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뢰성은 일본의 센고쿠 시대(1467~1573)에 실존했던 아라키 무라시게의 모반(그의 주군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에 대한), 구로다 간베에 감금 사건을 재구성한 소설이다. 작가의 본래 전문 영역이 추리 소설인만큼 이 작품은 역사 소설이면서도 추리 소설에 해당한다.
현실에서는 무라시게가 패배했다는 것과 간베에가 감금 생활 끝에 영구적 장애를 입었다는 사실 정도만 알려져 있다. 즉, 이 소설에서 묘사되는 사건의 진행 과정은 상당 부분 작가인 요네자와 호노부가 지어냈다.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간베에의 복수 사례도 물론 창작된 것이다.
간베에의 복수 사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면 먼저 줄거리를 정리해야 한다.
이 작품은 반란을 위해 아리오카 성에서 농성을 준비하는 무라시게를 간베에가 찾아오며 시작된다. 간베에는 무라시게의 지인이자 노부나가의 가신
(정확히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가신이다. 하지만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오다 노부나가의 가신이었기 때문에 틀리지 않았다.)으로 모반을 일으키고자 하는 무라시게를 설득하고자 성에 찾아온 것이다. 물론 무라시게는 거부한다. 간베에도 이를 예상하였다는 듯이 그럼 자신은 적의 사신이니 여기서 죽여달라고 요청한다. 그 당시 의례상 적국의 사신은 참수하거나 혹은 그냥 살려보내는 것이 보편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인지 무라시게는 살려보내는 것과 참수 모두를 거부하고 간베에를 지하 감옥에 가두라고 명한다.
간베에는 깜짝 놀라서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며 난동을 피우나 그대로 감옥에 갇힌다.
이외에도 무라시게는 의례에 따라 마땅히 죽여야 할 인물들을 죽이지 않는 행보를 보여주었는데 그 이유는 후술하겠다. 간베에가 복수심을 품게 된 원인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후 무라시게는 궁정에 분란과 수수께기가 발생할 때마다 간베에의 지혜를 빌리고자 지하 감옥에 방문하게 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간베에는 자신을 가둔 무라시게의 요청을 매번 들어주게 된다. 상술한 것처럼 그가 죽음을 불사하고 아리오카 성에 방문한 것이라는 걸 생각하면 의아하다.
그렇다면 그는 왜 요구를 들어주었는가? 그 이유는 다음 문단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
간베에의 첫번째 복수는 무라시게가 야습의 공훈 문제로 간베에를 방문했을 때에 벌어졌다. 무라시게는 간수에게 문을 열으라 명하고 지하 감옥에 들어선다. 그런데 그때 간수가 갑자기 "죽어라, 역적"이라 외치며 무라시게를 기습한다. 하지만 무라시게는 무공이 대단한 장수였으므로 간수를 어렵지 않게 제압한 뒤 즉시 처형하였다.
그 광경을 보며 비웃는 간베에를 보고 무라시게는 말했다. "간베에, 자네가 저자를 부추겼나?" 간베에는 그렇다고 밝힌다. 이에 무라시게는 크게 노하여 간베에를 꾸짖으나 간베에는 무라시게를 노린 게 아니었음을 밝힌다. 오히려 무라시게의 무력을 이용하여 간수를 죽이려고 했다는 것이다.
왜 간베에는 간수를 죽이고자 했는가? 그 이유는 본인이 밝힌다. 이유를 묻는 무라시게에게 간수의 폭행으로 인해 정수리에 흉측한 흉터가 남았음을 보인다. 참고로 흉터가 생긴 과정은 이 소설에서 각색된 것이지만 실제로 간베에는 수감 생활 이후 머리에 흉이 져서 평생 모자를 쓰고 다녔다고 한다.
이것이 간베에의 첫번째 복수였다.
간베에의 두번째 복수는 후반부에 등장한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배경 사건들에 대해 이야기 해야한다. 작품 초반부, 무라시게가 아베 지넨의 암살 사건의 실마리를 풀고자 간베에를 방문했을 때였다. 간베에는 이때 대화를 나누며 "왜 무라시게가 인질을 죽이지 않는가?"라는 물음의 답을 정확히 추리해냈다. 답은 간단했다. 노부나가는 인질을 죽이기 때문에 무라시게는 그와 반대로 행동하여 민심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무라시게의 이러한 행동은 간베에의 복수의 이유에 있어 중요한 요소이다.
그 다음 사건, 간베에의 가신인 구리야마 젠스케가 아리오카 성에 잠입하여 난동을 피운 일이다. 이때 젠스케의 입을 통해 왜 초반부에 간베에가 죽여달라고 애원했는지 밝혀진다. 노부나가와 히데요시는 간베에가 돌아오지 않자 무라시게와 내통한다고 생각해 인질로 잡혀있었던 간베에의 어린 아들 쇼주마루를 처형했다는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죽지 않았다. 쇼주마루는 훗날 다이묘가 되고 자신의 영지의 이름을 '후쿠오카'로 명명한다. 이는 이 소설에서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그렇다.)
무라시게는 여기서 간베에의 사정을 알아차리게 된다.
마지막으로 본론, 무라시게가 모반자를 색출하는 데에 간베에의 자문을 얻고자 그를 방문했을 때이다. 간베에는 사실 모반자는 없다고 대답하며 지금까지 살려주신 데에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무라시게의 앞에 그럴싸한 전략을 늘어놓는다. 이 전략이란 무라시게가 직접 성 밖으로 나가야 하는 것이었다. 이 당시의 상식으로는 성주가 전쟁 중에 성 밖으로 나간다는 것은 도망으로 간주되었고 크나큰 불명예를 얻는 일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무라시게는 너무나 이상적인 책략에 이를 인식하지 못하고 수용하려고 했다. 그러던 찰나 간신히 자신이 간베에에게 속아넘어갈 뻔 했음을 알아차린다.
이때 첫번째 복수를 마치며 간베에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감옥 안에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쉽군요."
간베에의 두번째 복수는 바로 이것이었다. 노부나가와 반대로 행동한다는 같잖은 이유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치욕 속에 죽게 한 무라시게의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너의 허세가 내 아들을 죽였다며 비난을 퍼붓는 간베에에게 무라시게는 그 계획은 실패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간베에의 복수는 그렇게 허술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간베에가 무라시게를 도운 것은 일부러 전쟁을 길어지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다시 말해 노부나가의 분노를 돋워서 평화롭게 항복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
결국 전쟁을 멈출 수단을 잃어버린 무라시게는 간베에의 책략을 따른다.
그러는 동안 성이 함락되며 아라키 셋쓰노카미 무라시게는 몰락한다. 뿐만 아니라 성의 백성들과 가신단, 그리고 아내인 지요호까지 모두 노부나가에 의해 처형당한다.
간베에의 복수는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좋게 읽은 작품이다. 간베에의 복수극을 치밀하게 그려낸 것은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동반되는 추리 또한 매우 흥미롭게 풀어냈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은 꽤 많이 읽어봤는데 지금까지 읽은 것 중에 최고작인 것 같다. 뭐 보틀넥 쪽이 더 취향이기는 하다만.
평소에 센고쿠 시대에 관심이 있었어서 더 재밌게 본 것도 같음. 어느 정도 배경지식이 있으니 술술 읽히더라고.
역사 소설로도 훌륭하고 추리 소설로도 훌륭한 작품인 것 같다.
아 여담으로 이 작품에서는 아라키 무라시게라는 인물이 꽤 미화된 편임.
실제 역사에서는 마지막까지 맞서 싸우러 성을 나간 게 아니고 진짜 도망가려고 나간 게 맞거든 ㅋㅋㅋㅋㅋㅋㅋ
일본역사를 모르고 보니 마지막 부분이 반전처럼 다가오더라 여말선초 역사 모르는 일본인이 해당 시대 역사소설보면 같은 느낌을 받을지 궁금 - dc App
확실히 알고 보면 더 좋음 작품 같음. 일의 결말을 알고 있으니까 이 작품이 그 과정을 흥미롭게 창작한 데에 주목하게 됨.
흑뢰성이 그 이야기였구나 맛있겠네
저 시대를 좀 알고 있으면 확실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함
무라시게가 모반 이유 중 교토랑 친해서라는 말이 있던데. 암튼 본인도 흑뢰성 잼게 읽었음ㅋㅋ
아마 교토가 아니고 오사카일 것 같기는 함. 오사카 혼간지 세력이랑 노부나가랑 별로 사이가 안 좋았음.
아 나는 천황을 보조하는 귀족들 말한거였어. 그런 귀족들 뜻하는 용어가 있었는데 찾지를 못하겠네 ㅋㅋㅋ못 찾아서 걍 교토라 말했음
공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