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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카프카의 성을 다 읽었는데
단편을 읽을 땐
키프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의 파편들만 조금씩 엿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으나
약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을 읽고 나니
읽는 과정에서 거대한 패턴들이 숨어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고, 그것들을 어느정도 형상화할 수 있게 되었다.
대표적인 관점 중 하나는 '역설적 역전'이다
(논문 뒤지지 마라, 방금 만들어낸 말이다)
역설적 역전이란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실을 그 정 반대로, 역설적으로 서술해냄으로써 관계의 역전을 일으키는 카프카적인 서술 방법의 하나다.
이러한 역설적 역전은 그의 여러 작품들에서 광범위하게 드러난다.
강력한 인상을 남겼던 2가지만 짚어보자면
첫째로 <소송>에서 죄와 죄인의 역전이 있다.
작중 초반에 요제프 K는 스스로 죄가 없다고 단정하나
체포되고 소송이 진행되며 자기자신을 의심하며
그러한 과정의 끝내 형을 집행받고 죽게 된다.
죄가 죄인을 낳는 것이 아닌
죄인이 죄를 낳게 되는 것이다.
둘째로 <법 앞에서>의 길과 통행의 역전이 있다.
시골 사람이 법으로 가기 위한 길은 명백히 주어진다.
통행은 길이 주어진 다음 '허락'의 문제이다.
그러나 <법 앞에서>는
통행이 불가능한 게 먼저고, 길이 그 다음이다.
(불명확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만큼 해석하기가 어렵다, 역설적 역전의 변용 정도로 생각해두자)
이제 이 글에서 중점으로 다룰 작품인 <성>에서 드러나는 역설적 역전을 살펴보자
대개, 하인은 관리를 모시니, 하인이 관리보다직급이 더 낫다고 생각하나, 실제로는 관리보다 그 하인이 직급이 더 높다는 말이 소설에서 여러 번 등장하는 점(그것도 어느정도 확신하는 어투로)이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
면장과 그 아내 부분에서도 드러나고
브룬스비크와 한스 어머니에서도 어느정도 보인다
이러한 역설적 역전은 작품의 핵심적인 내용에 대한 일종의 암시로 보이며.
난 그게 "성과 마을의 역설적 역전"이라고 생각한다.
성은 철저한 관료 집단이며, 마을은 거기에 복종하는 노예이자 하인이라고 우린 당연하게 여긴다.
그러나 세세히 뜯어보면 성은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 극히 제한되어 있고, 높은 관료들과의 만남은 그들이 원하지 않는 한 불가능할 정도로 폐쇄적이고, 성을 대표하는 클람은 볼 때마다 모습이 달라지고, 길은 그때그때 달라질 정도로 모호하며, 결정적으로 작품에서 "성이 발휘하는 직접적 권력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이상한 절차를 가지고 있어 일이 집행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는 공허함"을 지니고 있다.
바르나바스의 가족이 몰락한 것도 사실 (소설에서 묘사되는 바에 따르면) 성과는 아무런 연관 없는 마을 사람들의 행동에 의한 결과이다.
실제로 성은 무수하게 중심으로 등장하지만
중심으로 확정하는 일은 불가능하며, 소설 초반부에 나오듯 길은 끊임없이 옆으로 휘어버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을이 성보다 우위에 자리한다 해도 상관이 없다.
그럼 마을이 역설적 역전을 통해 성보다 우위에 선다면 이것은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가?
난 이러한 역설적 역전은 기본적으로 "신의 죽음"을 드러내기 위해서 사용되었다고 생각한다.
클람은 마치 신처럼 소설에서 묘사된다.
(거슬리는 것들을 일단 모두 치우는 비서 에어랑어, 책을 읽으며 말하는 것들을 마치 잠언을 적듯 받아적는 서기, 볼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 심지어 그것이 개개인의 감정과 생각이 반영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클람과 마을 사람들간의 역설적 역전은
사실 더 힘이 있는 존재는 '인간'이라는, 클람은 그저 믿음으로 이루어진 허상일 뿐이라는 인식을 내포하고 있다.
정리하면
카프카 문학에서 나타나는 역설적 역전은 그의 장편 소설 <성>에서 신을 파괴하려는 도구로써 사용되었다.
정도
다른 패턴들도 구체화되면 올려보겠음
- dc official App
소송에 젤 유명한 역전은 죄와 죄인의 역전이 아닐까 함. 죄의 증거를 통해 죄를 인정하는게 아니라 선고부터 받고 스스로 의심하다 증거를 찾으며 안달내고 결국 죄인이라고까지 인정하고 마는 거지.
아 그러네 사실 소송 분석은 아직 잘 안됨 - dc App
꽤나 좋은 어휘 설정이라 생각함 두고두고 카프카 얘기할 때 써야겠다 역설적 역전
사실 역설적 역전은 너무나 장치적인 개념이고 <성>의 핵심적 해석은 좀 더 나아가야 할 듯, K의 존재성이 가장 문제고, 그 다음으로 프리다 - dc App
역설적 역전 예시 수정 좀 해야겠다 하여간 감사 - dc App
<불타버린 지도>가 딱 그런 역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소설임
아베코보
카프카가 정말 영향력으론 가히 원탑이긴 한듯 - dc App
실존주의가 비슷한 느낌이긴 하제
재밌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카프카의 구조주의적 독해가 될 것 같은데. 들뢰즈 적으로 보면 죄가 있기 때문에 죄인이 있는게 아니라 죄와 죄인의 규정이 동시적으로 발명되는 거지. 알튀세르적으로 보면 형법체계라는 구조가 죄인을 호명한다고 볼 수도 있고. 성과 마을의 역전은 보다 들뢰즈적인 독해가 가능한데 성을 중심, 마을을 주변부로 보면 존재는 중심없이 차이만이 있고 중심(동일성, 존재규정이라고도 부를 수 있음)은 차이에 의한 효과에 불과함. 그러니까 성이라는 건 마을이 있음으로 작동하는 허깨비에 지나지 않음. 그런 의미에서 성에서 나타나는 모호함, 변화하는 모습이 진짜고 존재의 고정성이 허깨비인거지. 쨋든 난 읽을 때 ㅈㄴ 졸려서 별 생각 없었는데 역전이라는 아이디어는 참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