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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때 배1빵을 때린 소녀는 갸루가 되었다.
청순한 전학생은 술집 마담이 되었다.
지역을 주름잡던 야쿠자 세력은 쇠락을 거듭해 소멸했다.
야쿠자 가문, 미무라 가의 소년이 성장해가며 일어나는 사건을 담은 소설이다. 역사의 순환을 담았다는 점에서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나기도 한다. 주인공 집안의 몰락이 예정되어 있다보니 다소 암울한 소설이다. 소설 초입에 분지라는 사내가 나온다. 모종의 사건 때문에 투옥되고 마는데, 출소 후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 초라하게 죽고 만다.
주인공 슌과 유타도 별반 다르지않다. 슌은 성인이 되었지만 자살한 삼촌처럼 방에 박혀서 그림만 그린다. 유타는 도쿄 소재의 대학교에 진학해 돈을 모아서 해외여행하는 꿈을 꾼다. 그가 가장 정상적인 결말을 맞지만 수많은 야쿠자들로 시끌벅적했던 집안의 모습을 떠올려보면 다소 왜소하다는 인상은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소설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부정적인 결말을 맞는다. 끝에서는 주인공이 사는 저택마저 불태워지고 만다. 한때 번영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공간조차 없어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좋은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매력적인 소설이라고는 할 수 있겠다. 문체도 딱딱하고(소년 주인공이라서 의도되었지만), 전개도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필자는 요시다 슈이치의 대표작인 <퍼레이드>를 읽고 이 소설을 읽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실망감이 컸다. 그래도 이 작품이 함의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조직의 쇠락이나, 정직할 정도로 현실적인 전개, 소년의 성장. 대충 그런 것들. 친척이 조선소에 취업하고, 기쁘지않은 혼사를 건조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면 '이게 현실이다'라는 말에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 굳이 찾아서 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손에 들어온다면 한 번쯤은 읽어볼만한 작품이기도 하다. 담담한 소설을 읽고싶은 독자에게 <나가사키>를 추천한다.
여담으로 요시다 슈이치를 입문하고 싶은 독자는 다른 작품을 찾아서 읽도록 하자. 역자 후기에 보니까 타 작품과 달리 이질적인 소설이랜다.
슈이치 소설은 최근 나오는 첩보물 시리즈말고는 다 한번정도 읽어볼만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