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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독중감을 쓰려다가 책은 안 읽고 맨날 인터넷만 하는 내 자신을 돌아보며,
책을 마저 다 읽고 감상을 쓴다..
1.
인생이란 무엇인가?
'스토너'의 마지막 장을 방금 막 덮은 지금 도대체 무슨 말로 독후감을 시작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이렇게나 구태의연하고 재미없는 문장으로 독후감을 시작한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인생이란 무엇이다 하는 종결형 문장같은 것을 떠들고 싶은 게 아니라, 어쨌거나 인생은 살아보기 전까지는 모르고 책이라 함은 모름지기 읽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란 거다.
2.
"거 관에 못박히는 소리 듣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 아니요!"
아마 타짜에 나왔던 대사로 기억한다. 이렇게나 남성호르몬 넘치는 대사를 내뱉는 영화만큼이나 이 소설도 꽤나 남성적이다. 물론 근육질 주인공이 총을 쏘고 여자 주인공을 구하는 그런 이야기는 절대 아니지만, 이 소설에서 하는 이야기는 정말이지 남자답다고 할 수 있다. 왜냐... 스토너는 버티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스토너에게는 보물도 미녀도, 목숨을 걸고 떠나는 모험도 없지만 스토너는 버티고 감내하며 인생에 후회를 남기지 않는다. 그까이꺼 재미 하나 없는 인생일 수는 있으나, 평범한 인간이 행할 수 있는 가장 최고의 선(善)을 스토너는 보여준다. 버티는 것.
3.
"병신같이 제대로 화도 못 내고 평생 구차하게 살았던 놈"
뭣도 모르는 옛날이라면 나는 아마 이 책을 읽었어도 이렇게 밖에 평을 못 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나름 대가리에 피가 마른 내가 보기에 스토너는 존나 남자답다고 할 수 있다. '병신같이 화를 못 내는' 게 아니다. 스토너는 항상 자기 생각을 어려서부터 똑바로 표현했고 그 모든 걸 감내했다. 설령 본인과 다른 의견을 가진 이를 마주쳐도 싸움보단 대화로 해결해나간다. 절대 굴복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평생 구차하게 살지도 않는 게, 나름 본인의 열정과 사랑(!)을 쟁취하며 살아냈다. 스토너 이 새끼가 근육만 없었지 속된 말로 이거 씹상남자의 멘탈리티, 라고 할 수 있다.
4.
살짝 병신같은 모먼트로 아쉬운 부분이라면 이 새끼 결혼이 약간 꼬였다. 물론 태생부터가 꼬인 부분이라면 꼬인 게 주인공 주제에 특별한 능력도 재산도 외모도 뭣도 없다.. 소설 속에 제대로 표현되지는 않아도 아마 노력의 천재가 아닌가 싶지만, 책에 절대로 이 악물고 억지 노력하는 모습은 진짜 1도 안 나온다. 스토너가 노력하는 순간은 진짜 순수하게 스토너 자신이 하고 싶어서 하는 노력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상남자가 아닐 수 없다 이새끼...
5.
결혼으로 다시 돌아가서, 스토너는 제대로 된 연애도 못 해보고 한번 꽂힌 여자에게 빠져, 가진 건 불알 두 쪽밖에 없는 시절에 결혼에 골인한 병신이라 앞 날이 창창한 나이에 인생 난이도를 두세단계 올리는 삶을 살게 된다. (여자가 좀... 하... 그렇다...) 가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으나 스토너는 절대 울고불고 질질 짜지 않는다... 찌질하게 부인이랑 힘겨루기 싸움도 하지 않는다. 스토너는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부인을 포용한다. (물론 굳이 억지로 더 사랑하려 하지는 않는 부분은 인간적이며 한계적인 면모.. 이긴 하다)
6.
이 책은 인생에 조미료를 치지 않고 그대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한다. 아니면 아마도 조미료를 기막히게 쳐서 나는 이게 조미료 맛인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고 있는 그런 책이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까지 조망할 수 있을까? 눈 앞에 보이는 게 연극인 건 지 아니면 실제 감정이 담긴 상황인 건 지 구분이 안 가는 극을 오랫동안 감상한 느낌이다.
7.
마무리하며,
책을 존나 읽지 않는 내가 꼴에 책에 대한 동경은 있어서 고전들의 제목이나 어렴풋한 내용들은 대강 아는데도 '스토너' 라는 이 책은 진짜 독갤 와서 처음 들었다. 그만큼이나 내가 독린이란 걸 수도 있고 이 책이 스스로도 눈에 띄지 않으며 잔잔하게 살아남아 온 걸 수도 있다. (책 속 주인공마냥)
그렇지만 이거 존나 뭔가 있다.
이 책 존나 뭔가 있음.
이만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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