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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놓고 보니까 글이 길어졌긴 했는데 본문부터 700페이지니,,좀 봐주셈
묘사, 특히 심리묘사가 탁월해서
등장인물들이 나락가는 과정이 너무 스무스하게 느껴짐
에스컬레이터 타고 편안하게 시궁창으로 빠지는 느낌
인생 수정이라는 제목에 맞춰 이 세 남매를 조악하게 유형화하면
첫째 개리는 과거에 매여사는 인물,
미래를 예측하는 주식 투자를 업으로 하고, 부모님의 미래를 누구보다 신경쓰는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은 인물
캐롤라인이 다리를 언제부터 절뚝였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라고 믿는 사람
할거 다 했는데도 가정 내 왕따당하는 자신의 인생을 교정하기 위해선
아버지와 집으로 상징되는 과거를 뜯어고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과거 사진을 현상해 앨범으로 만들어 선물하는 인물
뒤를 보고 앞으로 걷는 인물
막내 드니즈는 현재를 사는 사람
대학이라는 미래를 위한 발판에서 보내는 시간을 못견디는 사람
매 순간 치열하게 요리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받아야 직성이 풀리는 인물
순간의 욕구와 충동에 솔직한 인물
레스토랑을 새로 짓는 일을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
이미 만들어진 세계에 들어앉고 싶어하는 사람.
그래서 나이많은 유부남에게만 끌리는 여자
둘째 칩은 미래를 보고 사는 인물
앞으로 있을 교수 임용, 할리우드에서 대박날 시나리오,
리투아니아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해 사는 인물. 어긋난 미래를 스토킹 하는 사람.
몇년째 집에 찾아가지 않고 부모님이 찾아오자 떠나는 인물
그렇게 구한 일은 리투아니아를 미래를 파는 후원사기 웹사이트 운영하기
그렇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살다 번번히 넘어지는 사람
램버트 가족의 마지막 크리스마스
순차적으로 찾아오는 과거, 현재, 미래. 개리, 드니즈, 칩.
개리의 원래 목표는
부모님에게 내가 얼마나 성공했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아버지와 다른 삶을 사는지 보여주기=실패
두번째 목표
가족들을 본가로 다 데리고 가서 내 과거를 보여주고 현재의 나를 이해시키기=마찬가지로 처참히 실패
결국 혼자 떠난 개리, 이니드는 조나를 기대했지만
도착한건 잔뜩 삔또가 나가서 과거의 모든걸 뜯어고치고 집을 팔아치우고 싶어하는 개리
두번째 도착한 드니즈
기차 장난감을 수십년째 찾았던 개리에게 그녀는 이미 위치를 알고 있었음을 말해주는 드니즈
그냥 한마디 물어만 봤으면 됐었을 것을.
어쨌건 그녀는 이미 주저앉아 버린 상태
아버지 치료와 부모님과의 동거라는 미래를 핑계로
현재를 놔버린 인물
그런 그녀가 크리스마스에 목도한 처참한 현재, 아버지의 끔찍한 상태. 그녀의 선택은 칩
마지막으로 도착한 칩
위기를 넘기고 그가 미국으로 갈 수 있게 해준 지타나스, 그와 형제처럼 닮은 인물
드니즈에게 갚아야 할 돈조차 그에겐 집에서 벗어날 핑계
빚을 탕감해주고 그를 현재에 주저앉히는 드니즈
소설 내내 만나지 않는 개리와 칩 그 사이를 오가는건 현재, 드니즈
소설의 막바지 다섯 가족 모두 한공간에 모인 짧은 시간, 마법같은 순간.
같은 공간에 있어서는 안될 개리와 칩, 그 사이에서 중재하려는 드니즈
아버지가 감전된 듯 넘어지며 식탁을 엎어서 종결되는 상황
마치 그가 특허낸 초산철 젤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원자들에게 질서를 부여하기 위한 전기
퇴장하는 과거, 미래를 붙잡는 현재
이니드의 기다림
출장간 남편을 기다리는 이니드
크리스마스와 조나(조나가 푹빠진 나니아 연대기 속 구원자, 메시아는 아슬란)를 기다리는 이니드
칩을 기다리는 이니드
그러나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 것
현실이 되는 순간 너무나 보잘것 없어지고 지긋지긋해 지는 것
그런 비참한 현실에게서 도피하게 해주는 약, 아슬란.
엄마에게 약을 주는걸 막는 개리
그걸 다시 되돌려주는 드니즈
마침내 그 약을 스스로 분쇄해서 버리는 이니드
반면 미국의 쇼펜하우어 앨프레드
후회도 기대도 없는 염세주의적 운명론적 인물
인생이란 나아가는 기차, 기차를 계속 나아가게 해 주는건 그만의 선로. 자신만의 세계.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규율.
그런 그의 눈에 유일하게 밟히는건 칩
몇시간이고 식탁에서 머리를 박고 기다리는 아들, 그가 유일하게 동질감을 느끼는 인물.
시간이 지나며 증기기관차처럼 늙어버린 앨프레드
치매로 인한 내적 세계의 붕괴, 덜컹거리고 위태로운 주행.
작품의 마지막 부분, 병원 침대에 구속된채로 칩에게 애원하는 앨프레도
그 자신이 칩을 들어 식탁에서 침대로 옮겨 재웠던 것처럼,
그 긴긴 고통과 기다림을 끝내줬던 것처럼
칩이 그렇게 해주길 바라는 앨프레드의 마지막 부탁.
마지막으로 선명했던 앨프레드의 의식, 그래서 거절된 그의 부탁.
크루즈에서 그랬던 것처럼 의식의 끈을 놓아야 할 수 있는 탈선
그러나 번번히 구명튜브를 붙잡는 그의 의식.
평생을 걸쳐 스스로 닦고 조인 철로에 갇힌 알프레드.
죽음은 그가 평생에 걸쳐 받아들인 목적지.
사실 앨프레드는 칩의 애원과 부탁으로 야채 먹는것을 면제하고 그를 해방시켜준 것이 아니었음
앨프레드가 칩을 옮겨 준 것은 고집스럽게 혼자만의 세계에서 기다리다 못해 지친 칩이
쓰러져 잠들고 나서였음. 그건 앨프레드에게도 마찬가지.
퇴역해 드디어 이니드의 곁에 놓인 증기기관차.
기능을 잃고 우스꽝스럽게 박물관에 전시된 쇳덩어리.
그렇게 요양원에 있는 앨프레드에게 가하는 이니드의 무수한 수정
물론 마지막까지 얼음을 거절하는, 바뀌지 않은 앨프레드.
그렇게 작품의 마지막 이니드가 생각하는 희망
과거를 짚되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이기
그때 현재와 미래 사이 어딘가 놓인 희망
그렇다면 왜 드니즈가 칩을 현재에 주저앉혔을까?
미래가 현재를, 그러니까 칩이 드니즈를 이끌수는 없었을까?
내 생각에는 이게 삶에 대한 작가의 기본적 태도 같음
미래를 기대하며 현재를 버티고, 잊는 모습들은
아슬란(약), 술, 크루즈와 조나에 대한 기대, 무기력증, 대박날 거라고 믿었던 시나리오 등으로 표현되며 번번히 실패함
어쨌건 과거를 교정하고 현재에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결심한 이니드
그 바통을 받은게 칩
크리스마스 이후 삼남매중 유일하게 언급되는 칩의 삶
가정과 직업이라는 현실에 뿌리내린 칩
시나리오는 계속 수정하지만 현재라는 든든한 뿌리가 있기에
지나친 기대, 그로 인한 불안과 도피의 늪에 빠지지 않음
1줄요약:엄청나게 훌륭한 작품이다
결말이 그토록 행복한데 씁쓸하더라...
결국 아버지의 몰락과 요양원행-죽음으로 꽃핀 희망이라,,문체처럼 지독하게 현실적인듯
칩 리투아니아 파트는 정말 꿀잼이죠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