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경고 기능이 추가됐습니다.
(펼침 메뉴 > 설정에서 변경 가능)

이병주의 중단편집

책의 주제랄까 수록된 다섯 편의 작품들은 현실과 환상으로 엮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아예 이국을 배경으로 꿈처럼 흘러가면서 현실의 사태를 조금씩 풀어내는 소설 알렉산드리아, 괴기담을 소재로 한 매화나무의 인과, 무기력한 현실과 낭만적이고 애절한 연애담을 교차시킨 쥘부채, 현실에 부딪혀 꺾인 이상을 다룬 패자의 관, 그리고 표제작의 분위기로 다시 돌아가면서 여러 파편적인 스토리들을 다룬 겨울밤까지 피 튀기는 20세기 초중반의 대한민국의 현실과 그에 이질적인 여러 이색적인 풍경이 섞인다는 분위기를 공유함

무진기행이 현실이 아닌 공간을 적극적으로 도입한 첫 소설이자, 결국 현실로의 회귀로 끝나는 한계를 가진다면, 이병주의 중단편들은 지속적으로 두 세계 사이의 긴장을 유지하면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먹어버리지 않게 균형을 잘 만들어낸 거 같음

하지만 역시나 환상은 환상이기에 결국 현실의 문제를 다루려면 현실로 들어가야 하고 그 결과가 관부연락선이라는 대작이 아닐까 생각함. 중단편들도 뒤로 갈수록 현실적 색채가 강해지는 편이기도 하고

어쨌든 꼭 읽어봤음 좋겠는 소설집. 바쁘다면 표제작과 겨울밤만 연달아 읽어도 좋지 않을까 함. 유폐된 황제라는 은유 너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