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군대에서 할 거 찾다가 책 읽고 싶어서 이방인, 설국, 인간 실격, 노르웨이의 숲, 호밀밭의 파수꾼 4\5권을 사게 됨.


읽은 순서는 이방인 -> 설국 -> 인간 실격 -> 노르웨이의 숲이고 호밀밭의 파수꾼은 곧 읽을 예정.


철들고 보통 순문학이라고 말하는 책을 각 잡고 읽은 게 이방인이 처음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읽어서 나머지 4권을 뒤에 구매했는데, 설국은 확실히 시대상이나 배경 같은게 잘 안와닿다 보니 엄청 재밌게 읽진 않았지만 눈의 흰 이미지도 잘 떠오르고 인물들 감정선이 서정적이라 분위기 있게 읽은 것 같음.


인간 실격은 몇 번 정도 더 읽어 봐야 제대로 책의 내용을 알 것 같긴 한데 처음 읽었을 때는 일단 주인공이 일반적인 사람하고는 아예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보니까 제대로 몰입하기가 좀 힘들더라. 사실 잘 기억에 남는 내용은 없음. 참피 주인공이 ㅈ대로 살다가 정신병원에 쳐박히고 끝나는 정도?


이 다음에 읽은 게 노르웨이의 숲인데 우선은 재밌었다. 사실 읽다보면 내가 야설을 읽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긴 했는데 어쨌든 책이 재미있으면 장땡 아님? 순문계의 라노벨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겠더라. 내가 웹소설로 활자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서 그런지 몰라도 휙휙 읽히는 게 결이 비슷한 것 같았음. 하루키의 서정적이면서도 깔끔한 문체가 뭔지도 이해할 수 있었고 마치 절제된 만연체 같은 느낌?


그런데 읽다 보니 궁금한 내용이 몇 개 있었는데 우선 1장 마지막에서 와타나베가 나오코가 자신을 사랑하지조차 않았다고 한 부분.


끝까지 읽고 내가 생각한 이유는 나오코가 자신을 절대 잊지 말아달라고 한 게 와타나베에게 일종의 저주를 건 셈이기 때문. 읽다 보면 와타나베에게 나오코라는 존재가 나오코에게 기즈키가 가지고 있었던 의미와 비슷하게 느껴짐. 결국 나오코는 기즈키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해버렸는데, 나오코는 이럴 생각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 지 아는 와타나베에게 본인을 잊지 말아달라고 했음. 보통 죽음이 얼마 남지 않은 인물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일부로 모질게 대하는 클리셰를 생각해보면 나오코가 주인공을 어떻게 생각했는 지 알 것 같음.


와타나베는 결국 나오코의 죽음을 이겨내긴 하지만 십 몇년이 지난 작 중 시점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을 듣자마자 괴로워하는 거 보면 나오코의 저주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음.


와타나베가 하쓰미랑 이어질 수 있었을지도 궁금했음. 궁금하다기 보다는 아쉬움? 와타나베가 하쓰미 집에 갔을 때 갑자기 폭풍 플러팅을 하는데 이새끼 하쓰미한테 관심있나 싶더라. 하쓰미가 재촉해서 말 한 거긴 하지만 나가사와랑 헤어지라고 종용하는 것도 물론 바람둥이로부터 해방시켜주고 싶은 마음이 크긴 했겠지만 사심이 있진 않을까 생각했음. 그런데 그렇게 나가사와가 좋냐는 질문에 하쓰미가 그렇다고 했을 때는 나도 덜컥하긴 하더라. 어쩔 수 없이 주인공에게 몰입하긴 했나봄. 하쓰미가 그만큼 매력적인 여자기도 했고. 그런데 이 대답 듣자마자 갑자기 주인공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집 나가는 거 웃기긴 했음.


이때 집에 남아서 술이나 한잔 더 하고 대화라도 좀 나눴으면 하쓰미의 비극도 막을 수 있었을까.


솔직히 제일 궁금한 건 결말부분임. 미도리의 너 지금 어디야 라는 질문에 주인공이 방황하며 이 상실의 시대 속에서 자신은 어디에 속해 있는가 라는 물음을 던지며 끝나는 부분 자체는 생각할 거리도 주고 괜찮았는데, 나는 미도리가 주인공을 진짜 다시 한 번 받아줬을 지가 제일 궁금했음. 제일 마지막으로 미도리가 했던 말이 다시는 자기에게 상처를 주지 말라고 했던 거기도 하고, 이 전에도 주인공이 미도리한테 너무 관심 없었던 적이 많아서 웬만하면 안받아줄 것 같긴 한데 또 한편으로는 주인공 때문에 원래 사귀고 있던 남자친구도 차버리고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을 받아줬던 미도리여서 또 잘 마무리 됐을 가능성도 있을 것 같긴 함.


와타나베가 전철에서 미도리 쪽지 열어 보는 장면은 진짜 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더라ㅋㅋ 근데 미도리 이 썅년 강의실 뒤편에서 키큰 남자랑 같이 있다는 묘사는 왜한거임? 시발


현 시점인 1장에서 주인공이 미도리 얘기 안하는 거 보면 하루키가 확실히 열린 결말을 의도한 것 같긴 한데 너무 궁금하다. 


어쨌든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노르웨이의 숲으로 처음 접해봤는데 지금 해변의 카프카나 태엽 감는 새, 기사단장 죽이기 등 하루키의 다른 책들도 구매의욕 만땅임. 어쨌든 일반인들도 재밌게 술술 읽을 수 있다는 순문학이라는 메리트가 좋은 것 같음.


그럼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