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이 이야기
5월 마지막 완독한 책
내 생각보다 두꺼워서 그냥 안 읽고 반납하려고 했는데 그냥 펼쳐본 게 술술 읽혀서 이틀 만에 다 읽음
안 읽었으면 후회할 뻔~
참 드는 생각들이 많지만
일단 피상적으로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사건과 사건을 엮어서 구조를 만들어내는 행위인데,
파이 이야기는 이야기 스스로가 구조를 구현하고 있는 작품 같달까?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기 전에도 이 세상, 우주는 그렇게 존재하고 있었듯이
이 이야기도 인간이 사후 정립한 원칙을 바탕으로 만들어진게 아니라
그냥 이야기 자체가 스스로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느낌..?
그냥 저냥 우스운 인생 이야기 + 생존기 + 종교적 요소들 + 문학 기법을 섞어서 만든 영리한 작품으로 치부할 수도 있지만
작품 자체가 인간의 인식을 광범위하게 조사한 끝에 나온 하나의 결론 같달까
영화도 좋았는데 책이 이만치 좋을 줄은 몰랐음
너어는 올해의 책이다.
2. 공백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가 베가본드 장기 휴재 당시 나눴던 인터뷰들을 엮은 책
보닌은 이 사람 만화 하나도 제대로 본 적 없는데 슬램덩크 극장판만 세번 보고 엉엉 울면서 이 책 샀음
배가본드, 슬덩, 리얼, 최후의 만화전, 신란을 그린 병풍화 등 작품과 휴재 기간의 이야기들인데,
아무래도 배가본드 휴재 당시 인터뷰다 보니 그거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았음
근데 이런 내용은 뒤로 하고 내가 요즘 하는 고민들과 맞닿는 지점이 많아서 굉장히 몰입해서 읽었음
살아가려면 분명 말이 필요하고 유용한 수단이지만, 본질을 향한 사고, 본질에 대한 경험과 느낌이 말에 의해 제한되지는 않는가?
지식적 정의는 예외를 부각시키고 반박을 불러오는데 결국 저 밖에 생동하는 세계가 말들의 경직된 세계에 갇혀 잘려버리는 게 아닌가?
말이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고, 오히려 말을 버려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는게 아닐까?
결정적으로 언어 이전에 경험, 습득되는 삶의 요소들이 언어에 의해 걸러져서
새로움, 놀라움 대신 아 그거 알지~ 에 머물러 버리는 건 아닐까?
말은 어떻게 버릴 수 있지?
머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노우에 이 사람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다보니까
말로 표현되지 않는 인비저블 썸띵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하고 있었음
그러면서 정신과 몸의 이분법에서부터 몸으로 감각하는 본질을 향한 고민을 하고 있었고
그게 내 생각들과 결이 잘 맞아서 가벼운 인터뷰집임에도 생각 외로 잘 읽었음
배가본드는 꼭 볼 예정
3. 뇌, 인간의 지도
분리뇌 연구의 권위자인 마이클 가자니가가 쓴 자서전임
자기가 가진 풍성한 추억 속에 분리 뇌 연구와 인지신경학의 역사적 기점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게 놀라웠음
이런 삶은 정말 멋지고 훌륭한 삶이야
뇌는 항상 흥미로운 주제인데
개인적으로는 뇌 전체를 하나로 다룬 책들보다는 좌우 반구를 다루는 책들이 더 재밌더라
자서전이라 딱딱한 설명들보다는 재밌는 일화들로 채워져있어서 후루룩 읽기에도 좋으니
뇌과학에 관심있는 독붕이들은 한번쯤 읽어볼만 한 듯
더 개인적으로는 최근 읽는 책 중 본인이 리버럴 계열임을 직간접적으로 밝히는 저자들이 많았는데
이 사람은 보수주의자로서 겪었던 흥미로운 일화들도 재밌게 풀어줘서 그것도 신선했음
4. 뼈운동
가장 효율적으로 신체를 움직이는 방법은 뭘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는데
유튜브에는 그냥 보디빌딩식 영상이 태반이고 그마저도 사람마다 달라요~로 퉁쳐버리는게 개빡치더라고
좀 더 근본적인 측면에서 접근한 관점은 없을까? 하던 차에 왜 뼈의 구조는 언급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음
팔꿈치가 뒤로 재껴지는 사람 없고 골반이 360도 회전하는 사람은 없잖음?
그럼 그 뼈의 역학, 골조를 기반으로 움직임이 설명되야하는데
죄다 근육만, 두루뭉술한 메소드만 주구장창 얘기하고 있어서 혼자 이거저거 뒤져보다가 발견한 책임
근데 내 생각과는 좀 다르고 뼈 건강에 초점을 맞춘 책이었음
초반부에 건강에 대한 관점을 근육에서 뼈로 전환하는 파트는 재밌었지만
그 후에는 그냥저냥 전형적인 일본식 논리고 무슨 스트레칭 소개해주긴하는데 그냥 옛날 방식임
그래도 여기서 태아의 세계라는 책을 소개받아서 그거는 읽어볼 예정임
5. 청소해부도감
독갤에 감상 썻으니까 그거 보셈
베이킹 소다는 신이고, 습기가 문제다. 하나, 둘, 셋 더숲 파이팅!
하지만 잡초책 바이럴 돌릴 건 실망입니노ㅡㅡ
6. 깊이에의 강요
독일의 작은 꼬마 셰익스피어가 독자를 아주 가지고 노는구나!
100페이지 짜리 책에 나는 그냥 별점 4.5점을 밖아야겠구나!
어떤 아이디어가 착상되었을 때 느껴지는 그 첫인상, 그 기발함과 단순함을
이토록 분명하고 인상적으로 전달하는 작품도 별로 없을 거임
쥐스킨트는 재담꾼이란 말이 딱 맞는 작가다
7. 크리에이티브 전설들과의 대화
Ted 설립자가 서문을 써주고, 7,80년대 최고 디자이너들의 조언들이 가득 담긴,
커리어를 여행하는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안내서
저자는 AIGA라는 미국 그래픽 협회의 애틀랜타 지부 창립 멤버고
본인이 대학 졸업하고 공중전화로 면접 잡으면서 광탈하기를 반복했던 시절부터
약 20년간 구직 인터뷰에서 나눴던 대화들을 연대기식으로 엮은 책임
인터뷰 하나하나가 짧은 이야기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사회초년생, 디자이너, 혹은 프리랜서 들이 후루룩 읽어보기에 딱 좋음
특히 면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고간 대화들이다보니
조언들이 모두 압축적이라 직관적으로 와닿음
그냥 생각없이 빌린 책인데 내 예상보다 더 좋았던 책
8.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
고대 그리스는 온화하고 안정된 기후, 지리적 대비, 언어적 투명성이라는 조건 하에
예술, 문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거의 모든 부분에서 양극의 합일을 이뤄낸 ㅆㅅㅌㅊ 문명이었다.
폴리스는 ㅆㅅㅌㅊ 동사무소 시스템이었는데, 나날이 늘어가는 세계의 전문성, 고도화 때문에
태생적 아마추어리즘이 유지되기가 힘들어 무너졌다.
아테네 이 새끼들은 미국마냥 고급 대중 문화랑 군사력으로 세계 경찰짓, 대장노릇 하고 있었는데
고대판 코로나 두 번 쳐맞고 전쟁 질질 끌다 신뢰도 떡락하고 망했다.
호메로스는 신이고, 고대 그리스인들은 호메로스가 있어 타노시캇타!
ㅆㅅㅌㅊ 고대 그리스 교양 수업
현대인들은 고대 그리스에 대해 수많은 오해와 편견과 착각들을 가지고 있는데,
저자는 고대 그리스를 향한 지식과 애정을 듬뿍 담아 그 이미지들을 해소하면서
고대 그리스가 가진 아름답고 풍성한 이야기들을 엄청 재밌게 들려줌
감사합니다 센세 크흑..
9. 멀리서 읽기
유럽 문학은 기독교라는 통일성을 토대로 민족 문학이 파생되었고,
민족 문학은 다시 모더니즘 등의 사조로 극단적 분화를 이뤄냈는데
이 진화의 나무, 진화의 덤불은 유럽의 지정학성 특성 덕분이었다
그리고 이 진화의 덤불 전체를 세계 문학이라고 부르자.
그렇다면 이 세계 문학은 어떻게 연구해야하는가?
1%의 정전만을 골라 꼼꼼히 읽어본 후 문학의 역사를 상징적으로 그려내는 기존의 연구방법론으로는
이 진화의 덤불 전체를 설명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나머지 99%의 출판 서적들을 모두 읽어보기도 불가능한 노릇이니
출판된 문학 작품들을 장르 혹은 지역 등으로 범주화하여 연구한 연구 비평 문헌들을 대신 읽음으로써
1%의 정전과 99%의 범작들을 모두 포괄하는 100%의 세계 문학 연구를 시도한다.
이 방법을 두고 멀리서 읽기라고 한다.
유럽 문학의 지리적 역사와 흐름, 세계 문학의 정의, 문화의 지리적 파생, 전파 양상
새로운 연구방법론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매우 흥미롭게 제시되어있는 꿀잼책이었음
마르크스로부터 사회문화적 요소를 양적으로 연구하는 방법론이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양적 연구가 가능하게끔 구조화하는 방식과 내용을 실제로 보니 상당히 흥미로웠음
10. 선택적 친화력
하.. 괴테는 나에게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해주는 거심..
설명적 캐릭터들과 연극적인 전개가 이렇게 꿀잼으로 읽힐 수가 있나?
괴테는 신이고
11. 한끗 차이 디자인 법칙
잘나가는 디자이너가 쓴 창의력 팜플렛? 같은 책
아이이어 발상 -> 실제 디자인 적용 사례를 유머러스하게 설명해주는데
이 이미지들도 다 명쾌하고 재밌었음
하루키 포함 책 표지 사례 많이 나오니까 궁금하면 보셈
12. 주인과 심부름꾼
좌뇌와 우뇌라는 이원 구조가 세상에 대한 인식의 근원일 수 밖에 없음을 논증한뒤
그 새로운 이분법적 틀을 형이상학적 범주로 사용해 서구 문명의 역사적 흐름을 개략적으로 해설하는,
좌우반구의 우세 전환 추세로 볼 때 지금은 좌뇌가 뇌절 존나게 하다 아주 좆된 상황이라고 마무리 짓는
근데 그 답을 동양에서 찾아버리는 좀 아쉬운 결말
서양 : 역시 음양의 조화는 동양이지! 우릴 구하러 왔구나?
동양 : 아니 우리도 좆됬어요!
벽돌책인데 이거저거 다 건드리는 현학적 스타일이 재밌었음
좌우반구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표현과 이야기는 상당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예술이 삶을 은유하는 창문일 때 그 창은 완전히 투명해서도, 완전히 불투명해서도 안된다는,
반투명한 창이라는 비유가 인상 깊었음
우뇌가 주인인 삶을 살자
13.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현대 회화와 뇌과학을 소개하고, 두 줄기를 엮어내는 쉽고 재밌는 꿀잼 교양서
개인적으로 저자의 환원주의 승리 선언에 박수를 쳐주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 공은 인정해줘야 한다 생각해요우
14. 인간을 위한 미술교육
미술이 아이들의 심리 상태 파악에 유용한 수단이고 미술 경험은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 도움이 되고,
무엇보다 특정 분야가 아닌 전인격적 교육과 창의력 발달에 중요하다고 구구절절 떠드는 책
애들은 알아서 우쭈쭈 해주기만 하면 창의력 ㅆㅅㅌㅊ된다고 어른은 보조만 맞춰주면 된다고 지랄개쌉쏘리하는 병신 교육법의 시작점 중 하나일 듯
뭐 주장의 요지는 이해하겠는데 책 전체적으로 동어반복이 너무 많고, 주장에 대한 근거를 주장으로 돌려막기 하고
애들을 이렇게 교육했더니 이렇게 됬습니다~ 하는 최소한의 성과마저 제시하지 않는 병신 책..
실제 교육 현장에서의 관찰 사례를 빼면 도저히 읽는 재미를 찾기가 힘들었음
시대상을 감안하면 선구자적 인물이었다고 올려치기 하는 것도 좀 그런게
격동의 시기임을 감안해도 당시 시대상 자체가 그런 자유방임식 교육이념이 핫하던 시기였음
그럼에도 어린이들의 성장 발달상 특징을 구체적으로 잡아냈으며
그것이 교정되어야 할 오류가 아니라 반드시 거쳐야 할 의례에 가깝다는 걸 통찰했다는 점
무책임한 자율성을 비판은 하고 있다는 점
교육자로써의 목표의식 정도는 본 받을만 하다 생각했음
15. 우리는 왜 잠을 자야할까?
잠의 중요성에 대해 존나 알차게 설명해주면서 호감작 존나게 하는 책
일독할 가치가 충분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너 자꾸 떼쓰면 망태 할아버지가 잡아간다~ 식의 겁주기를 존나 해서 좀 과한 면도 있음 ㅋㅋ
쉬운 책들, 얇아서 1시간 만에 뚝딱한 책들 덕분에 이번 달도 권수딸 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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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알차게 읽었네잉
공백 코멘트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만화 1도 모르는데 관심생기네ㅋㅋㅋ 잘 읽었다 덕분에 장바구니 무거워짐ㅎㅎ
사실 인터뷰집 자체는 별거 없움 않이 근데 배가본드 사려고 하니까 30권 넘네 걍 도서관 가서 틈틈히 봐야할듯
바이럴은 내가 아니고 문프가 돌려주신거다ㅡㅡ
아몰랑 띠지에 밖았잖음~ 청소해부도감 바이럴이나 돌리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