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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독붕이의 댓글을 인용하자면

"작품 자체가 약간.. 작가 자신도 질 싸움일 걸 알면서도 써본 것 같다는 느낌을 줌"

이게 정말 잘 부합한다


이상하게 부조리나 비틀린 현실을 쓸 때 문력이 수직상승하다 보편 사랑 같은 주제가 등장하면 글이 심하게 유치하고 신파적으로 변하는 기이한 작가...

거기다 낮은데로 임하소서는 실화 바탕이니 오글 거린다고 뭐라 하기도 뭣함. 솔직히 성경 구절 앞에서 오열하기 시작할 때 나도 뭉클허긴 하더라... 무교인디...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이청준 특유의 서늘함이 잘 들어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주인공이 자신의 실명을 치료하고자 금단의 침술 같은 거 받는 장면

큰 침으로 척추이 수많은 구멍을 내 피를 빼고 독소(?)가 빠지기를 기다리며 매일같이 반복하는 무슨 원시부족도 안할 거 같은데 의료 상식 파탄의 광경...

이 치료(?)를 받고 주인공은 실명을 넘어 한쪽 귀도 마비되고 심박 이상과 신경통, 하반신 보행 장애 등등 아주 몸이 개작살이 난다



그만큼 이 장면은 잘나가다 면역 질환으로 한순간에 몰락한 주인공의 안타까운 처지

이런 상황에서 저런 사이비 치료라도 받아야겠다는 처절한 몸부림

언제나 토속적인 소재가 긍정으로 등장하던 이청준 소설들과 반대로 토속을 넘어 원시, 미개로까지 볼 수 밖에 없는 잔인하고 잔혹한 치료 방법

그리고 이 신앙에 가까운 치료를 버티는 끔찍한 묘사들과 끝끝내 현대 의료 앞에 박살난 신체 상황이 건조하게 읊어지며 챕터가 끝나는 대목에서 절로 이마를 짚게 된다


그거 빼면 사실 재미없어 이거... 하지만 이청준이 호감이라면 저 파트까지는 읽어보면 어떨까? 나름 신선한 자극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