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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의 맨손으로 원자로에서 나온 파편과 핵연료를 치우는 젊은 병사들에게 큰 감동을 받았다." 라고 우크라이나 에너지전력부 장관 비탈리 스클랴로프가 회고했다.

"하지만 그곳의 방사능 수치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누가 그런 명령을 내렸는가? 이런 미친 짓과 범죄가 어떻게 영웅적 행동으로 묘사된단 말인가?"

311p - 14장 희생자 집계







10

"체르노빌" 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여러가지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잠재력 높은 대도시였으나 한 순간에 폐허가 된 '프리퍄트'의 전경,

칙칙한 색의 방사능 보호복을 입고 방사능 낙진을 씻어내는 '인간 로봇'들의 모습,

방사능 피폭의 후유증으로 병원에서 피부가 썩어가는 환자들의 모습 등등...

거의 모든 이미지가 끔찍하고 처참한 광경이다.



혹은 당신이 걍 겜창이라면,

배틀그라운드의 '에란겔'이나,

스토커 시리즈의 '존',

또는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에서 체르노빌을 굴러다니던 '위장완료'와 '원샷 원킬' 미션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작가도 이 점을 알고있는지, 서문 부분에서 스토커와 콜옵을 언급해준다.



이 책의 서문은 작가가 현재 관광지가 된 프리퍄트를 방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앞선 두 게임의 영향을 받아 프리퍄트로 놀러온 한 커플과 함께,

작가는 과거 소련시절을 회상하며 프리퍄트 곳곳의 모습을 묘사한다.

나는 폐허덕후 기질이 조금 있어서 이 장면이 꽤 재밌었다.

그렇게 독자의 흥미를 효과적으로 끌어내며 <체르노빌 히스토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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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히스토리>

내 평점: 5/5

17

개쩌는 책이었다.

몰락해가는 초강대국 소련과 무시무시한 핵괴물간의 전쟁을 이토록 장엄하고, 깊게 표현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점은,

책의 초점이 당시 소련의 고위층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체르노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거시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데에 아주 효과적이었다.



그러한 점에서 "재앙에 대처하는 국가의 대응 방식"이라는 이 책의 부제목은 정말 잘 지어졌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이 책은 당시 소련의 대응 방식에 집중한다.



가끔 체르노빌 사건때 소련이 완전히 손놓고 방치했다거나,

고위층들은 뒤에서 몸 사리고 책임 회피하기 바빴다거나 하는 식으로 이 사건을 알고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점을 말 해주고 싶다.


이 사건은 말 그대로 "전쟁"이었고, 누구할 것 없이 이 핵괴물을 통제하기 위해 자신의 건강을 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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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시로, 당시 80세의 소련 중형기계제작부 장관이었던 예핌 슬랍스키가 있다.


소련의 중형기계제작부는 "국가 속의 또다른 제국"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권력과 자원을 가진 기관이었다.

그런 곳의 장관이나 되는 사람이 방사능 낙진지대를 돌아다니며 직접 정찰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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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고위층들이 인력 갈아넣기를 하지 않은 것은 또 아니다.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전쟁에 투입되었다.


소련은 자신이 가진 인적, 물적 자원을 있는 대로 쏟아부었고, 그 인력 중 대부분은 군인들이었다.


이 체르노빌 사건을 "전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결코 비유적 표현이 아니라는 뜻이다.








3

단지 체르노빌 사건에 관심있는 사람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아주 다방면의 사람들에게 재미있게 읽힐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건 자체가 워낙에나 역동적이었다보니, 흥미로운 포인트도 정말 다채롭다.






첫째로, 소련이라는 국가의 모습과 그 내부체제에 흥미가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무엇이든 그 본질은 위기상황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고 했던가.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당시 소비에트사회주의연방의 실체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핥아볼 수 있었다.


국가 구조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국가의 영토는 어떤 식으로 분할하고 관리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갑작스러운 일이 생겼을 때, 그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또한 그 부작용까지.


소련이라는 국가를 아주 탈탈 털어먹을 수 있었다.

이런 부분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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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세계사, 그 중에서도 냉전시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싶다.


체르노빌 사건은 단지 소련에만 국한된 사건이 아니다.

원자로에서 뿜어져나온 방사능은 철의 장막을 넘어 유럽까지 날아갔다.


그러니 당연하게도 사건은 국제적 스케일로 커졌고, 당연하게도 서방세계와 소련간의 프로파간다 전쟁이 벌어졌다.


어떻게든 정보를 더 캐내려는 서방세계 기자 및 스파이들과 소련의 KGB간의 공방전의 묘사가 정말 치열하며,


고르바초프로 대표되는 소련 고위층과 레이건으로 대표되는 미국 고위층 간의 신경전 또한 정말 흥미진진 했다.


미국은 진실 한 스푼에 거짓 한 바가지를 들이부어 신문에 실었고, 소련에 대한 극단적인 정보들을 뿌렸다.


소련은 자신들의 이미지에 손상이 갈 수 있는 정보들은 드러내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했다. 심지어 자신의 자국민에게도.


'공황상태'를 방지한다는 명분 아래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 했고, 그 대가는 참혹했다.


이런 냉전시대 외교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정말 흥미진진할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세계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을 표현들이 많았다.

소련을 거대한 "회사"라고 표현한다던지,

우크라이나를 "소련의 빵바구니"라고 표현하는 등,


조금 이런 쪽에 지식이 있다면 반가운 표현들, 또는 참신한 표현들이 많았다.







펄-럭

정말 방대하고 장엄한 스케일을 다루고 있음에도,

눈물 날 정도로의 감동과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스릴이 가득 담긴 책이었다.



제27차 공산당 대회에서의 무리한 경제계획을 시작으로,

불량품과 문제 투성이인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의 RBMK 원자로 설치,

과거 사건으로부터 문제점을 학습하지 못 하고 생겨난 문제들,

원자로 운영팀의 안전위반으로 인한 금요일 밤의 폭발,

원자로에 붙은 불을 진압하기 위한 소방관들의 눈물겨운 사투,

사고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한 운영팀의 사활을 건 뒷수습,

긴급하게 소집된 사고대책위원회,

시민들의 프리퍄트 대탈출,

원자로를 잠재우기 위한 사고대책위원회의 사투,

국제 정보전,

낙진 제거, 그리고 원자로를 뒤덮을 거대한 지붕 건설을 위한 수십만 인간로봇들의 투입,

국제 프로파간다 전쟁,

사고수습 후 모든 책임을 씌울 정치적 희생양 만들기,

체르노빌 사건을 다루는 작가들을 필두로 한 환경단체로부터 시작되는 소련의 분열,

그리고 우크라이나의 독립까지.



이 장엄한 체르노빌 대서사시를 나만 읽는다는 것은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들 몇 장 올리면서 감상문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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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관들의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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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로봇들의 사명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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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