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읽고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이것이 어떻게 훌륭한지 혹은 어떻게 열등한지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나는 그것에 대한 기억을 잊었다
다자이 오사무의 다른 저작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오히려 당연하게도, 내가 인간 실격의 주인공과 상당한 부분에서 비슷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면 어쩔 줄 모르고, 어떤 아름다움이나 언어적•문화적 코드에 죽을 때까지 익숙해지지 못할 거라는 실감
도저히 사람들과 하나로 섞여 들 수 없을 거라는 확신을 나는 지금도 느끼고 있다
그런데 나는 왜 인간 실격을 싫어한단 말인가
그 이유는 인간 실격의 주인공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에게 인기가 좋고 나는 히키모솔아다라는 사실이다
또한 이 소설의 이야기가 상당 부분 자전적이라는 사실, 즉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으며 자주 여자들과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는 것도 충격적이었다
이 사실은, 우스워 보이겠지만, 나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을 만큼 괴로운데
내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표면적 사실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만일 초인적인 노력이나 끝모를 운빨의 힘으로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고 해도, 지금과 별 다를 바 없이 인간 실격의 주인공 혹은 다자이 오사무처럼 절망에 빠졌으리라는 생각에 다다르면
다시 한 번 나는 끝없는 우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동태로 침잠하게 된다
가져본 적도 없는 것을 가졌다고 상상하고선 두려워 한다...? 자기불구화 전략...?
아름다움에 익숙해지지 못할 거라는 실감.. 이거 왤캐 공감죄냐
전 오히려 공감되어서 더 좋았는데 사람마다 느끼는 건 다른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