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바스티안 하프너는 <비스마르크에서 독일까지> 라는 독일 근현대사를 다룬 책에서 처음 접했다. 주로 독일인의 집단적 정신을 해부하면서 역사의 흐름을 되짚는다. 복잡한 문장이 종종 등장하지만 유머가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특히 저자 본인의 회고록으로 유년기-청년기까지 감정의 안테나가 예민하던 시기에 쓰여졌다. 게다가 그는 법대 연수생. 한참 생각 많을 시기에 생각 많은 일을 하는 인간의 시선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정밀한 안테나로 감지한 파시즘의 시그널.


기억에 남는 대목은 중간중간 나오는 화자의 로맨스이다. 혼란과 격동의 시기라 로맨스의 분량은 길지 않다. 하지만 섬세하고 낭만적이다.


옮기고 싶은 구절이 상당히 많지만 몇 구절 추려본다. 정치, 역사, 인간이 만드는 역학에 대해 관심이 있다면 강권하는 책이다.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인간이 집단을 이루고 산다면 앞으로도 영원히 시사하는 바가 많을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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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극소수의 사람들만(덧붙이자면 딱히 그들이 귀족이거나 부자도 아니다.) 인생에 대해서 뭔가 이해하고 인생에서 뭔가 이끌어 낼 줄 안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바로 이런 기본 정황 때문에 독일은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통치 방식에 적합하지 않다. 이런 기본 정황은 1914년부터 1924년 사이에 일어난 사건들 때문에 무시무시 할 만큼 악화되었다. 나이 든 세대는 자신의 이상과 확신을 의심하면서 소심해졌다. 그들은 부담을 덜려고 '젊은이'들만 바라보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에게서 기적을 기대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이 젊은이들은 공적인 소란, 센세이션, 무정부주의, 무책임한 숫자 놀음의 위험한 매혹밖에 아는 게 없다. 그들은 그저 이 모든 것을 자기가 본 것보다 더 커다란 규모로 직접 해보기만 기다렸다. 그러면서 모든 사적인 생활을 지루하다 '부르주아적이다' ‘고리타분하다'고 치부했다. 대중은 무질서의 온갖 센세이션에도 익숙해졌다. 게다가 그들 속에 남아 있던 마지막 커다란 미신, 즉 그동안 맹목적이고 교조적 으로 칭송해온 전지전능하신 성 마르크스의 마법적인 능력과 그가 예 언한 역사 발전의 필연성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