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가 남다른 학원사 세계문학전집 김후란 시인의 번역본 표지.
실은 이 것도 서너 차례 표지를 갈아입은 것이고, 위 사진으로 나온 표지가 마지막 재출간본임.
[학원사 세계문학전집]의 표준 디자인이었던 하얀색 바탕에 갈색으로 책 제목을 강조한 표지로 나온 책도 있고,
[주우 세계문학전집]으로 잠시 출판사 이름을 바꿔치기 하여서 출간할 때 나온 주황색 표지의 책도 있음.
위 책은 1980년대 후반 학원사가 마지막으로 세계문학전집을 재출간할 때 책마다 개별 디자인을 해서 출간한 것이었고,
그 이후에는 세계문학전집의 대표적인 책들을 골라서 문고판 [학원사 한권의책]으로 다시 작게 만들어서 재출간하였으나,
그렇게 나온 책은 함께 합본으로 수록된 작품이 빠지는 경우가 많을 수 밖에 없었음 - <금각사>가 바로 그런 케이스임.
위 사진의 [학원사 세계문학전집] 번역본에는 <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 3편이 모두 수록되어 있지만,
나중에 [학원사 한권의책]으로 다시 재출간된 문고판 <금각사>에는 합본으로 나왔던 작품이 다 실리지 못하였음.
학원사에서 출간되던 세계문학전집 특유의 방식을 알게 하는데,
작품이 시작될 때 왼편에 작품마다 작가 이름과 작품명을 원어로 적어 주고,
해당 작품의 목차를 따로 소개한 후 내용이 시작됨.
문제가 되는 <우국>이 시작되는 부분.
신경숙 표절 사태 당시 주요 근거로 제시된 "기쁨을 아는 몸"이라는 구절이 수록된 부분.
이 대목은 김후란 시인의 의역이었고, 원본의 직역에서는 "여자의 기쁨을 알게 되었다" 정도였음.
언어를 잘 다루는 시인 출신의 번역자가 나름 시인다운 역량을 보여 준 멋들어진 의역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이를 신경숙 작가가 그대로 가져다가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하는 바람에 '표절의 근거'로 적시되었고...
해당 구절이 유행어처럼 널리 회자되면서, 표절이 아니라고 버티던 작가와 출판계가 백기를 드는 결정타가 됨.
- 하필이면 표절의 근거로 제시된 구절이 "기쁨을 아는 몸"이어서, 많은 사람이 즉각 기억하기 쉬운 면도 있었음.
미시마 유키오의 작품 중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연회는 끝나고>.
요리 소설이자 선거 소설이고, 작가가 흥에 겨워 단숨에 집필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작품임.
<금각사>와 <우국>은 미시마 유키오가 작가로서 역량을 총동원하여 신중하게 미학적 아름다움에 집중해 쓴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연회는 끝나고>는 전혀 그런 작품이 아니어서... 연재 의뢰를 받고 척척 써내려간 작품이 아닐까 싶음.
무척 경쾌하고 흥미롭게 쓰여진 상당히 대중적인 작품이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음.
해당 번역본의 가치는 1970 년대를 풍미한 김후란 시인의 격조 높은 문장이 살아 있는 번역본이라는 것과,
더불어 이후 다른 번역본을 찾기 어려운 대단히 흥미로운 작품 <연회는 끝나고>가 실려 있다는 것에 있음.
신경숙 표절 사태 덕분에 <우국>에서 보여준 시인다운 뛰어난 언어 감각이 널리 증명되는 바람에 더 유명해 졌음.
이렇게 사회적 이슈가 된 경우 <우국>과 같이 유명세를 탄 부분이 실려 있느냐에 따라 책의 가치가 결정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잘 알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책에서 더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연회는 끝나고>가 이전에도 또 앞으로도 별 관심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아쉬움.
중고로 30만원에 팔리더라 - dc App
탐나네. 집 좌표 찍어봐요. ㅋㅋㅋ
갖고싶다....
원본은 포기고 복사본이라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