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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한국과학문학상 시리즈

https://gall.dcinside.com/m/reading/622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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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갤의 아이돌(?), 독갤의 아웃풋(?) 작가인 김쿠만이다. 예전에 단편 몇 개 깔짝인 적은 있는데 각 잡고 제대로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물론 각잡고 읽었다고 해서 각잡고 리뷰하는 건 아니고 가볍게 가볍게 읽는 정도지만...

근데 이 작품도 엄청 깊게 파고들지 않게 하는 그런 게 있다. 뭐랄까, 경쾌함이란 단어가 좋을 듯하다. 경박한 건 아니고, 그렇다고 유쾌할 정도로 유머러스한 건 아니지만, 긍정적인 가벼움이 이 단편의 리듬을 이룬다. 근데 작품 주요 반전 스포 있어서 알아서 거르셈.

정체를 알 수 없는 1인칭 화자로 시작해 판교의 회식 자리로 서문을 열고, 그렇게 시작된 잡플래닛 평점 2점 좆소 게임회사의 썰풀이 같은 이야기가 시작된다. 주연은 '연우 님'이라고는 하지만 연우 님조차 주연 자리를 꿰찰 정도로 비중이 그렇게 큰 건 아니다. 물론 다른 인물에 비하면 얘 말고 주연할 사람이 없으니 주연이겠지만 말이다.

사람이 아닌 것으로 주연을 확장하면 이 작품의 주연은 '판교와 그곳에 세워진 좆소 게임회사와 그 좆소가 만들려던 프로젝트 AAA와 거기에 심긴 인공지능'쯤 된다. 바꿔말하면 이 작품은 '주연'의 개념이 되게 애매모호하다. 무엇이 주인공이냐고 하기엔 무엇을 내세워도 어딘가 걸리적거리는 것이 있다. 어쩌면 이 작품 자체가 인공지능이 주저리주저리 썰 풀던 것에 지나지 않았으니, 썰의 특징이 으레 그렇듯 일목요연하지 않고 산발적인 건 당연한 처사 아닐까?

물론 이러한 요인은 까라면 깔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앞서 말한 '경쾌함'이 이 작품을 이끄는 주요한 리듬이 되는 만큼 그런 건 아무래도 좋을 것이 되어버린다. 좆소에서 굴려지고, 답 없는 낭만주의자 행보를 보이던 대표의 삽질과 주주의 분노와 그로 인한 프로젝트 폐기와 박살 난 개발자들의 커리어...... 그리고 지하 4층 서버에 유배된 게임과 그 속 인공지능까지. 오랫동안 채금 먹다가 간신히 풀려나 떠드는 만큼 두서 없이 떠드는 것쯤이야 당연한 일 아닐까? 아님 말고.

좆소 회사의 프로젝트 AAA를 둘러싼 흥망성쇠 과정은 작품의 주요한 전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작품을 진짜로 이끄는 주요 소재는 '과거'다. BAR MARIO부터 1970~1980년대 노래, 소닉, 스타와 롤 세대, 과거에 묻혀 현재와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들, 추억에 관해, 그리고 수미상관의 결말과 제목의 "옛날 옛적 판교에서는"까지. 추억에 빠지지 않고선 살아갈 수 없는 나약한 인간 본성을 다루기라도 하는 것일까?

사실 그런 거창함은 없다. 노노히 말하지만 이 소설은 '경쾌'하다. 막 진지하게 파고들자면 파고들 수 있겠지만, 소설의 재미를 좇아가면 그런 진지함보다는 과거를 향유하는 일에 대해 소소한 즐거움을 얻는 것에 족할 것이다. 추억은 현재를 살아갈 힘이다... 같은 고리타분한 것 같으면서도 그럴싸한 얘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걸 보면 대충 그런 것 같다.

소설의 화자로 등장하는 인공지능도 소소한 반전이었다. 사람 이름에 자꾸 님님 자 붙여서 위화감이 있었는데 알고보니 AI였다. 익숙하다면 익숙한 반전이지만 이 소설이 SF로 성립하게 된 건 이런 서술트릭을 겸한 AI 화자 덕분이 아닌가 싶다. 물론 결말은 미래로 훅 뛰어가서 인공지능에겐 '현재'이자 '현실'로 겪었던 일들이 한순간에 '과거'이자 '추억'이 되어 몇 없는 플레이어들에게 썰 푸는 수준으로 전락했지만 말이다.

프로젝트 AAA가 엎어지면서 여기에 참여한 개발자들은 누구에게도 증명할 수 없는 커리어 한 줄이 생겼는데, 이건 그 프로젝트 AAA 속 인공지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인공지능이 전해들은 1만 단어(연우 님이 쓴 소설이 때려박힌)로 전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뭐가 있겠는가. 자기가 개발 과정에서 보고 들은 것들, 입력된 것들이겠지. 하지만 그건 입증할 수 없게 됐다. 진실이어도 그만, 아니어도 그만이다.

듣는 이에겐 아무래도 좋은 이야기다. 그래서 더더욱 본인이 그 과거를 어떻게 여기느냐가 중요하겠지. 아무래도 인공지능은 그걸 '추억'으로서 계속해서 회상하길 택한 듯하지만.

이런 내용은 함부로 무게 잡고 진지하게 떠들려고 했다간 짜칠 수 있는데, 그런 걸 '경쾌함'이 잘 무마해준 티가 났다. 마지막에 인공지능의 썰을 들은 스물네 번째 패트릭이 좋은 이야기였다고 하다가도 출처가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라는 것에 코웃음 치며 나가버린 것이 그러했다. 좋은 이야기가 진실되려면 당사자성을 가져야만 할까? 인공지능의 썰은 그 옛날 판교의 개발자들 이야기일 뿐이고 본인의 이야기는 못 되는 걸까? 그런 게 꼭 중요한 걸까? 출처를 듣기 전까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경쾌하기에 오히려 진지해질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가볍게 남긴 발자국이 가볍게 되지 않는 건 비평의 영역이 아닐까~~~

뭐, 이런 것도 다 기본적인 필력과 재미가 있었기에 가능한 얘기다. 겉절이 특유의 노잼 노개성 과다낭만 감성으로 접했으면 지랄 똥싼다고 생각했을 텐데ㅎㅎ

우수상과 비교하면 더더욱 차이 난다. 이거 읽고 김필산까지 읽으니까 더더욱 우수상은 그냥 "에이 우리가 그래도 페미니즘/pc 주제로 하나는 뽑아야지" 해서 준 거라는 생각이 더더욱 든다.

솔직히 전뇌화한 소수자의 목소리를 살리네 마네 하는 것보다 사장되었다가 한참 뒤 미래에 발굴된 AAA 게임(일뻔했던 것)의 인공지능이 초딩 과제로 부활해서 몇 없는 플레이어에게 자기 목소리를 전하는 게 더 울림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여

아님 말고.

여담으로 작가노트에 독갤 언급은 없지만 의식한 발언은 있더라. 궁금하면 직접 읽어서 확인해보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