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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에서 장제스의 패배는 국민당의 무능과 부패로 알려져 있다. 마오쩌둥은 국토대장정과 인민들의 호응을 얻어 대륙 통일을 이루고 국민당을 대만으로 쫓아냈다. 일본이랑 일기토를 하던 국민당이 어째서 패배했을까?
<중일전쟁>의 저자 래너 미터는 장제스를 어느 정도 변호한다. 장제스의 부정적인 인식은 서방의 오만과 실수를 덮으려고 생겼다는 것이다. 유럽과 미국이 히틀러에 한 눈 팔고 있을 때, 아시아에서 일본제국을 혼자 상대했던 것은 장제스의 국민당이다. 당시 대륙은 사분오열 상태였고, 각 지에서의 군벌은 일본을 몰아내려는 인식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었으나 장제스의 힘을 두려워했다.
중국은 열강들의 닭다리였다. 아편전쟁과 의화단 운동으로 중국은 열강들과 불평등 조약을 맺고, 신해혁명으로 군벌 시대가 열린다. 일본은 세력 팽창의 야욕을 감추지 않고, 한반도를 삼키고 만주를 호시탐탐 노리게 된다. 일본제국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청과 러시아를 차례차례 격파하고, 열강의 자리로 올라간다.
<중일전쟁> 제1장 "이와 입술의 관계 : 몰락하는 중국, 떠오르는 일본"은 명문이다. 당시 격동하는 아시아 정세를 그렇게 길지 않은 분량으로 적절하게 정리했다.
"1921년, 이러한 격변의 와중에 신출내기 조직이었던 '중국공산당'이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 사회주의는 청말에 중국으로 유입된 많은 사상 중 하나였다. 이념의 급진적인 제창자들은 1919년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면서 한층 고취되었다. 베이징대학의 도서관 주임 리다쟈오는 "볼셰비즘의 승리는 20세기 세계 인류 개개인이 마음속에 있던 공동의 자각과 새로운 정신의 승리다"라고 선언했다. 베이징대학 문학과장 천두슈 또한 이 모임에 있었다.(젊은 마오쩌둥은 리다자오의 도서관 조수 중 한 명이었다.)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중국의 사회적 문제, 특히 중국 안에 있는 제국주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여겼다. 하지만 낙관주의자들도 중국이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부인하기 힘들었다. 혁명은 실패한 것처럼 보였다. 중국은 어떻게 해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래너 미티는 통용됐던 인식과 다르게 장제스를 다소 온화한 시선으로 보고 있다. 기존의 시각은 국민당의 무능과 부패에 맞춰졌다면, 래너 미티는 국민당의 어려움에 초점을 맞췄다. 예를 들어 국민당의 무능과 부패를 서술하는 장면에서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상세하게 서술한다. 하지만, 장제스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즉, 국민당의 패배가 오로지 장제스 탓은 아니다.
장제스는 홀로 일본제국과 싸웠지만, 실책도 많았다. 상하이 오폭(검은 토요일), 황허강 제방 폭파, 수도 난징에 대한 우유부단함 등이 있다. 상하이 오폭은 일본 군함을 폭격하러 가는 도중 실수로 발생했다. 실수의 원인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훈련 부족 가능성이 높다. 국민당이 독일식으로 훈련받은 정예라고 해도 전문(공군, 해군과 같은) 교육은 미비했다. 황허강 제방 폭파는 저자의 의미심장한 평가가 있다.
"오늘날 우리는 국민당의 행위를 되짚어보면서 그들이 우한에 매달리지 말아야 했다거나 제방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행위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논쟁을 벌일 수는 있다. 그러나 1938년의 무더운 여름, 장제스에게 유일한 희망은 가능한 한 일본의 진격을 지연시키면서 중국 내륙에서 장기 항전을 위한 최상의 여건을 만들어내고 일본의 만행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을 유지하는 얼이었다. 홍수를 통한 잠깐의 지연 또한 전략의 일부였다. 국민당의 영혼 안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갈등에서 적어도 한동안은 냉혹한 계산이 승리를 거두었다. 제방 파괴로 인한 재앙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국민당 스스로 용서를 빌어야 할 일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들에게는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이러한 고군분투는 냉혹한 계산이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중일전쟁"은 중국인들의 뿌리를 생각하게 했다. 군벌이 우후죽순 솟아나고 있을 때 일본제국은 만주사변과 루거우챠오 사건을 통해 착실히 중국 내부로 진입했다. 이미 황허강 제방 폭파가 일어나기 전 난징이 함락되었고, 난징 괴뢰 정부가 세워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이런 절체절명에서 항일이냐, 갈등이냐는 옳고 그름의 문제로 변했다.
시선을 잠시 돌려, 저자 래너미티는 공산당에 냉혹한 시선을 보낸다. 국민당이 피를 흩뿌리고 있을 때 공산당은 자신들만의 "산·간·닝 특별변구"에서 세력을 착실히 키운다. "사실은 마오쩌둥과 공산당은 결코 '항일의 주역'이라고 너스레를 떨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공산당의 항일은 지극히 기회주의적이었으며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었다. 이들의 논리는 장제스 타도가 곧 항일이며 일본과 직접 맞서 싸우는 것은 그다음 일이라는 식이었다."라고 래너미티는 평가한다.
일본의 마오쩌둥 전문가 "엔도 호마레" 교수는 당시 마오쩌둥과 일본 제국이 비밀리에 불가침 협정을 맺었다고 한다. 권성욱 작가(중일전쟁 저자)는 이 주장은 논란이 많다고 한다. 만약 정말 마오쩌둥과 일본제국과의 밀약이 있었다면 장제스와 소련이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훗날 마오쩌둥이 "국민당과 일본제국의 갈등은 공산당에 이득이 된다. 우리는 전력의 70%는 국민당과 일본제국의 갈등에, 20%는 국민당에, 10%는 일본군에, 우린 마지막에 안방을 차지하면 된다."라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조금 과하게 음모론을 말해보자면, 루거우챠오 사건처럼 공산당이 개입하지 않았을까? 물론 음모론이다.
장제스를 언급하면 스틸웰을 빠트릴 수가 없다. 장제스는 스틸웰에게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스틸웰은 국민당이 일본 제국과의 전쟁에 소극적이라고 비판한다. 스틸웰은 적극적인 공세를 주장하지만 국민당은 그럴 여력이 없었다. 또한, 국민당과 서방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도 매우 달랐다.
"문제는 중국과 서구가 서로 전혀 다른 관점에서 중국의 처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서구 연합국들이 보기에 중국은 일본군에게 온갖 괴롭힘을 당하는 동안 미국과 영국이 나타나 자신들을 만행으로부터 구해주기만을 무릎 꿇고 간절히 기다리는 애처로운 나라였다. 반면, 장제스와 대다수 중국인의 생각은 자신들이야말로 추축국의 침략에 맞서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림 없이 싸워온 맞수였다. 전쟁을 그만둘 기회가 수없이 있었지만 중국은 외부의 개입 가능성이 제로인 절망적인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제는 그들과 동등한 열강으로 대접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중국의 연합국위원회Allied Commission 참여나 충칭에 ABCD(미국·영국·중국·네덜란드) 합동참모본부를 설치하게 해달라는 요청은 거부당했다. 영국인이나 미국인 어느 쪽이건 장제스를 진정한 동맹자로 대우하거나 중국을 주전장主戰場으로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제스가 정말 골치 아팠던 사실은 스틸웰과의 갈등을 숨겨야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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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너미티의 <중일전쟁>은 "중일전쟁" 전체를 조망하며, 장제스와 서방(미국)의 실패를 논한다. 국민당과 서방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맞물리지 않았다. 국민당은 일본 제국을 혼자서 막아내고 있는 일등공신이라 생각하고, 서방은 국민당을 "먹이 주세요"라고 입을 벌리고 있는 새끼 새 취급을 했다.
책은 한번 만 읽어도 되는 책이 아니다. 여러 번 시간 날 때마다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일전쟁"에서 국민당의 역할을 재고하는 시간을 가졌다. 21세기, 현재 세계는 다시 한번 총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본인은 대한민국이 과거처럼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는 국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국력으로 주변국을 찍어 누룰 수도 없다. 오로지 외교로 통해 피해를 최소화해야 하는데 그것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장제스와 서방의 문제점을 서로의 시각 차이가 너무나도 심했다는 것이다. 우리도 외국과의 시각을 좁히는 외교를 해야 하지 않을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어부지리로 누군가(중일전쟁에서 마오쩌둥과 같은)가 이익을 가로챌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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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항아리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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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저 책이랑 번스타인 책을 읽고 느낀 건 장제스에게 상황이 너무나 안 좋게 흘러갔다는 거? 장제스도 실책이 있었지만 악조건에서 나름 최선을 다한 게 아닐까 싶어. - dc App
ㅇㅇ오폭도 장제스가 소식 접하고 아마 책상 위에 있는거 다부셨을듯ㅋㅋㅋ 억까가 좀 있었던거같다. - dc App
좋은리뷰 잘봤어. 이건일 국방대 명예교수가 쓴 군벌에서는, 국민당의 패전 원인을 전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의 부재에도 있다고 보더라. 국민의 대부분이 농노인 나라에서, 공산당은 평등한 사회를 약속하는 자신들의 이념을 국민에게 알리는 정치활동에 힘을 쏟는 반면 국민당은 이에 적절하게 대등하지 못한게 패배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
땡큐. 정치의 부재라.. 맞는거같아. 우리가 흔히 국민당은 부패가 심했다고 하던데 저자는 변명을좀 해주더라. 병사들 갈려나가고, 대기근까지 벌어지고 무기사야해서 세금은 또 빡시게 걷고. 또, 국민당 간부들한데 월급이 제대로 안돌아가니 부패가 심해지고.. 점점 지지율 나락으로 가는거지. 이건일 교수님 저작도 한번 봐야겠답!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