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파민네이션> 애나 렘키 저, 흐름출판
대강 중독에 대한 이야기. 요즘 화두인 도파민을 주제로 중독을 풀어나간다. 숏폼이 판치는 세상에서 다들 중독에서 벗어나려 한다. 책의 내용은 사실 다 아는 내용이다. 쾌락을 추구할수록 내성이 생긴다. 고통을 마주보고 절제하라.
결론은 이 책은 도파민에 절어있는 사람이 현 상황에서 벗어날 근거를 찾을 때, 저자가 수많은 임상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하는 것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2.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 시의 말 저, 문학과지성사
문지 시인선 600호 기념으로 뒤표지를 모아서 발간한 책. 시인지 산문인지 모를 글들을 재구성한 것도 좋은 것 같다. 여기서 본 글로 흥미가 생기는 시집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3.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저, 곰출판
이 책에서 좋았던 부분은 저자가 존경해 마지않는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재구성하는 것이었다. 사실 이 부분 말고는 없다.
불안정한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본인의 삶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서 데이비드 스타 조던라는 인물에게 정신을 의탁한다. 그의 삶을 파고들면 본인의 삶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아래서. 그러나 그의 삶을 파고들면서 그를 해체하기 시작한다. 맹목적인 믿음을 가졌던 인물을 낱낱이 해부하면서 그의 민낯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그에 대한 신앙을 무너뜨리고 룰루 밀러가 내린 결론에는 동의하지 않지만... 한 인물에 대한 신앙과 비슷한 맹신에서 출발하여 결국 그를 분해하는 과정을 거쳐 넘어가는 과정은 무언가 시사점을 준다(그리고 스타 조던의 긍정적 착각을 까는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4. <벌거벗은 정신력> 요한 하리 저, 쌤앤파커스
나름 요한 하리의 <도둑맞은 집중력>을 보고 이 책도 읽어보았는데, 비슷한 내용이 많다. 결국은 저자가 말하는 바는 이해가 가는데, 정신의학 전문가가 아닌 저널리스트의 말을 따르기는 어렵지 않나 싶다. 이 책의 추천사에도 전문가의 추천사는 없다.
정신과에서 처방하는 약의 문제를 다루는 부분도 조금 과격하며 경솔한 부분이 있어보이면서 거부감이 든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뇌의 호르몬 문제를 개인의 문제와 결부시키는 부분도 의뭉스럽다...
결론은 정신과 관련하여 해결책을 찾고 싶은 사람은 이 책보다 전문서적을 읽는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5. <각각의 계절> 권여선 저, 문학동네
올해의 소설에 뽑혔다 해서 읽어보았다. 기억에 남는 건 ‘사슴벌레식 문답’ 정도.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
6.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최은영 저, 문학동네
나름 괜찮게 읽은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게 없다.
7.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페터 한트케, 민음사
페터 한트케 작품 중 처음 읽은 것은 <관객모독>인데, 그에 비하면 페널티킥은 난해함이 선녀이긴 한 것 같다(물론 <관객모독>은 희곡이며, 페널티킥은 소설이니 비교군이 다르다.). 골키퍼를 그만두고 공사장에서 실직한 다음, 보여지는 요제프의 행보는 정신분열적으로 보인다. 주변인물들에게 끊임없이 전화를 걸거나, 주변 여자들에게 추파를 던지는 등 시시각각 변하는 그의 심리 묘사는 제목 그대로 불안 증세를 보인다.
그가 보여주는 불안은 현대인의 불안과 비슷해 보인다. 삶을 지탱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불안과 거기서 분열되는 자아는 이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축구 경기를 관람하며 마무리되는 결말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8.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저, 문학동네
일명 도불벽.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치고 중간에 뜬금없는 정사 묘사가 없어서(정사는 아니지만 아주 없진 않다) 그 부분은 고점을 주고 싶다. 1장에서는 소녀와의 에피소드와 도시 장면을 번갈아서 보여주는 구조가 좋았다. 2장에서는 주인공이 현실에서 도서관장을 맡으며 유령이 된 전 도서관장과 옐로우 서브마린 파카를 입은 소년과의 플롯이 흥미로웠다. 3장은 뭔가 급하게 결말이 지어진 느낌.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와 현실과 도시라는 구분에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으나, 크게 와닿지는 않았고 크게 남는 것은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더 읽어보면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다른 작품에 비해서는 아쉬운 편.
9. <생의 이면> 이승우 저, 문이당
저명한 작품이지만 기괴한 표지 때문에 미루고 있던 책. 그러나 흡입력이 엄청나서 단숨에 읽어나갔다. 먼저 전반적인 소설의 구조는 박부길의 소설로 그의 생애를 살펴나가는 액자식 구조인데, 이러한 서술이 매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박부길의 지독한 불행과 오이디푸스적 서사는 암울하지만 신화적으로 다가온다. 고향을 떠나고 난 뒤에도 끊임없이 침잠하는 어둠과 폐쇄성은 이후 그에게 가장 소중한 연인과의 사랑에도 영향을 미친다.(여담이지만 이승우 작가의 유년시절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폐쇄적인 생활을 한 부분이 소설의 박부길과 유사하여 자전적 경험을 담고있다고 한다.) 그리고 깊은 절망 속에서 구토를 하듯이 글을 써내려간다. 책을 다 읽고 난 이후에도 박부길이 그러한 고통 속에서 나아가서 성장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존속하기 위해서 그저 글을 쓴 것이 아닐까.
같은 문장이 반복되며 쌓아나가는 벽돌식 구조는 좀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이런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은 경이롭다. <생의 이면>도 재독 예정이다.
10.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저, 민음사
계속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던 책. 신구와 박근형, 박정자, 김학철이 나오는 연극을 예매하고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생각이 되어 바로 읽게 되었다. 안타깝게도 임영웅님이 연출하신 것을 보지 못한 건 아쉽다.
어쨌든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작품은 부조리극의 대표작이다. 제목 그대로 작품에서는 고고와 디디가 고도를 기다린다. 그리고 그 와중에 생기는 에피소드들. 결국 무엇을 기다리는 가는 읽는 이마다 해석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고도라는 인물이 삶의 종언, 즉 죽음이 아닌가 싶다. 나무에 목을 매려고 하는 시도가 나오지만, 그 시도는 삶이라는 부조리 속에서 스스로 맞이하는 종말으로 보여지고, 고도가 오는 것은 삶이라는 부조리의 종말이라고 보여진다.
극중에서 고고와 디디는 고도를 기다리면서 그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하이데거가 제시한 ‘피투성’이라는 개념과 같이 인간은 던져진 존재이며, 이것이 부조리함과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부조리한 삶, 지극히 권태로운 삶 속에서 종말을 기다리며 무의미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 그것이 베게트가 말하고자한 의미는 아닐지 생각해본다.
11.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1, 2> 이창현 저, 사계절
다음 웹툰에서 연재할 때 재밌게 봤던 작품. 책의 제목은 ‘익명의 알코올중독자들(Alcoholics Anonymous)’에서 따왔다고 한다. 오랜만에 생각나서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후다닥 읽었다. 문학이 아닌 비문학 위주로 독서의 여러 가지 방법과 가이드를 제시해주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이 만화에 기재되어 있는 저서들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개인적으로는 로렌스가 쓴 소설을 읽어주는 파트가 꿀잼이었다(자기계발서를 읽는 노마드를 까는 것도 좋음). 1권은 B급 감성도 잘 살리고 마지막 막장스러운 전개도 나름 흡족. 2권은 그림체도 바뀌었고, 내용도 1권에 비해 미흡한 부분이 많아서 실망스러웠다. 관심이 있다면 1권만 읽어도 문제는 없을 듯.
패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어이없노 ㅋㅋㅋ
뮤슨 앱 쓰는거임? 좋아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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