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이론서라기 보단 드립도 섞어가며 쓴 그냥 재밌는 책임

모더니즘, 사실주의, 고전주의 등 이론적인 부분을 지속적으로 논하지만 현학적이거나 정치하진 않다.
다만 우리 시대 가장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비평가 중 한 명이면서도 이념에 따라 화석화돼버린 사실주의를 구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기도 하고 역시 이념에 따라 사실주의에 포획된 문학을 구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점이 재밌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이론적인 거 보다 이글턴의 섬세한 분석력이 중간중간 반짝이면서 도대체 문학을 '잘' 읽는다는 건 무엇인지 실례로써 보여주는 게 진짜다.

가장 감동적인 부분은 하디의『무명의 주드』비평인데, 여기서 이글턴은 자신의 옛날 비평을 비판하면서 주드를 비롯한 남성 위주의 시선과 서사에 묻혀버렸지만 그럼에도 끈질기게 자신을 유지하는 여주인공 수를 구출하는 비평을 하고 있음.

문학 작품이 보여주는 인물과 세계는 작가가 언어로 창조한 것일 뿐이며 그 밖에서는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고 수차례 강조한 이글턴이지만 작가가 창조한 인공적인 언어의 세계도 예민한 감수성과 폭 넓은 시야로 섬세하게 분석해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우리는 작가의  언어에 그저 매혹되지만 말고 풍부한 감수성으로 세심하게 분석할 수도 있어야 한다.

이 점이 문장을 탐미할 것을 요구하는 미시마 유키오의『문장독본』과 근본적인 차이점이다.

또 이 책에서 보여주는 압권은「바아 바아 검은양」이라는 동요를 계급투쟁의 알레고리로 해석하는 걸 밀어붙이는 부분인데, 여기서 이글턴은 '도대체 문학작품의 비평이 말되게 하는 건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살살 건드면서 해석을 밀어붙인다.

결국 이글턴은 일관된 논리로써 문학 작품의 언어를 근거로 한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기준을 제시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다. 물론 언어라는 것 자체가 사회성을 갖고 있기에 문학 외적인 제한선도 살며시 인정하기는 한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