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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 중 니체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대중적인 인지도와 철학적 성취 양면에서 인정받으며 이름만으로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학자가 몇이나 되는가? 특히나 철학이라는 학문에서 말이다.


  <비극의 탄생>은 그의 첫 저작이다. 그는 책 출간 후 몇 년 뒤에 추가한 ‘자기비판의 시도’라는 서문에서 <비극의 탄생>을 그가 시도한 최초의 학문적 고찰이라 평한다. 그와 동시에 열정만 넘치는 경망스러울 정도이자 체계적이지 못한 처녀작이라는 평도 함께 내린다. 실제로, 책 자체는 어딘가 엉성한 느낌과 더불어 엄밀하지 못한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자기비판의 시도’에서는 접근 방식 자체가 잘못된 작품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책의 내용은 제목 그대로 비극의 탄생, 그리스 비극의 태동과 쇠퇴, 그리고 부활에 대한 니체의 견해를 보여준다. 그의 고찰은 당시에 가장 행복하고 풍요로웠을 그리스 민족이 어째서 비극이라는 예술을 발전시켰는지 에서 시작한다. 니체는 그리스 비극을 일명 아폴론적인 것과 디오니소스적인 것, 두 가지의 예술 충동이 서로 투쟁하면서 탄생한 예술이라 정의한다. 그와 더불어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에 이르러 비극의 예술 체계가 어떻게 붕괴하였는지, 이후 등장한 소크라테스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어떻게 예술이 단순히 여흥거리에 전락하고 학문적인 태도로 다루어지게 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적인 사고방식의 한계와 그리스 비극의 부활을 가능케 할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룬다.


  흔하게 떠오르는 철학 저서들(순수 이성 비판, 대표적으로)을 생각하면 니체의 텍스트는 독특하다. 연설하는 것처럼 자신이 분석한 내용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군중들을 상대로 진리를 설파하는 열기가 느껴진다. 그렇기에 철학서라는 분류임에도 너무나도 재밌다. 그의 문장은 딱딱하지 않고 생동감이 넘친다. 가장 분석적이어야 할 부분에서 그는 자신의 감정을 분출한다. 현재 존재하는 학자들을 상대로 도발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기존의 통념에 반기를 들고 맞서는 데에도 적극적이다. 니체라는 이미지에 어울리게 그는 자신의 책을 학문적인 교재가 아닌 감성적인 시로서 보여준다. 들판을 내달리듯이 작가의 사고의 흐름은 앞으로 뻗어나간다. 언급했듯이 엄밀하지 않지만 그 사이에 눈에 띄는 오류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듣기로는 <비극의 탄생>은 니체 철학을 처음 접할 때 추천되는 책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체계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면 다른 저서들로 니체에 다가서는 게 좋을 수도 있지만 그냥 책 자체만 떼어놓고 읽어도 괜찮은 저서라 생각한다. 철학서하면 떠오르는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책도 아닐뿐더러 예술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본 사람이라면 하나의 돌파구로 여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이해하는 건 선택하는 본인 몫이지만.


  개인적으로 읽는데 번역의 공이 상당히 컸던 것 같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설국과 더불어 번역이 잘됐다라고 느껴지는 듯하다. 물론 원어로 읽어보지도 않고 다른 역본과 많이 비교해 본 것은 아니지만 읽는데 독해가 안 될 정도의 큰 불편함이 없기는 물론 - 나 ,의 사용 등으로 책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는 노력이 많이 보였다. 두 명의 역자가 서로 공동으로 교류하며 작업했다고 하는데 후기를 보면 기존의 역본들에 불만을 느껴 직접 번역을 했다고 한다. 듣기로는 역자 중 한명은 어릴 때 독일에서 살았다던데 나름 신뢰도를 주는 정보 일려나....? 내가 읽은 역본은 읻다 출판사의 역본인데 혹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참고해보길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