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도서관에서 마이너한 주제의 교양서를 빌려 봤는데
누런 페이지 끝단마다 수십년 전 선배의 메모같은 게 남겨져 있더라.
각 문단마다 저자와 대화하듯 자기 생각같은 걸 적어놨는데
글씨체는 소년의 글씨체인데 말투는 좀 아재같기도 하고
지금은 중년 혹은 노년일 어떤 사람이 20대 청춘일 때 사고하고 기록한 흔적이잖아? 되게 묘하더라구.
시간 여행을 하고 얼굴도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과거의 사람과 같이 책을 읽는 느낌이 들었음.
장발에 뿔테안경 나팔 바지 입고 최루탄 맞아가며 대학생활 했을 사람이 지금 내가 쥐고있는 책과 같은 걸 쥐고
책상에서 침대에서 뒹굴었을거고, 나도 그러고 있고....
와 이렇게 보니까 낭만뽕 ㅈㄴ차네 - dc App
나도 졸업하고도 그런식으로 흔적 남기고 싶어서 대학도서관 책에 분비물 많이 묻혀뒀음. 똥이나 코딱지 등
여자임?
한 치의 물러섬도 없는 자강두천 ㄷㄷ
해리포터 혼혈왕자 독서법 ㄷㄷ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dc App
헌책방에서 그런책 발견하면 낭만인데 그래도 도서관책에는 좀.... 하는 저항감은 있긴해
이제 다음 페이지 넘기면 한 문단 전체에 x자 그어놓고 "틀림" 한마디 적혀있다
나도 나름 좋긴 함. 그 사람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 글 보고 빌린 책에 감상 마구 쓰기로 했다
군대 도서관에 그런거 많았음. 예를 들어, 힘들겠지만 힘내라, 이거 좋은 책이니 꼭 읽어라 뭐 이런거
가끔 대학 전공 참고 서적에 교수랑 과제•시험내용 적어져있는데 ㄹㅇ 개꿀임
나도 그래서 낙서 돼있으면 오히려 재밌더라
내가 봤던 최고의 도서관 낙서는 미주인데 미주 보다 빡쳤는지 중요한 주석들을 페이지 밑에 각주로 써둔거였음 ㅋㅋㅋ
ㅋㅋㅋㅋㅋㅋ 챗지피티가 필요 없노
혹시 코딱지는 어때? 난 항상 코딱지로 인장 찍어두는데
혹시 뒤에 보는 사람이 코딱지 떼서 책갈피로 쓰면 좋잖아
아 좆까 좀
코딱지로 언젠가 인연 맺기를 바래
오...
나도 낙서 메모에 큰 거부감은 없다 도서관책이니 웬만하면 깨끗한 상태인 게 옳은 거지만. 한번은 카드지에 메모 엄청 해서 끼워놓은 책 있었는데 그건 책도 보존하고 의견은 의견대로 볼 수 있어서 재밌었음 철학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