현철은 전역하고 나니 그렇게 고통스러웠던 게 아무것도 아니게 됐다는 허무함에 휩싸였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다음에도 이런 일에 똑같이 넘어갈 것 같아서 굳이 정호에게 복수하러 찾아온 것이다. 그러니 정호에 대한 복수도 1년 동안 매달 100만원 입금이라는 형태의 공갈로 이뤄졌다. 이렇게 보면 나름 현철의 복수가 정당성을 갖췄다고 할 수 있지만......
공갈한 시점에서 현철도 정호랑 다를 바 없는 사람 아닌가?
왜 그렇게 현철을 연정의 시선에서 미화하고 긍정하지 못해서 안달이지?
아, 이러한 공격적인 의문이 곧 현철이 그냥 꾹 참고 호구처럼 살라거나, 진정한 용서를 이루라거나 하는 말은 아니다. 현철의 복수가 정당성을 갖춘 것, 그 내부 논리가 성립하는 건 인정한다. 내가 진짜 의문을 갖는 건 똑같이 가해자로 전락한 현철은 옳고, 가해자에서 피해자가 된 정호는 그른가? 라는 의문이다.
현철과 정호의 대립은 이 소설의 아주아주아주 뚜렷하고 중요한 이항 대립인데, 정호는 놀라울 정도로 이 작품에서 긍정할 구석이 단 하나도 없는 존재로 나온다. 동거인에겐 막말하고, 현철에게도 마찬가지며, 자기 이익밖에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에,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냥 대놓고 악인이고 나쁜 놈이에요~ 라고 광고하는 수준이다.
그에 반에 현철은 자기 삶에 대해 고민하고, 그 허무의 세월을 이겨낼 방안을 고안했으며, 그 이후의 삶 역시 고민하고 그를 위해 열심히 삶을 개척하는 인물로 긍정된다. 작품 초반부, 일산에서 현철을 그리워하는 연정의 묘사는 거의 전 애인 추억하는 수준이고, 후반에 현철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면서도 연정이 그대로 정호 차버리고 현철에게 가도 이상할 게 없는 수준으로 현철을 긍정하고 정호는 부정하고 혐오한다.
굉장히 단순하고 명료한 대립 구조에 연정이란 제삼자가 가지는 위치 또한 이 작품에서 특기할 만한 점이다. 연정은 정호의 동거인이지만 이 관계가 어떠한 종류인지 일말의 서술조차 없다. 왜 정호랑 동거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결말에 정호에게 실망한 나머지 따로 떨어져 살기로 한 것도 아니고, 실망은 실망대로 하지만 정호를 따라 일산에 동거하며 정호가 얘기해주지 않은 현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면서 그를 혐오하고 미워하는 엔딩은...... 나중에 약속의 10년을 위한 빌드업이란 걸까?
사실 연정이 현철에게 호감을 갖는 이유는 외적으로는 현철이 프로타고니스트고, 정호가 안타고니스트기 때문이겠지만, 내적으로는 현철의 복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안심하고 현철을 동정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정호가 복수당하든 말든 알빠노다. 현철이 막말로 연정에게까지 연대 책임을 물리려고 했다면 연정이 현철을 그렇게 긍정할 수 있었을까? 절대 아니다. 자기에겐 전혀 책임이 부과되지 않았으니까, 정호랑 동거하지만 자기는 완벽한 타인이니까 정호는 맘놓고 혐오하고 미워하는 반면 현철은 무조건에 가까울 정도로 긍정할 수 있는 것이다.
굉장히 기만적이다. 정호와 동거하는 이유를 알려주지 않는 건 '왜' 동거하는지 알리는 순간 정호를 완전히 악인으로 둘 수 없어지기 때문일까? 잘 모르겠다. 물론 상징적으로 보면 정호는 기존의 관계, 정체성, 사회, 곧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가진 것이라 이에 대해 연정은 점차 소모되고 지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그때 나타난 게 바로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마모되고 소모된 세월에 대해 보상을 논하는 현철이었으니, 새로운 관계, 정체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현철을 긍정한 것이라고... 뭐, 그렇게 머리로는 생각하고 있다.
연정 본인의 서사, 곧 논술 학원에서 가르치는 아이들이 싫은 것, 정호가 자기에게 무신경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것에 불만인 것... 그런 것들도 솔직히 정호와의 관계가 제대로 설명이 안 된 상황에서 뭘 어떻게 판단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그렇게 나쁜 놈이면 왜 안 헤어지는 것이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놈이면 왜 그렇게 나쁘게 묘사했는지. 정호도 100만원 부담을 연정에게 나누지 않는 것에서 둘의 관계가 도대체 무슨 관계인지 더더욱 미궁에 빠졌지만...... 작품이 강조하는 건 정호는 나쁜 놈이고 현철은 좋은 놈, 연정은 그 사이(도 아니지만 일단 작가는 그렇게 두고 싶어하는 듯하니)에서 고민하는 년...
이런 의문의 본질은 김멜라 단편이랑 동일하다. 김멜라의 이응도 이응 없이는 성립 불가능한 세계를 그리면서 스스로 모순을 보여줬듯이... 김남숙의 파주 역시 현철의 복수로 성립되는 주제의식이지만, 동시에 그 복수로 인해 주제의식이 무너졌다고 생각한다. 왜 이응인지, 왜 공갈인지 암만 설명하면 뭐하는가? 그걸 어설프게 뒷받치려는 모든 묘사가 다 주제의식을 망치는 악수가 되었다.
뭐...... 현철은 덕분에 고소도 안 당하고 1,200만원 여행 자금 달달하게 챙겼으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아님 말고.
p.s. 내가 법알못이라 그런데 현철이 공갈한 시점에서 정호가 고소하면 정호가 유리한 거 아닌가? 물론 정호 입장에선 그런 거 휘말리는 것 자체가 엄청 피로하고 귀찮고 오타쿠씹덕새키한테 그런 일을 겪는 것 자체가 수치스러운 일일 테니 안 하기야 하겠다만(이런 점에서 정호는 정말 3류 스테레오 타입 빌런이다)...
p.s.2. 쓸데없이 포켓몬 고 고증이 된 걸로 봐서 작가가 포켓몬 고를 했거나 정말 열심히 한 지인을 곁에 둔 게 틀림없다.
ㄳ
유웰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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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노트 보면 대강 어렴픗이 이해는 할 수 있는데 그럴수록 더더욱 저 공갈을 이해하기 힘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