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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양파는 뭔가 다르다
양파에겐 '속'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양파다움에 가장 충실한,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완전한 양파 그 자체이다
껍질에서부터 뿌리 구석구석까지
속속들이 순수하게 양파스럽다
+그러므로 양파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스스로의 내면을 용감하게 드러내 보일 수 있다

우리는 피부 속 어딘가에
감히 끄집어낼 수 없는 야생구역을 감추고 있다
우리의 내부, 저 깊숙한 곳에 자리한 지옥,
저주받은 해부의 공간을
하지만 양파 안에는 오직 양파만 있을 뿐
비비 꼬인 내장 따윈 찾아볼 수 없다
양파는 언제나 한결같다
안으로 들어가도 늘 그대로다

겉과 속이 항상 일치하는 존재
성공적인 피조물이다
한 꺼풀, 또 한 꺼풀 벗길 때마다
좀 더 작아진 똑같은 얼굴이 나타날 뿐
세 번째도 양파, 네 번째도 양파
차례차례 허물을 벗어도 일관성은 유지된다
중심을 향해 전개되는 구심성의 아름다운 푸가
메아리는 화성 안에서 절묘하게 포개어졌다

내가 아는 양파는
세상에서 가장 보기 좋은 둥근 배
영광스러운 후광을
제 스스로 온몸에 칭칭 두르고 있다
하지만 우리 안에 있는 건 지방과 정맥과 신경과
점액과, 그리고 은밀한 속성뿐이다
양파가 가진 저 완전무결한 우둔함과 무지함은
우리에게는 결코 허락되지 않았다





이 생기 넘치는 날,

왜 샛별이는 죽은 사람들로 가득찬 좆서관에 가는가?

슬프게도 샛별이는 여중생이지 양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근데 이 글을 쓰던 도중 귀찮아져서 그냥 안 가기로 마음 먹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