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2024 젊은작가상 시리즈



https://gall.dcinside.com/m/reading/616522

2024 젊은작가상 총집편[시리즈] 역대 젊작상 총집편 · 2018 젊은작가상 총집편 · 2019 젊은작가상 총집편 · 2020 젊은작가상 : 총집편 · 2021 젊은작가상 총집편(링크 있음) · 2024 젊은작가상 총집편 [시리즈] 20gall.dcinside.com



-



이제는 가짜가 되어버린 진짜,


불타올라라 중년의 짬!


타올라라 니세모노!


MZ에게 지지 마!!!


한 줄 요약

보편의 발목을 붙잡는 특수



이제 여섯 번째 젊작상, 성해나의 혼모노다. 슬슬 끝이 오니까 기운이 빠지기 시작하는데, 다음부터 젊작상 구성은 되도록 재밌는 건 뒤로 뺐으면 좋겠다. 아, 그런 점에서 성해나의 혼모노는 재미가 없진 않았다. 있다면 있었다. 본격소설의 재미(대충 구조의 미학, 주제 찾기, 상징과 은유 풀이, 유기적 통일성 등등)보다는 장르적인 의미에서 재미가 있었다. 정확히는 딱 막판 말이다. 페이트 생각이 나는데 어떻게 안 재밌냐고ㅋㅋ


그래서 도입부도 개그로 썼다. 진지하게 쓸 마음이 도저히 안 나더라. 진지하게 써보려고 해도 이 소설이 자기 할 말에 힘을 못 실은 나머지 산발된 주제가 서로서로 통일성 없이 세워졌다고 생각해서 못 쓰겠더라고. 이 리뷰는 그래서 그 산발된 주제들을 두서없이 다룰 예정이다. 하나하나 분리시키는 건 해설이 다 해놓았고, 작가도 그걸 노린 게 아닌가 싶지만, 한꺼번에 보면 되게...... 애매해지거나 이상해지는 지점이 생겨서 말이다.


우선 소재. 소재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다. 중년 박수무당이 주인공이고, 초자연적인 존재인 장수 할멈이 나온다.(그리고 이 할멈은 일본어를 가끔 쓴다. 파묘 생각하면 될 듯?) 물론 그런 초자연적 존재를 직접 묘사하진 않고, 주인공이나 MZ의 입을 빌려 말하는 정도에서 그친다. 고증은 내가 무당도 아니고 무속신앙이랑 거리가 한참 멀어서 잘 모른다. 하지만 허투루 쓰진 않았고(사실 상까지 탄 작품이 허투루 썼겠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당장 대상작부터가...) 무속인의 삶이랄지, 무당이 어떻게 벌어먹고 사는지 소소하게 알아가는 건 있다.


솔직히 이 소설의 제일 유익했던 건 딱 이 지점이고, 나머지는 유익하다기보다는 그냥 내 이해를 시험하는 내용의 연속이라 좀 힘들었음.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중년 박수무당인 주인공은 '혼모노'로서 정말 열심히 장수 할멈을 모셨는데, 그 장수 할멈이 홀랑 MZ에게 넘어가버려 자기 몫을 다 뺏어버리고 만 것이다. 순식간에 '니세모노'가 된 주인공은 분개하며 '귀신 들린 척'까지 고민하며 타협의 지점을 찾다가, 큰 결심을 하고 MZ에게 넘어가버린 큰 굿판을 찾아간다. 거기서 진짜 굿을 벌이는 MZ와 함께 가짜 굿판을 벌인 주인공. 누가누가 작두 오래 타나의 대결 끝에 '혼모노'인 MZ가 쓰러지고 '니세모노'인 주인공이 이기며 주인공이 MZ더러 흉내만 내는 놈이라고 까는 걸로 끝난다.



099cfc0a47051de63cef84e15b817070a6647855576e449c1cd6cad59a069bcc629d8ebd501c5176bff68d607361097200

(챗gpt로 만듦)


정말정말 쉽게 얘기하면 UBW 얘기다. 진짜를 이긴 가짜. 뭐, 본격소설이니 단순한 장르적 재미를 뒀다기보다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타인의 눈으로 이뤄지는 한, 그러한 구분을 내재화하는 건 의미 없다'쯤 된다. 쉽게 말해서 '진짜'와 '가짜'는 없고 '진짜 같은' 것과 '짜치는(흉내 내는)' 것만 있는 것이다. 딱 여기에서 이야기가 그치니 사실 이것만 알아도 되지 않겠나 싶냐마는....... 내용적으로 걸리는 구석이 있다는 게 문제다.


가장 먼저 주제와 연관된 부분부터 짚고 가면, 주제는 진짜와 가짜의 구분은 의미 없다고 말하는데 소설은 명백하게 진짜와 가짜가 존재한다는 게 문제다. 아니 뭐, 사실 '진짜 vs 가짜' 대결이 모 일본 예능에서 진짜 사진처럼 그리는 작가와 사진을 감별해내는 감별사의 대결처럼 이뤄지는 형식이라면 우리가 '진짜'와 '가짜'가 명백히 존재한들 그 차이에 대해서 굳이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다. 왜냐면 우리 눈에 진짜 사진과 사진처럼 그린 그림은 비슷하고, 실제로 그걸 써먹는 곳도 차이가 없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무당은 다르다. 장수 할멈은 명백하게 신기가 있는 존재로 나타난다. 애초에 주인공이 많고 많은 신 중에 장수 할멈 비위만 맞췄던 것도 장수 할멈이 영험하고 신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장수 할멈의 말만 들으면 무형문화재 등재되는 것조차 불가능한 일이 아닌 것처럼 묘사된다. 국회의원이 주인공에게 굿을 의뢰했다가 MZ에게 넘어간 것도 결국 MZ에게 장수 할멈이 넘어간 걸 알아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주인공이 이긴 것도 가짜의 통쾌한 승리가 아니라 사기꾼이 이겨버린 것이 되어버린다. 소설은 딱 이긴 시점에서 끝을 맺었지만, 그 뒤는? 진짜를 가짜가 이겼다. 그래서 그 신기도 없는 가짜에게 굿을 의뢰하고 점을 봐? 신기도 없는데 굿을 해주고 점을 봐줘? 그건 명백한 기만 아닌가? 어디까지나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의미 없는 건 굿을 보는 제삼자의 시점일 뿐, 굿을 의뢰한 국회의원은 지금 눈 뜨고 코 베인 격이다. 그리고 앞으로 신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겐 진짜와 가짜의 구분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장수 할멈이 주인공에게 돌아갔다는 묘사라도 있었어야 했다. 즉, 이 소설의 패착은 주제 자체의 문제보단 주제를 전달하는 소재의 특수성을 놓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김멜라의 이응이 너무 완벽한 나머지 그 주제를 망친 것과는 결이 또 다르지. 이건 그냥 소재를 잘못 선정한 것에 가까우니까. 얼마든지 다른 소재로, 혹은 전개와 형식으로 주제를 전달할 수 있었다.


UBW는 그런 점에선 훨씬 낫다. 진짜가 가짜를 이긴 결과가 자아의 성장 및 학살극 방지였지 않은가. 아주 훌륭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서명하시오! UBW는 고전이다...


또다른 문제는 주인공의 대립으로 나온 MZ다. 진짜 MZ로 나온다. 학생과 자주 비교 선상에 오를 정도로 어린 나이고, 장수 할멈의 비위를 그렇게 맞췄던 주인공과 달리 지 맘대로 좋을 대로 다닌다. 싸가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소소하게 MZ 가정이 카톨릭인데 MZ가 신내림 받았다고 무당으로 전향하더니 돈에 미쳐서 MZ를 혹사시키는 막장 가정인 건 덤이다)


이게 왜 문제냐고 하면...... 그냥 좀 거슬렸다. 구도가 중년 vs MZ인데, 막말로 MZ가 잘 먹고 잘 사겠다고 하는 일에 중년이 짬과 경험으로 찍어눌러버린 내용 아닌가. 사다리를 멀쩡히 오르던 애를 옆에서 걷어차버린 수준이다. 해설에선 중년에게 떠난 장수 할멈을 매너리즘이 찾아온 중년, 더는 운과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 중년 쯤으로 해석하고, 반대로 MZ를 재능 있는 젊은 세대로 치환하던데, 솔직히 말해서 장수 할멈=재능 공식이 그렇게 들어맞냐고 물으면 너무 이상해진다.


내가 위에서 '하다못해 장수 할멈이 주인공에게 돌아갔다는 묘사라도 있었어야 했다'라고 했는데, 진짜 이렇게 되면 장수 할멈=재능의 공식은 완전히 깨져버리고 만다. 재능이 뭐 에픽템(밀봉, 거래 가능 횟수 4/4)도 아니고. 바꿔말하면 작가가 이 부분을 의도했다면 공식을 지키기 위해(=보편성에의 확장을 위해) 일부러 옮겨갔다는 식의 묘사를 안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애초에 그럴 거면 초반에 장수 할멈을 뺏겼다는 식의 묘사는 없던 게 나았을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자기의 재능이 소진되고 젊은이의 재능을 질투하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야 있지만...... 아니 애초에 장수 할멈은 한정 재화라니까? 심지어 이건 MZ에게 귀속된 것도 아니다. MZ에게서 또 더 젊은 애에게 옮겨갔다면 '재능 있는 자도 결국 후대의 재능 있는 자에게 따잇!'이란 일관성은 지킬 수 있겠지만...... 장수 할멈은 진짜로 주인공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난 이 가능성이 너무 거슬려서 장수 할멈=재능 공식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들었다.


사실 말이 재능이지 그냥 거대한 세상의 흐름, 운, 주인공으로서의 스포트라이트 같은 걸로 치환해도 된다. 대충 잘 될 때의 번역어다.


그래서 난 해설이 되게 어이가 없었다. 솔직히 한 페이지에 걸쳐 옹호한 전교조 언급 쌩깐 김기태 해설이나, 갈라치기를 한 페이지에 걸쳐서 한 걸 쌩깐 김멜라 해설이나 좋아하지 않는데(애초에 좋아하는 해설이 있긴 하냐고 말하면 딱히 없다), 이 해설도 거슬리는 부분을 긁어주기보다는 긁어부스럼을 만들어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하지만 해설 자체는 이 소설이 나름대로 어떻게 의도되었고 어떻게 짜여졌는지 잘 설명했으니 소설의 이해 자체를 바란다면 이것보단 해설 읽는 편이 더 바람직하다.


분량은 30페이지가 넘는데 읽는 속도는 20페이지 언저리였던 앞선 단편들에 비해 수월했다. 문장에 있어서 걸리는 것 없이 깔끔하게 잘 쓰긴 했다. 묘사가 심심하다거나 그런 것도 없었고. 비속어 좀 쓰는 건 많이 깨는데 애초에 소재가 너무 특이해서 그건 그냥 그러려니 했다.


젊작상은 그래도 시즌마다 뒤에 실린 건 실험적이거나 좀 특이한 것들 실어줬었는데 성해나도 소재 특수로 뽑힌 것 같긴 하다. 마지막 하나는 뭐일까 기대 반 걱정 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