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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아이스링크와 팽 선생은, 비록 결이 다를지라도, 일상 속에 스며드는 사건들을 다뤘다면


제3제국은 일상에서 벗어난 휴양지라는 배경 덕분에, 사건들이 꿈속을 방황하게 만들기보다는 강제적으로 현실로 내몰리게 하는 느낌


사후에 발굴된 작품이기도 하고,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면 꽤 슴슴한 맛이지만...


어쨌든 볼라뇨 특유의 간결한 글쓰기 덕에 적당히 페이지 넘기며 읽었음




어쩌다 보니 볼라뇨도 SF의 유령들과 2666만 남았네


미번역 중편인 한 편의 룸펜 소설을 제외하면 국내에 나온 볼라뇨 책은 거진 읽은 듯


여전히 개인적인 입문작인 동시에 최고작인 야만스러운 탐정들만큼의 고점을 느낀 작품은 없지만..


야만탐정이 내게 남긴 흔적들을 계속해서 새롭게 수정하고 갱신하는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전혀 아까운 시간이 아니었음


아마 2666까지 완주하고,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재독하면 또 달라지겠지


물흐르듯 이어지는 묘사 틈새로 비집고 들어와 무심히 새로운 선을 그리는 상념이라던가


일반적인 소설들처럼 서사를 진행하며 다양한 요소들을 한 점으로 수축시키는 대신 산발적으로 풀어놓고, 그 궤적들을 그려가며 공명하는 울림에 대한 직관을 유도한다던가


볼라뇨에게만 귀속되는 감상은 아니겠지만, 볼라뇨를 어떻게든 읽어가게 만드는 원동력이자 볼라뇨라는 이름이 내게 남긴 유령들임


2666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실망하더라도 이 유령은 다른 작가들, 다른 책들에 들어붙어 끊임없이 증식하지 않을까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