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행이라는 이 존경할 만한 기관은 고객의 명예를 아주 중요시 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영국은행에는 경비원이 없고 퇴역군인도 없고 출납창구 앞에 그물창살도 없다. 금화와 은화와 지폐가 아무렇게나 널려 있어서 말하자면 먼저 집어가는 사람이 임자라고 할 수 있었다. 고객의 정직성을 의심하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영국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어떤 사람은 다음 일화까지 전하고 있다. 어느 날 그는 영국은행에 들렀다가 출납계 책상 위에 무게가7~8파운드쯤 되어 보이는 금괴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욕망에 금괴를 집어들고 살펴 본 다음 옆에 있는 사람에게 건네주었다. 옆사람은 금괴를 또 다른 옆사람에게 건네주었고 그렇게 손에서 손으로 건너가 결국에는 어두운 복도 끝까지 이르렀다. 금괴가 원래 자리로 돌아 온 것은30분쯤 뒤였지만 그동안 출납계원은 고개도 들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내 구경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영국인이란 관광조차 하인을 통해서 대리 체험하는 족속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