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되던 어느 여름날 저녁, 후카가와에서 히라세라는 요리점 앞을 지나가다 문 앞에 멈추고 있던 가마의 가리개 밖으로 드러난 새하얀 맨발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그의 예리한 눈에는 사람의 얼굴처럼 복잡한 표정을 가진 발이 보였다. 그에게 그 여인의 발은 살로 만들어진 보옥이었다. 엄지부터 시작하여 새끼발가락에서 끝나는 섬세하고도 가지런한 발가락 5개, 에노시마 해변의 조가비보다 더 선명한 연분홍 발톱, 구슬인양 매끈한 뒤꿈치, 바위 틈의 청렬한 물이 쉴새 없이 적셔주는 듯한 촉촉한 살결. 이 발이야말로 뭇 남자들의 생피로 살쪄가며 남자의 몸뚱이를 짓이길 발이었다.
화창한 햇살이 강물을 비추고, 널따란 다다미 방은 불타듯 환하다. 수면에서 반사된 광선이 무심하게 잠든 여자 얼굴과 장지문에 금색 물결을 그리며 일렁인다.
강 건너 도사번 저택 위에 달이 걸리고 강기슭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집집마다에 달빛이 꿈처럼 쏟아질 무렵, 문신은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았고 세이키치는 부지런히 촛불 심지를 돋우고 있었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신(어문학사 - 경찬수 역)
4년째가 되는 여름의 어느 저녁, 후카가와의 요정 히라세이 앞을 지나고 있을 때, 그는 문득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가마의 주렴 밑으로 드러난 여자의 새하얀 맨발을 보았다. 예리한 그의 눈에는 사람의 발이 그 얼굴처럼 복잡한 표정을 가진 듯 비쳤다. 그에게 그녀의 발은 귀중한 살로 만들어진 보석이었다. 엄지에서 새끼까지 가지런하게 이어진 섬세한 다섯 발가락의 헝태, 에노시마 해변의 연분홍 조개 같은 발톱의 색, 구슬처럼 동그스름한 뒤꿈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에 씻은 듯한 피부의 윤택, 이 발이야말로 남자의 피를 먹고 남자의 몸을 짓밟는 발이었다.
강에 내리쬐는 화창한 햇빛이 반사되어 네댓 평의 방 안에 이글거리듯이 비쳤다. 수면에서 반사된 광선이 무심하게 잠든 소녀의 얼굴과 장지문의 창호지에 금빛 파문을 그리며 흔들거렸다.
강 건너편 도사 번주의 저택 위에 달이 걸리고, 꿈같은 그 빛이 강변 집들의 방으로 흘러들 무렵에도 문신은 아직 반도 완성되지 않았다. 세이키치는 촛불을 켜고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신(을유문화사 - 김영식 역)
2021년에 어문학사판 문신을 읽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푹 빠졌었는데
최근에 산 단편집(을유)을 읽다 보니 같은 단편인데도 내가 21년에 읽으면서 느꼈던 다니자키만의 뉘앙스라고 해야 하나? 세련되면서도 금방 넘쳐흐를 것 같은 아슬아슬한 관능의 느낌이랄지, 그런 게 잘 안 느껴지더라
너넨 어떻게 생각함?
화창한 햇살이 강물을 비추고, 널따란 다다미 방은 불타듯 환하다. 수면에서 반사된 광선이 무심하게 잠든 여자 얼굴과 장지문에 금색 물결을 그리며 일렁인다.
강 건너 도사번 저택 위에 달이 걸리고 강기슭에 점점이 흩어져 있는 집집마다에 달빛이 꿈처럼 쏟아질 무렵, 문신은 아직 절반도 끝나지 않았고 세이키치는 부지런히 촛불 심지를 돋우고 있었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신(어문학사 - 경찬수 역)
4년째가 되는 여름의 어느 저녁, 후카가와의 요정 히라세이 앞을 지나고 있을 때, 그는 문득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가마의 주렴 밑으로 드러난 여자의 새하얀 맨발을 보았다. 예리한 그의 눈에는 사람의 발이 그 얼굴처럼 복잡한 표정을 가진 듯 비쳤다. 그에게 그녀의 발은 귀중한 살로 만들어진 보석이었다. 엄지에서 새끼까지 가지런하게 이어진 섬세한 다섯 발가락의 헝태, 에노시마 해변의 연분홍 조개 같은 발톱의 색, 구슬처럼 동그스름한 뒤꿈치, 바위틈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에 씻은 듯한 피부의 윤택, 이 발이야말로 남자의 피를 먹고 남자의 몸을 짓밟는 발이었다.
강에 내리쬐는 화창한 햇빛이 반사되어 네댓 평의 방 안에 이글거리듯이 비쳤다. 수면에서 반사된 광선이 무심하게 잠든 소녀의 얼굴과 장지문의 창호지에 금빛 파문을 그리며 흔들거렸다.
강 건너편 도사 번주의 저택 위에 달이 걸리고, 꿈같은 그 빛이 강변 집들의 방으로 흘러들 무렵에도 문신은 아직 반도 완성되지 않았다. 세이키치는 촛불을 켜고 열심히 작업에 몰두했다.
- 다니자키 준이치로, 문신(을유문화사 - 김영식 역)
2021년에 어문학사판 문신을 읽고 다니자키 준이치로에게 푹 빠졌었는데
최근에 산 단편집(을유)을 읽다 보니 같은 단편인데도 내가 21년에 읽으면서 느꼈던 다니자키만의 뉘앙스라고 해야 하나? 세련되면서도 금방 넘쳐흐를 것 같은 아슬아슬한 관능의 느낌이랄지, 그런 게 잘 안 느껴지더라
너넨 어떻게 생각함?
위는 ㄹㅇ변태인거 같은데
어문학사가 잘 살린 듯 - dc App
위가 압살하네
위가 훨씬 좋은 듯 깔끔하고 - dc App
어문이 운문적이고 을유가 산문적이라, 컨디션 안 좋으면 을유로 읽고 컨디션 좋으면 어문으로 읽을듯
원어가 어떻게 되었는 가는 모르겠으나 한글로 읽기에는 을유가 문장력이 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