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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만 남기고 밍기적거리다 이제야 완독. 밍기적 거린 이유는 너무 슬퍼질까봐....
“운명……그 이름 아래서 만이 사람은 죽을 수 있는 것이다.”
책 뒷표지에도 나와있는 소설의 핵심 문장
문장만 따지면 비장해 보이지만 소설을 완독하면 그렇게만은 읽을 수 없는, 근대를 이끈 서구인은 우아하게 말할 수 있지만 식민지인인 유태림은 그럴 수 없는 문장...
국문학에 대한 편견이자 사실이랄 수도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은 주인공이 사건과 붕 뜬 채 관조만 하거나 관념 속으로 침잠하기만 한다는 것, 아무 행동이 없다는 것
그런 사람들을 위해 관부연락선은 국문학의 한 가능성이 되어주지 않을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병주는 한국 문학 전통과는 좀 결이 다르고 서구 소설스럽다 생각함.
그러니 한국 문학 주인공들의 소극성이 싫었던 사람들도 재밌게 읽을 거고 완독하면 왜 그런 소극성이 생길 수 밖에 없었는지 한편 이해도 되지 않을까?
여담인데 이병주를 본받으려던 이문열도 꽤나 전통 탈피를 원해서 사람의 아들 같은 서양 정신이 물씬 풍기는 소설 쓴 거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소설은 유태림을 중심으로한 양극단의 대립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와 독립의 대립, 해방 후 좌우의 대립, 자기 내면의 안락과 투쟁의 대립, 그리고 식민 시기 그 자체와 해방 시기 그 자체의 또 다른 대립
결국 그 사이에서 무언가를 해보려 꿈과 기반을 키우던 지식인이 어떻게 서서히 죄어드는 운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그리스 비극 같은 초자연적인 운명이 아닌 인간들의 시체로 만들어진 운명 아래에 깔린다는게 무엇인지 참 잘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이병주는 이후 대하소설을 써내기 시작하지만 이 작품만큼은 단독으로 훌륭한 교양 장편 소설이 아닐까 생각함. 여러 시대를 관통하는 정치사회적 대립, 사상의 충돌,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의 엮임과 꼬임, 계속해서 부각하는 시대의 청년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 등등 교양 소설스럽달까
여담이지만 난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소설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이병주 본인의 말에서 "나의 소설"은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가 아니라고 생각함.
오히려 소설 내에서 세세하게 다루어지는 역사적 사실들과 섬세하게 복원된 시대의 장면들 역시 산맥이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 사이에 끼어있는 유태림 및 다른 인물들의 몸부림 하나하나가 골짜기인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생각이 든다.
우리 시대가 받을 수 있는 80년 전 청춘의 눈물진 기록인 관부연락선.... 읽어야겠지?
멋진 감상!
빨리 읽어야겠다 진짜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