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전에 내가 말한 그 공문에 대해 우리는 뜻은 고맙지만 토지 측량사가 필요 없다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그 회신이 원래의 부서, 그것을 A라고 합시다, 그 부서로 돌아가지 않고 착오가 있어 B라는 다른 부서로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A부서는 회신을 받지 못했고, B부서 역시 유감스럽게도 우리의 온전한 회신을 받은 것은 아니었던 거죠. 서류의 내용물이 이곳에 남은 것인지 아니면 가는 도중에 분실되었는지―부서에서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점은 내가 보증해요―하여튼 B부서에는 봉투만 달랑 전달되었고, 겉봉투에는 원래 속에 있어야 하지만 실제로는 동봉되지 않은 그 서류의 내용물이 토지 측량사 초빙에 관한 사안이라는 점만 기재되어 있었지요. 그사이에 A부서에서는 우리의 답신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 안건의 답신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메모까지 해두었던 거죠. 하지만 담당관은 우선은 우리가 답변을 할 것으로 확신하고, 그러한 답변을 받고 나서 토지 측량사를 고용하거나 아니면 필요에 따라 우리와 다시 연락을 취할 생각이었어요. 그런 일은 당연히 종종 일어날 수 있고 또 아무리 일처리를 꼼꼼하게 해도 발생할 수 밖에 없어요. 그러다가 담당관은 답신과 관련해 기록한 메모를 소홀이 여기고, 사안 전체를 까맣게 잊었어요. 그런데 B부서에서는 문제의 서류 봉투를 우리에게 반송하면서 당연히 내용물을 보충할 것을 요구했지요. 하지만 그때는 A부서에서 첫 공문을 보낸 지 몇 년은 아니더라도 벌써 몇달은 지난 시점이었어요. 으레 서류라는 것이 올바른 경로로 전달되면 대개가 늦어도 하루 뒤에는 해당 부서에 도착해 그날 처리가 되는 법이지만, 혹시라도 분실되는 경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게 되지요. 물론 이 조직의 우수성을 놓고 볼 때 분실되는 일은 엔간해서는 일어나지도 않지만요. 그래서 소르디니의 메모를 받았을 때 우리는 그 일에 대한 기억이 희미했어요. 당시 그 일에 관여한 사람은 미치와 나 둘뿐이었고, 학교 선생은 아직 보조 인력으로 배정되지 않았던 때거든요. 그리고 서류의 사본은 아주 중요한 사안에 한해서만 보관해두고요. 요점을 말하자면, 우리가 아주 애매하게나마 할 수 있는 대답은 그런 초빙에 대해 아는 바가 없고 또 토지 측량사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말입니다." 촌장은 이야기에 열중하다가 너무 정도가 지나쳤다는 듯, 아니면 적어도 너무 지나쳤을 수도 있다고 여겼는지 잠시 말을 중단했다. "이런 이야기가 지루한 것은 아닌가요?"
  "아닙니다." K가 말했다. "재미있군요."
  이에 촌장이 말했다. "재미있으라고 들려주는 얘기는 아니오."
  "내가 재미있다고 한 것은 다만." K가 말했다.

 

  "작은 혼란이 때에 따라서는 한사람의 실존을 결정한다는 점을 통찰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