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그래서 그는 행복했고 세상만사 아무 걱정이 없었다. 마주 앉아서 하는 식사, 저녁에 대로를 거니는 산책, 머리를 매만지는 그녀의 손동작, 창문 문고리에 걸려 있는 그녀의 밀짚모자, 그 밖에 샤를로서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다른 많은 것이 이제는 그의 끝없는 행복을 이루고 있었다. (...) 그러면 그는 기다란 리본처럼 끝없이 펼쳐진 먼지투성이 대로에서, 나무들이 휘어져 아케이드를 이루고 있는 움푹 파인 길에서, 밀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오솔길에서, 어깨 위로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콧구멍으로 아침 공기를 들이마시며 가슴에는 간밤의 행복을 가득 품은 채 평온한 정신과 만족한 몸으로, 마치 저녁 식사 후에 소화되고 있는 송로버섯의 맛을 여전히 반추하는 사람처럼 자신의 행복을 되새기며 길을 갔다. "
(2) " 레빈은 모스크바에 올라올 때마다 언제나 흥분했고 조급해했고 다소 갑갑해했고 이런 갑갑함에 화를 냈고 종종 사물에 대해 완전히 새로운, 미처 예기치 못한 시각을 드러내곤 했다. 스테판 아르카지치는 그 점을 비웃으면서도 마음에 들어 했다. 레빈도 마음속으로는 친구의 도시적인 생활 방식과 직업을 경멸했다. 그는 친구의 직업을 하찮게 생각했고 그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진정한 차이는, 오블론스키가 다른 사람들처럼 행동하면서 자신만만하고 선량한 태도로 조롱하는 데 반해 레빈은 자신 없고 간혹 성난 듯한 모습으로 조소한다는 점이다. (...) 레빈은 갑자기 얼굴을 붉혔다. 그런데 그 모습은 어른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약간 얼굴을 붉히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의 얼굴은 마치 소년들이 자신의 수줍음 때문에 놀림감이 되었다고 느껴 그로 인해 수치스러워하고 더욱더 얼굴을 붉히며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리려 할 때처럼 그렇게 새빨개졌다. 그의 총명하고 늠름한 얼굴이 그토록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것이 너무나도 낯설게 느껴져, 오블론스키는 그를 더 쳐다보지 않았다. "
(3) " 어느 틈에 다가왔는지 고마코가 시마무라의 손을 잡았다. 시마무라는 돌아보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줄곧 불을 지켜 보는 고마코의 약간 상기된 진지한 얼굴에 불길의 호흡이 일렁거렸다. 시마무라의 가슴에 격한 감정이 복받쳐 왔다. 고마코의 머리카락은 흐트러지고 목을 길게 빼고 있었다. 거기로 저도 모르고 손을 가져갈 듯, 시마무라는 손가락 끝이 떨렸다. 시마무라의 손도 따스했으나 고마코의 손은 더 뜨거웠다. 시마무라는 이별할 때가 되었다고 느꼈다. (...) 몇 해 전인가, 시마무라가 이 온천장으로 고마코를 만나러 오는 기차 안에서 요코의 얼굴 한가운데 야산의 등불이 켜졌을 때의 모습을 문득 떠올리고, 시마무라는 가슴이 떨렸다. 일시에 고마코와 함께한 시간들이 환히 비쳐지는 것 같았다. 뭔가 애절한 고통과 비애도 여기에 있었다. "
(4) " 고지는 듣다가 귀를 막아버리고 싶어졌고 결국은 속으로 이렇게 절규했다. '빨리 죽어버리면 좋겠다! 이런 여자는 빨리 죽는 게 나아!' 고지는 분명 유코를 미워하고 있었던 것인데, 냉정을 잃어 마치 자기 마음속에서 슬픔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감정이 뒤죽박죽되어 누구를 미워하는지 분간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아슬아슬하게 세워놓은 가늘고 긴 연필이 된 것처럼 비참하기도 하고 무시당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 이 광경을 보며 고지는 생각했다. 분명히 잇페이가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냉정한 만족이 아니었는지 고지의 전신에는 열이 나고 있었다. (...) 고지가 기억하기에 그때 자기의 행동은 아주 자연스러웠다. 물이 흐르는 듯한 일련의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감정이 개입되지 않았으며 목적도 동기도 없었다. 그는 장애물 없는 경계를 거침없이 지나갔다. "
(5) " 메메는 그 남자에게 미쳐버리고 말았다. 잠도 오지 않았고, 입맛도 잃었고, 고독 속으로 너무 깊게 빠져들어 아버지까지도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변해 있었다. (...) 그것 역시 하나의 애정 표현이었다는 것을 메메가 알게 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는데, 그녀가 마음의 평정을 잃고, 몸을 양잿물로 닦아낸 뒤에도 머리를 멍하게 만들 정도로 강력하게 남아 있는 기름 냄새에 푹 젖어들고 싶은 바람으로 이성을 잃은 채 단지 그를 위해서만 살아갔던 것도 그 무렵이었다. 아마란따가 죽기 불과 얼마전, 한 남자에게 미쳐 있던 상태에서 갑자기 잠깐 동안 제정신을 차린 메메는 불확실한 미래 앞에서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
안나 카레니나 읽으면서 인물의 심리를 표현하는 데 있어서, 직접적인 감정 표현이 많이 사용되는 점이 흥미로웠는데(공포, 두려움, 기쁨, 얼굴 빨개짐 등등..) 그래서 다른 소설들의 감정에 대한 부분들을 비교하고 싶어졌어요
세상의 문체와 구성은 참 스타일이 다양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어요
레빈 존나 귀엽다
아재인데 키티보다 커여움
직접적인 단어 많이 쓰이는 건 발자크 특징 얘기할 때도 본듯
ㅇㅇ 저도 발자크 언급할때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