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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분명 헤인 연대기는 비선형적이고 느슨하게 이루어진 시리즈라고 썼고 대체적으론 정말로 그런 시리즈이긴 하지만
이 장편 시리즈 3권, 즉 로캐넌의 세계, 유배 행성, 환영의 도시는 선형적으로 연계된 스토리가 확실하게 존재한다
읽은지 10년이 지나는 동안에 굵직한 시놉시스 정도 빼면 내용을 모두 까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쓴 것이지만
덕분에 다시 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너무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로캐넌의 세계에서 처음으로 ‘적’을 인지한 ‘모든 세계의 연맹’
유배 행성에서는 연맹이 로캐넌의 세계에서 마음 읽기 (즉 텔레파시) 를 배웠다는 사실과, 적이 마음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거짓말같은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내려오고 있다는 것이 언급된다
환영의 도시에선 그 적의 손아귀에 들어간 지구의 모습이 드러난다
문학과 예술, 춤과 노래, 섹스와 사냥은 모두 허용되지만
일정한 수준 이상의 기술을 보유하거나 만들지 못하게 통제되는 곳
레이저 총과 호버킥보드는 허용되지만 초보적인 수준의 국가도 허용되지 않는 곳
살생은 나쁘다며 인간의 말로 울부짖는 동물들이 뛰어다니는 곳...
거짓말을 할 수 없는 마음 이야기로 거짓말을 한다는 적, 싱이 지배하는 지구에서 인류는 부족 단위로 쪼개졌다
은근하면서도 철저하고 엄혹한 통제 속에 갇혀, 재롱을 부리는 노예와 같은 신세로 전락한 인류가 살고 있던 어느 한 마을에
어느 날 황금색 고양이 눈을 한 벌거벗은 남자가 나타난다
그는 기억이 없고 상식도 없는 어린아이와 같은 상태였다
누가 봐도 싱의 함정같은 상황이었지만
믿을 수도 없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
믿을 수 밖에 없다. 그저 살아남을 수 밖에 없다...
그렇게 인간들은 그 남자를 거두어 말을 가르치고 진실을 전달한다
시간이 얼마간 지나고, 남자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을 지를 알기 위해 싱을 찾아 나선다
환영의 도시는 3부작 중에 단연 가장 훌륭한 이야기였다
기억을 잃은 인류 속에서 기억을 잃은 남자가 길 없는 길 위를 걸으며 자신을 찾아가는 모습
무엇이 진짜고 무엇이 거짓인지 지독하게 헤매게 만들지만
답은 의외로 간단했고 눈에 보이는 곳에 있었다
그것을 떠올리지 못해, 처음 읽는 것처럼 감탄했다
sf가 어떤 것인지 나는 오래 전에 르 귄에게 배웠다
고향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다. 이게 진짜 sf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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