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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후기를 보니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와 지옥의 묵시록에 관한 책만 10권 가까이 읽었다. 베트남 전쟁이 미국에서 재현되는 방식에 그만큼 진지하게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첩보물 요소가 있지만 대체로 문화 비평이 많이 쓰여진 책이다. <암흑의 핵심> 처럼 식민주의의 어두운 기억을 탐사한다.
소설은 사이공이 함락하면서 시작한다. 주인공과 동료들은 베트남을 탈출해서 미국으로 향하는 난민이 된다. 보트 피플. 작가는 베트남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의 자본주의에서 성장했다. 주인공은 정체성에 대해 격렬하게 갈등한다.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시리즈물에 대한 소식을 접하면서였다. 동조자Sympathizer 라는 제목이 비범하게 느껴졌다. 이런 경우 우리에게 익숙한 단어는 스파이, 첩자, 부역자 등이다. 말하자면 이 소설은 우리가 친일파나 빨 갱이라고 부르는 종류의 단순한 이분법적 갈등을 다루지 않는다. 동조자라는 말은 무언가에 동정심을 느끼게된 사람처럼 들린다. 어떤 이념 혹은 어떤 사람에게. 좀 더 감정적인 느낌이고 모호하다. 동조자는 나쁜 사람인가? 주인공이 어딘가에 동조되어 있지만 그 대상은 주인공과 동조하지 않는다. 소설은 이런 식으로 경계를 허물고 식민지배자와 탈식민주의를 상호지시한다.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영화 제작 현장으로 파견을 나가는 에피소드이다. 주인공은 아마 프란시스 코폴라로 보이는 '작가주의 감독'과 함께 베트남 전쟁을 다룬 영화의 기이한 컨설턴트 임무를 맡는다. 영화 속 베트남인들의 사실 고증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 공산주의화된 조국의 자유주의 해방을 도모하는 친미성향의 베트남인 공동체에 잠입해 있는 상황이므로, 그런 영화의 제작에 가담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묘사되는 모멸감과 갈등이 작가가 미국에서 성장하는 동안 재현물로서 접하게 된 베트남에 대해 느끼는 감정들이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식의 이중적이고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상태가 소설 내내 드리워진다.
번역자의 열성적인 주석풀이에도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있는 책이 아니다. 번역자의 한숨이 느껴지는(?) 어두운 유머와 미국 문화를 재검토하기 위해 등장하는 인용들 그리고 긴, 정말 긴 문장들이 많다. 영화로 치면 롱테이크다. 어떤 문장은 그 자체가 문단이 되어 한 페이지를 넘어간다. 뒤로갈수록 초현실적이고 정신적인 영역으로 들어가는데 난해하게 느껴졌다.
경어체로 쓰여진 자술서라는 형식 때문에 그나마 친밀하게 읽는 것이 가능했다. 인간실격이 연상됐다. 이 소설은 결말부까지 사상검증과 자아비판을 받는 죄수가 쓴 자술서 형식이다. 일종의 편지라고도 말할 수 있다. 쓰여진 글이 진실인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전제된다.
박찬욱 감독이 일부 에피소드를 연출했다는 드라마가 현재 북미에서는 릴리즈된 것으로 보인다. 장르적인 요소가 강하지 않아서 TV 드라마로 만들려면 섬세한 각색이 필요했을 것이다. 궁금하다. 생각해보면 리틀 드러머 걸 때도 첩보를 예술가의 창작 과정처럼 그렸는데 그런 점에서 동조자는 비슷한 결이 있다.
미국은 유럽에서 승리했고 한국에서 절반만 승리했고 베트남에서는 졌다. 절반만 승리한 덕분에 우리나라 역시 치열한 이념 대립과 미시적으로는 그로인한 정체성 분열 역시 존재한다. 한국 독자로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책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켄 번스는 <베트남 전쟁> 1부에서 이렇게 묻는다. ‘애국자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 책에서...
그런 다음, 즉 구타, 욕설, 물고문을 가한 후에 빈의 얼굴에서 젖은 천이 풀리며 제임스 윤이 드러날 예정이었는데, 그는 이것이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탈 최고의 기회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는 순식 간에 사라지는 동양인으로서 전에도 여러 번 화면에서 없어졌지만, 일찍이 이런 고통, 이런 숭고함을 갖춘 죽음은 경험하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밤 우리 호텔의 바에서 그가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어디 보자. 로버트 미첨한테 손가락 관절에 끼우는 브라스 너클로 죽도록 맞은 적도 있고, 어니스트 보그나인한테 등을 칼로 찔린 적도, 프랭크 시나트라가 쏜 총에 머리를 맞은 적도, 제임스 코번한테 목 졸려 죽은 적도, 자네는 모르는 어떤 성격파 배우한테 목이 매달린 적도, 또 다른 성격파 배우한테 초고층 빌딩에서 내던져진 적도, 체펠린 비행선의 창문 밖으로 밀쳐진 적도, 중국인 갱단에 의해 세탁물 포대에 쑤셔 박혀 허드슨강에 떨어뜨려진 적도 있었어. 아, 맞다. 한 무리의 일본인들한테 배가 갈린 적도 있네. 모두 순식간에 벌어진 죽음이었어. 내 분량은 기껏해야 몇 초에 불과했고, 가끔씩은 그마저도 빠듯했지. 그렇지만 이번에는 바로 이 순간, 그는 막 왕관을 쓴 미인 대회 여왕 같은 아찔한 미소를 스스럼없이 지어 보였습니다. - 나를 죽이려면 시간이 엄청 오래 걸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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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운이 좋았지 유럽 애들 부터 미국애들 까지 참전 다 반대했는 데 대통령이 강행해서 산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