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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가 이 책보다 훨씬 유명하다

마지막에 실린 옮긴이의 후기에도 영화에 대한 일종의 자격지심과 같은 것이 느껴진다

영화는 물론 이미 보았으나 많은 것을 느끼진 못했다


영화보다 오히려 이 리뷰에서 더 많은 것을 느꼈으므로 관심이 있으면 읽어보시길

또 영화에 대해 거의 잊어버렸기에 이 감상에서 영화를 언급한 중에 틀린 점이 있더라도 양해바란다

영화와 원작은 플롯과 구성과 주제가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우선 원작에는 아내가 나온다

아내는 자기 기분을 조정할 수 있는 기계를 써서 우울한 기분을 몸소 느끼려는 괴팍한 인물인데

주인공을 흔들고 자극하며 마지막엔 붙잡아주기도 하는 역할이다

또 살아있는 동물과 만들어진 애완동물이 주요한 장치로 쓰였는데

이 세계에서 애완동물 키우기는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 중 하나로 꼽힌다

돈 있는 자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내고 살아있는 동물을 키우지만

없는 자는 열등감과 두려움을 안고 전기 로봇 펫을 키운다. 전기 펫을 키운다는 사실은 이 사람들에게 커다란 수치로 다가온다

또 윌버 머서라는 신화적인 인물을 내세운 종교가 등장하는데 이를 머서교라 부른다

윌버 머서라는 초췌한 노인이 황야를 걷고 있다. 카메라 밖에서 누군가 그에게 돌을 던진다. 노인은 피하지도 않고 돌을 맞는다. 끝없이 이어지는 이 영상이 머서교의 시작이며 총체다

이때 감정 이입 장치라는 기계를 쓰면 머서와, 나아가 그 시점에 감정 이입 장치를 사용하는 모든 인간들과 동기화해서 그들과 하나가 되어 그들의 감정을 느낄 수 있고

그 시점에 머서가 돌을 맞으면 본인에게도 상처가 생긴다

이 감정 이입 장치를 안드로이드는 쓸 수 없고

어떤 형태의 감정 이입도 안드로이드에게는 불가능하다고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그런 안드로이드에게도 감정 이입한다



사실 깊이 파고들면 영화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긴 한데

약간 조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드로이드와 인간의 차이란 무엇인가?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인간은 감정 이입을 할 수 있다. 기계는 불가능하다. 라고 쉽게 결론을 내려버린다

나는 정말 나일까? 릭 데카드라는 기억이 주입된 안드로이드가 아닐까? 내가 알던 현실은 모두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라는 화두를 도중에 던지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에 다다르면 그런 질문은 크게 의미가 없어진다

감정 이입하는 한, 나는 가짜가 아니기 때문이다

열심히 고민한 것치곤 상당히 마음 편하게 누워자면서 끝나는데

이게 맞나... 싶더라

옮긴이는 후기에서 말하길

영화에 갑자기 나오는 올빼미는 영화만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원작의 애완동물 설정을 보면 이해가 된다

라고 했는데

사실 이 영화의 매력이자 강점은 그 모호함에 있었다

그것이 조금 유감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