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과 초과, 이수명

치마를 펼치고 걷는다. 치마는 펼쳐지지 않고 나를 감는다. 치마가 텅 비어 있도록 다시 치마를 펼친다. 치마에서 나가자.

슬픔의 발달 이후 여러 개의 손가락이 똑같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슬픔이 성사되어 슬픔이 타락한다. 움직이지 않는 신호들이 한꺼번에 흔들리는 일요일

신호들은 연결되지 않는다. 부서져버린 모퉁이가 너무 커서 모퉁이는 되돌아가지 못하고 부서지는 순간 몇 겹으로 깨어진 방향을 생각해내지 않는다.

치마에서 나가자. 치마의 주름이 날카로워지고 현명해지는 날 그렇게 치마는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나는 내일을 이해하고야 만다. 눈꺼풀 속에서 눈을 움직인다.

치마 밖에서 비둘기들은 포괄적이다. 휘어진 곶에서 만나자. 그 너머로 일요일은 그 너머로부터 초과되어 소용돌이를 이룬다. 기억이 사라진 새들이 달라붙지 않고 흩날리며 떨어진다.

치마를 정지시키고 치마의 나선형 그림자를 헐어보자. 두 동강 나는 소의 한 가운데를 마구 걸어가자. 어두운 치마가 흘러넘치는 일요일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