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겨지거나 찢어지는 걸 좋아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때가 타는건 익숙하면서도 야속해요.

정겹고도 때묻은 책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죠.

또한, 누군가로부터 물려받은 책에서는 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어요.


찐득하게 눌러붙은 믹스 커피향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침냄새
매케한 담배향과, 가벼운 필기들
비릿하게 느껴지는 바다의 소금기
물 때문인지 일렁이는 책
대문짝만하게 써있는 이름과

냄새, 그냥 아버지의 냄새


책은 쓴 사람을 나타낼 뿐 아니라
읽은 사람도 나타내는 것 같아요.

나는 나의 책에서 어떤 족적을 남길까요.
또, 나의 자식들은 무엇을 남기련지,

궁금함이 머리 끝에서 넘실거리지만,
전인미답. 뭐, 별수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