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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이 퓰리처상을 받을까?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들은 또 어떤 글을 칭송할까? 퓰리처 수상자들 사이에서조차 작가들의 작가로 여겨지는 저술가, 존 맥피는 바로 그런 작가다. 그의 저술 활동은 수십년 간 이어져왔으나 한국에 번역서는 몇 없다. 다행히도 그의 역작은 번역되어있었다. 그의 저서 중에서도 제일 두꺼운 책. 퓰리처상을 받은 960p짜리 벽돌 책. 존 맥피의 역작인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지질학에 관한 장대한 에세이이다. 이 거대한 교향곡을 이루는 음들은 오직 돌과 땅과 산 뿐이다.
"만약 헤드라이트와 휠캡과 브레이크 드럼과 라디에이터를 보면, '아, 자동자 부품이구나' 하고 말하겠죠. 하지만 그 부품들이 조립되어 있는 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 그 부품들을 서로 연결 지을 수 없을 거예요.“
지질학이 간직한 이야기는 아름답지만 복잡하다. 뚜렷한 모습을 갖고 있지만 생소하게 느껴진다. 그는 그 지층을 눈으로 살피고 손으로 더듬고 발로 내딛어가며 조금씩 사실들을 채취한다. 삭막하게만 보이는 암석의 풍요 사이에서 인간의 발길이 드러난다. 존 맥피의 글솜씨이다. 그럼에도 돌과 땅과 산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이야기는 비중이 적다. 인간의 발자국은 억겁의 시간 속에 한 찰나조차 채우지 못한다. 이 책은 여전히 인간 이전 세계에 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교향곡 같은 차분한 리듬으로 글을 전개한다. 지질학이라는 생소하고 밋밋한, 재미없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글의 템포는 인간의 움직임과 맞닿아있어 술술 읽힌다. 지질학자의 눈으로 볼 수 있고, 지질학자의 발로 거닐 수 있으며, 그들의 손으로 캘 수 있는 부분만을 묘사한다. 그 미시적 움직임 속에서 46억년 동안 벌어진 이 거대한 땅들의 출렁임, 그 지구적 파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실재로써의 땅의 리듬은 거칠다. 그러나 존 맥피의 리듬은 차분하다. 누구의 말마따마, 그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다. 땅의 움직임처럼 느리지만 격렬하게, 그리고 암석처럼 단단하고 확실하게 글을 전개한다. 지구의 시간은 글쓰기의 압력을 받아 보석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글로 변형된다. 존 맥피가 써낸 암석들의 교향곡은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산꼭대기에 서서 주위 산맥들이, 대륙이, 바다가 마치 동물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내가 서 있는 산 자체가 굉음을 내며 회전한다. 풍경이 바뀐다. 해와 달이 자리를 바꾸고, 곧 시야의 회전이 멈춘다. 바다로 이어지는 강줄기가 보인다. 강줄기가 갈라놓은 양 옆의 땅이 진동한다. 왼쪽 지각은 위로, 아래쪽 지각은 아래로 휘며 양쪽 땅이 하나로 합쳐진다. 땅의 파도가 격렬하게 지형을 바꾸는 도중 땅줄기가 위로 솟아올라 산맥을 형성한다. 산맥은 다시 진동하며 구불구불 변형된다. 땅이 갈라지고 파편들이 바다 너머로 사라진다. 빈 바다 밑에서 거대한 지각판이 올라오고 바닷물을 밀어내 평지를 만들어낸다. 거대한 대륙은 기울어져 바닷물을 다시 불러모으고, 땅의 파도가 부서진다. 46억 년의 타임리프가 인간의 시야 속에 펼쳐진다. 어느 한 순간 무척이나 익숙한 풍경이 보인다. 현재의 모습과 닮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거의 어느 시점이다. 영화는 다시 재생되고 생소한 풍경을 되풀이한다. 그리하여 우리의 지금으로 시간을 옮긴다.
인간이 없어도 땅은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이 없다면 땅의 모습은 인식되지 않는다. 인식의 세계에서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존 맥피는 이 땅의 연대기 속에, 만물의 본질을 가늠해보려 부단히도 애써온 인간의 연대기를 포함시킨다. 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질학을 이해해야 하고, 지질학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만물을 가늠해보려는 인간의 본성과 그 어려움을 이해해야 한다.
“과학은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공정한 것이 아니에요. 사람들이 매력적인 웅변가에게 영향을 받듯이, 과학도 훌륭하고 논리적인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요. 이 지대가 다른 곳에서 유래한 아주 작거나 아주 큰 땅덩어리들이 대륙에 합쳐지면서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매력적이에요. 그러나 뚜렷한 봉합선이 없는 지진선을 얻어다는 사실은 실제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궁금하게 만들죠. 데본기와 타코낙산맥의 봉합선들은 다 어디에 있는 걸까요? 단순히 알아보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사실 스러스트 단층이 일어난 암반일까요?”
결국 지질학은 지질학자들의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바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그들이기에. 존은 개성 있는 지질학자들과 동행하며 미국 본토를 종으로 횡으로, 위로 아래로 가로지른다. 지질학자들은 거대한 바위를 관찰하며, 산맥, 대륙 전체를 가늠해보는가 하면 현미경으로 미생물 이빨 화석을 관찰하고, 화학처리 여과 과정을 거쳐 한 꼬집 남은 미세한 시료를 분석하기도 한다. 지질학의 규모는 방대하다.
“그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들조차 자신들의 말이 이치에 맞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그들의 목적은 시도에 있다.”
느릿느릿 진행되다 뜬금없는 풍경을 비추고 시점을 뒤바꿔버리는 이야기는 어느 지점에서 거대한 충돌을 일으킨다. 지구적 시야에서는 작은 어긋남에 불과한 찰나의 사건. 지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대지진에 대한 르포는 나지막한 충격을 전해준다. 돌과 땅과 산의 이야기 속에서 인간의 희노애락은 이렇게 끝이 난다. 그리고 지질학에 관한 이야기는 다시 이어진다.
“내가 오류에서 발견으로, 그리고 다시 오류로 휘청거리며 나아가는 과학을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것은 처음이 아니다. ... 그것이 과학의 특성이에요. 지질학도 확실히 예외는 아니죠.”
<이전 세계의 연대기>는 산맥 깊숙히 자리 잡은 금과 석유의 위치, 지구 반대편을 연결하는 단층의 형태, 지구의 시간과 대륙의 여정을 가늠케 하는 화석 자료, 산맥의 방향과 역사, 지구 속 내핵의 정체까지 밝혀내려는 지질학의 연대기이며, 지질학과 지질학자를 경유해 이 땅의 이야기를 가늠해보려는, 존 맥피라는 개인의 애정이 20년 동안 축적된 하나의 거대한 시도이다. 강산을 바꾸기에 10년은 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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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추가되서 다섯권 합본임
돌땅산 돌땅산 그 책이네
두달동안 돌땅산 돌땅산 주구장창 읽었다 힘들었다 진짜..
잘 읽었음 과학은 이성적이고 객관적이라 생각했는데 '과학도 훌륭하고 논리적인 이야기에 영향을 받아요.' 이 말이 되게 신선했음 글도 잘 쓰고 책도 재밌어 보이네 굿굿
논픽션 걸작들도 읽어봐야되는데... 잘 읽었음
퓰리처상 수상작들도 스타일이나 주제가 엄청 다양하고 다 개성있어서 암거나 픽해서 읽을 가치 충분한거 같음
존 맥피는 다시 태어나면 저렇게 살고 싶다고 꼭 꼽는 작가중 하나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