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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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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버메트릭스의 창시자인 빌 제임스가 이 새로운 방법론을 야구에 대한 객관적 지식을 찾고자 하는 연구라고 정의한 바, 선수들의 능력치를 수치로 기록하고 통계하려는 시도는 경험과 감에 의존하여 선수들의 역량을 판단하려는, 현존하는 과거 세계와 충돌한다. <머니볼>은 세이버메트릭스라는 새로운 방법론을 둘러싼 변증과 검증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이버메트릭스는 그 자체로 언더독이었다.

 

언더독들의 반란이 주목 받는 이유인 즉슨, 그들이 약자인 탓이 아니라 그들이 새로운 방식을 내세운 덕이다. 그러니 걸린 판돈도 그 머릿수만큼 적다. 언더독들은 결국 놀랄만한 성취를 이루겠지만 일전 믿음을 주지는 못한다. 실상은 그들에게 배팅하는 자들 뿐이다. 믿음은 믿어짐이 아니다. 결국 언더독들에겐 동족만이 남는다. 이 이야기는 언더독에 의한, 언더독을 위한, 언더독의 이야기이다. 제임스가 고독하게 쌓아 올린 성과는 하나의 산이 되었다. 실패한 전직 야구선수이자, 돈 없는 거지 구단의 구단장 빌리 빈은 홀로 그 산에 올라 승리의 율법이 적힌 석판을 받아 든다. 그리고 폴 디포데스타와 함께, 멸시받던 선수들을 재활용한 팀을 구성한다. 세이버메트릭스라는 율법 하에, 팀은 곧 시스템이고 선수는 시스템을 이루는 부품 중의 하나이다. 강력한 개인들의 합이 아닌, 평범하지만 유용한 특성을 가진 개인들로 구성된 강력한 시스템. 이것이 언더독들의 방식이었다.

 

못 가진 자들, 실패한 자들, 믿어짐 받지 못하는 자들, 그래서 스스로 믿어야 하는 자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니. 이들은 승리의 새로운 공식을 믿었고, 다른 이들은 볼 수조차 없는 것들을 검증했다. 그 결과, 가진 자들, 성공에 갇힌 이들, 믿어지는 이들, 그래서 이미 보이는 것만을 신봉하는 자들을 이겼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 않았음에 결국 이 이야기는 고행의 이야기이고, 고행 끝에 새로운 질서를 가져온 영웅 신화이다. <머니볼>은 이 언더독들의 신화를 해설하는 시스템 야구의 신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관성과 타성만 남은 야구계의 옛 질서, 세이버메트릭스의 태동, 빌리 빈이라는 구현자, 새로운 방식을 부정하는 불신자들. 이들 사이에서 오고 가는 변증들. 빌리 빈은 불신자들을 물리치고 새로운 율법으로 승리를 쌓아나간다. 이 언더독들이 설파한 율법의 증거가 쌓이고 신자들이 늘어간다.

 

숫자가 언어의 중요성을 빼앗아가는 순간부터 그것은 언어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소설과 드라마와 시가 되었다. ... 숫자들이 왜곡된 거울에 투영된 것은 야구 성적만이 아니었다. 그곳엔 선수 개인의 특성도 들어 있었고 심리학도 있었다. 그런가 하면 역사도 있고 권력도 있었으며 은총과 영광, 일관됨과 희생의 용기까지 있었다. 성공과 실패도 있었고 좌절과 불안과 야망도 있었으며, 성과의 초과 달성도 있었고 자제력도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승리와 패배가 있었다. 이로써 그것은 어리석은 인간들의 잠재의식에 숨어들어 세상사를 판단하는 모든 근거가 되었다.”

...

제임스가 주장한 핵심은 '이해'였다. 이해를 통하여 좀더 현명한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의 주장은 갈 곳을 잃고 말았다. 이제 대중들의 마음속에서 야구에 관한 지적 능력은 심오한 야구 통계들을 암송하는 능력과 동일시되고 있었다.”

 

승리를 통해 쌓여가는 진리의 증거들 때문에, 세이버메트릭스에 담긴 이해의 황금률은 맹목을 위한 교리로 전락한다. 그저 새롭기만 했던 세이버메트릭스는 그 사이 무엇이 달라졌는가? 언더독들이 세상을 뒤흔들 때, 그들을 이해하려는 자들은 없고, 그들을 맹목하려는 자들만 우후죽순 늘어간다. 여전히 그들은 보이는 것을 맹목하며, 보이지 않는 것을 불신한다.

 

<머니볼>은 수치와 통계의 힘을 논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한다. 불신자들의 반역을 지켜보는 빌리 빈의 격정적인 내면 심리, 세이버메트릭스가 태동하고 널리 퍼지며 기어코 오독되는 광경을 목도한 제임스의 열정과 애처로움, 야구계의 만연한 무지성을 꼬집는 폴의 야욕, 자기 능력과 가치를 불신하는 선수들의 회의감와 성공에 의한 희열, 개인적, 정치적, 비지니스적 인간관계들


무엇보다도 수치와 통계 없이는 포착되지 않는, 평범하다 못해 형편없는 선수들이 가진 숨은 강점과 그것을 상상하고 믿어낸 사람들. 이들은 자신들의 방식으로 승리를 쟁취했고, “결국 상상력의 실패는 경쟁시장에서의 무능함으로 드러났다.” 이 책에 등장한 언더독들은 야구라는 거대한 스포츠 안에서 누구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을 상상하고, 그것들을 잡아내고, 존재하게 만든다. 정말 이 세계는 한편으로는 분명히 육체적 행위의 결과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상력의 소산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이해하고자 하는 자는 우선 무엇을 이해하고자 하는지 상상해야 할 것이다. <머니볼>은 상상하는 자들의 투쟁을 다룬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