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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책이다.
이걸로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은 것이 된다.
공통적인 패턴으로는 남자 주인공이든 여자 주인공이든 무조건 둘 중 하나는 병에 걸려 죽는다는 것이다.
그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꽤나 적당적당한 방식이라는 것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같은 경우, 여자 주인공이 췌장암이라는 명확한 질병에 걸린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여자 주인공의 질병을 받아들이기 쉽다.
현실에서도 들을 수 있는 익숙해지기 싫은 병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경우, 그냥 시한부다 내지 불치병이다 로 끝이 난다.
너무나 편의주의적으로 사용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면 이번엔 초장부터 남자 주인공인 쓰키시마 마코토의 시한부가 확정되어 있다.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따라 좋아하는 여자아이인 미나미 쓰바사에게 고백을 한 쓰키시마 마코토는 미나미 쓰바사, 하야미 아오이, 도사키 에나, 나가세 이치카가 소속되어 있는 영화 제작 동아리에 들어가 영화를 만들게 되는 내용이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치조 미사키 작가는 서로가 사랑에 빠지는 그 어렴풋한 단계의 묘사를 잘하는 것 같다.
그렇기에 더욱 아련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점이 아쉽다.

과정을 잘 이어나가는 것은 좋은데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책을 연달아 읽으니 이제는 쓰키시마 마코토와 미나미 쓰바사의 감정이 깊어져가도 결국엔 쓰키시마 마코토는 죽겠지 하는 체념에 가까운 마음으로 남은 페이지를 읽어나가게 되었다.

이치조 미사키의 이야기를 더욱 슬프게 만드는 요소는 등장인물들이 모두 따뜻한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주인공들을 비롯해 그 주변 인물들까지 빠짐없이 말이다.
이렇게 서로에게 한없이 다정한 인물들이 등장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기에 이별의 슬픔이 더욱 극대화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서로를 위한 마음이 바탕이 되어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것이 절절하게 나타내기에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작품을 끝까지 읽은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쓰키시마 마코토를 위한 크리스마스이브 파티 대목이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쓰키시마 마코토가 실망하지 않도록 쓰키시마 마코토가 의식을 되찾은 날을 12월 24일로 꾸미기 위한 주변 인물들의 노력,
그 덕분에 쓰키시마 마코토는 죽는 날까지 그날이 12월 24일이 아니었다는 진실을 모른다.

이런 유형의 이야기에서 내가 가장 신경이 쓰이는 점이라고 한다면 결국 살아있는 누군가는 떠나간 이를 잊지 못하고 그대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이후를 살아가면서 떠난 이만큼 혹은 그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찾지 못한 채로 그렇게 하염없이 그리움만을 쌓아간다고 생각하면 내가 그 외로움과 쓸쓸함의 무게에 짓눌리는듯한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장르 특성상 다른 연인을 만든다고 해도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나는 웬만하면 시련이 이어짐에도 좌절하지 않고 서로와 마음이 통하는 그런 이야기를 더 선호한다.
다음에 비슷한 장르의 책을 읽게 된다면 그런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치조 미사키 작가의 책을 추천도 순으로 정리한다면, 가장 추천하고 싶은 건 '네가 마지막으로 남긴 노래'이다.
두 번째론 '오늘 밤, 거짓말의 세계에서 잊을 수 없는 사랑을'이고 세 번째가 '오늘 밤, 세계에서 이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이다.
스핀 오프인 '오늘 밤, 세계에서 이 눈물이 사라진다 해도'는 본편을 먼저 읽어야 하기에 추천도에 올리진 않겠다.

이다음에는 고바야시 야스미 작가의 앨리스 죽이기를 읽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