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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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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 아직 우리에겐 시간이 있으니까

지은이: 듀나, 김보영, 배명훈, 장강명

옮긴이: -

출판사: 한겨레출판

출판일: 2017.08.15


적당히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하려고 했는데, 읽다보니 열이 올라서 좀 길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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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환상소설계에서 소위 한 따까리 치시는 작가 네 분이 모여,

태양계 각 행성들을 주제로 쓰신 작품집입니다.

이 정도의 네임 밸류를 가진 작가님들이 쓰는 단편집은 개인적으로 믿을맨이라고 생각을 하고,

이 책은 특히나 제 기준으로 좋은 작품들을 쓰신 작가분들이 모여서 쓴 책인데다가,

근래 읽은 SF 합동 단편 모음집 중 가장 최근 작품이라 기대를 좀 했습니다.

근데 기대가 커서 그런가 솔직히 많이 열 받네여.

제가 매년 욕을 갈기면서 그래도 국문학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꾸역꾸역 젊작상을 사서 읽지만,

그때마다 국문학에 대한 기대가 점점 사라지는데 거의 결승골을 때린 것 같습니다.

솔직히 이런 비판적인 감상은 안 쓰고 싶었는데, 그냥 쓰고 장렬하게 죽을게요.


장강명 작가의 <당신은 뜨거운 별에> 그리고 배명훈 작가의 <외합절 휴가> 이 두작품은 좋았습니다.

우선 장강명 작가님 작품부터 보면, 제가 이 분 작품은 딱 두 개 <표백>, 그리고 <산자들>만 읽어봤지만.

개인적으로 느낀 특징은 자본주의 사회의 음영입니다. 이 작품도 그렇습니다.

금성이라는 극한의 배경에서 거대기업의 이익추구 과정에서 생긴 비인류적인 문제와,

그걸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완전한 모녀 관계의 화해.

그리고 적당히 인간의 힘이 느껴지는 뽕맛나는 엔딩.


배명훈 작가의 <외합절 휴가>도 본인 강점이 잘 드러납니다.

이 분의 전문 분야는 국가 및 전쟁에 관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행성 단위의 생활 반경에서의 국가관과 그 갈등.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 개인 김은경.

젠장 또 김은경이야... 나는 그녀를 숭배해야만해...


아무튼 이 두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작품집의 핵심 테마 (태양계 내의 행성에서의 삶)에 대한 설정이 기본적으로 탄탄하고,

그 배경 설정이 작가분들이 원래 자주 다루던 주제랑 잘 결합이 되었다는 점입니다.

그래요. 적어도 합동 작품집이면 이 정도의 정성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반대로 남은 두 작품이 왜 별로였던 이유부터 말하겠습니다.

작품 설정에 들어간 고민보다 본인 사상의 표현에 대한 고민이 더 많이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김보영 작가님이나 듀나 작가님이 페미니즘 관련해서 말이 많은건 원래 알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는 항상 말하는게, 작가가 어떤 사상을 가지던

그걸로 국밥을 끓이든 글을 쓰든 글만 재밌으면 된다는 주의였습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그거 떠나서 그냥 글을 재밌게 쓸 능력이 있는 분들이구요.

근데, 이번 작품집에서 느낀 부분은 이 정도의 기성 작가님들이

본인 사상 넣느라 작품의 근본부터 흔들어 버렸다는 거에요.

심지어 이 분들은 그거 커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분들인데,

이 정도 까지 물음표가 나왔다는건 솔직히 건방진 발언이지만 좀 성의가 없지 않았나.


우선 듀나 작가의 <두 번째 유모>부터 봅시다.

솔직히 이 작품은 초반에 너무 낯선 설정들이 줄줄 나오긴 했지만,

결국 이야기의 설정 자체는 재밌었어요.

완전한 인류의 가치 판단을 닮은 AI로 인해 일어난 대전쟁,

그런 인류의 과거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AI로 관리되는 외우주 생활,

그리고 과거의 불완전한 AI의 잔재로 인한 최후의 전쟁.

재밌죠?


근데 비이성적이고 폭력적인 AI의 이름이 "아버지",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AI의 이름이 "어머니",

뭐 그냥 붙일 수 있는 이름 가지고 그러냐 싶은데, 맞습니다.

근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게 이름이 하나도 안 중요하잖아요.

그럼 사실 두 AI의 이름을 마라탕이랑 탕.후루로 해도 상관이 없잖습니까.

적어도 마라탕.후루는 "탕탕.후루후루"만 할 것 같은데, 아버지 어머니는 너무 대놓고 노린 것 같잖아요.

작가님의 의도는 그게 아닐 수도 있다고? 그럼 마라탕.후루를 했어야지.

이야기 전개의 핵심이 되는 소재의 네이밍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그냥 사상에 대한 그냥 의문만이 들었다면 이게 맞습니까? 그래도 그거 빼면 괜찮았습니다.


김보영 작가의 <얼마나 닮았는가>는 워스트. 진짜 좋아하는 작가님인데,

이 작품집 전체를 흔들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작품은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 고립된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한 구조선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은 해당 구조선을 관리하는 AI로, 구조선 내에서 계속 발생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의 몸으로 자신의 데이터를 이식한 후 인간의 시각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합니다.

고립된 공간에서의 미묘한 긴장감, 그리고 주인공 AI가 제기하는 의문의 미스테리함.

전부 다 좋았는데. 결론이 너무 짜칩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했는데 결국 그거네요.

문제의 핵심은 우주선 내에서 선장과 한 선원만 단 둘만 여성,

그리고 AI가 구조선 내의 미묘한 기류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설계 당시부터 입력된 "성차별은 없다" 라는 명령.

아 이건 진짜 너무 성의없는거 아니냐고 ㅋㅋ.

이런 문제 제기 할 수 있어요. 근데 그럴거면 좀 치밀하게 했어야지.

SF의 재미는 이야기 전개를 위해 얼마나 작가가 치밀하게 그 배경을 설정을 하느냐에 있다고 보는데,

이 작품은 그걸 대충 "SF니까 괜찮아"라는 치트키로 퉁쳐버린게 느껴져

읽으면서 헛웃음이 났네요. 초반부의 긴장감, 그리고 탄탄히 쌓은 빌드업이 결론 한방으로 팍 식어버렸습니다.


작가가 작품에 본인 생각 담는게 문제냐? 다시 말하지만 문제 아닙니다.

근데 그게 이야기에 물음표를 남기면,

이야기가 사상 전파를 위한 수단으로만 느껴져서 저는 문제로 봅니다.

그건 그냥 재미가 없는 이야기죠.

그걸 담고 싶다면 제대로 설계해서 담고 아니라면 그냥 슥 지나가면 됩니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면 카뮈도 이방인에서 그냥 아랍인 탕탕.후루후루하고 작품 끝냈겠죠.


제가 본 책에서 좋다고 평가한 장강명 작가 작품은 대놓고 주인공이 레즈비언이고,

배명훈 작가 작품도 모든 주역이 여성에다가,

주인공 은경이가 사랑했던 은수가 남자인지 여성인지 또 애매해서 (아마 여성인듯)

굉장히 소수자 주의인데, 이게 별로 의문이 안 들거든요.

이런 요소는 그냥 넘어갈 수 있습니다.

작품 본질이랑 상관이 없잖아요.

사건 외적으로 주인공이 마라탕을 먹던 탕.후루를 먹던 그게 무슨 상관입니까.

뭐 맛있으셨겠지.

근데 뒤의 두 작품은 아니에요.

"태양계 행성에서의 삶" 이라는 주제가 나오긴 나오는데 그냥 빠져도 됩니다.

그냥 서울 한복판이어도 이야기가 안 달라질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비판적인 톤으로 독후감을 쓰는건 진짜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제 점수는요 range로 표현해서 [2.0, 3.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