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독서(공부)란게 물질적인 조건으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카페 알바하고 있을 때는 한 달 동안 80페이지도 겨우 읽었었는데, 일 그만두고 도서관 가니까 걍 3일만에 다 읽어버리네
이해도 훨씬 잘 되고
기분이 묘했다. 뭣보다 책 내용이 정신적인 것과 물질적인 것의 거짓 구분을 비판하는 마르크스주의에 관한 내용이라서 더 와닿았던 것도 있는듯...
여기서 이 책의 전체 내용을 요약하거나 하는 건 좀 무리인듯 싶다. 내 깜냥도 모자라고.
크게 느낀 점은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맑스주의에 대한 비판들, 예컨대 맑스주의를 프롤레타리아의 혁명, 소비에트 연방, 자본주의를 배척하고 공산주의를 주장하는 이론 등으로 환원시킨 다음에 이루어지는 거의 조롱에 가까운 비판들은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맑스주의는 그렇게 허약하고 독단적인 이론도 아니거니와, 설령 '속류화된 맑스주의'가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하더라도 '맑스' 자체는 그것을 넘어선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울 수 있었다.
이 책에서는 문화분석, 사회분석에서 흔히 사용되는 개념, 용어들(문화, 이데올로기, 헤게모니, 생산력 등)을 그 기원에로 파고들어가 그같은 개념들이 어떻게 역사적으로 변화하고 또 사용되었는지 파악한다. 그를 통해 우리에게 자명한 것으로 주어진 개념들을 해체시키고 진정한 맑스주의적 관점이 무엇인지를 드러낸다.
아래의 인용문은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문화적 유물론'이 지향하는 바의 정수를 담고 있다.
속류 맑스주의에 존재했던 오래된 오해, 즉 토대vs상부구조(그리고 이것의 변주인 사회vs개인, 형식vs창조, 물질vs정신 등등)의 거짓 대립을 해체시키고 진정한 사회적 생산과정을 강조하고 있다.
헤겔의 말처럼 인간은 노동을 통해 세계를 파악한다. 이때 세계는 내가 함부로 변형시킬 수 있는 유동적인 것이 아니라 단단한 '타자-대상'이다. 우리는 그 같은 타자-대상을 노동을 통해 천천히 변화시키고 또 거기에 나의 정신을 새겨넣는다.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세계를 알아가고, 또 인간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다시 말해 역사를 만든다.
언어, 문학을 비롯한 모든 유무형의 행위는 그런 의미에서 노동이다.
뭐 대충 이런 식으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했다. 100퍼센트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분명 오독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다만 현재 수준에서는 딱히 모순되는 점은 못 느꼈기에 만족한다.
이 책은 사전에 가깝다. 한 번 읽고 끝이 아니라 어떤 개념에 막혀 혼란스러울 때 두고두고 꺼내 읽어볼 가치가 있다.
잡설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제자인 테리 이글턴의 <유물론>과 병행독서했는데 상당히 겹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테리 이글턴 자신은 윌리엄스로부터 거리를 두려고 하지만 넓게 보면 윌리엄스의 자장에 속하는 것으로 보인다. 둘의 차이점이 있다면, 이글턴이 재치, 재기가 넘치는 학자라면, 윌리엄스는 훨씬 진지한 학자라는 것? 좋은 연구자로 본받아야 할 쪽은 필시 윌리엄스일 터이다.
글 잘 읽었다, 혹시 레이먼드 윌리엄스의 키워드도 읽어봤니????
지금 사놓고 조금 읽어봤음 조금 더 사전같은 느낌이 강한데, 아주 맑스주의적으로 뛰어난 사전이라고 해야할까
감사감사 나도 이거 언제 함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