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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더 나아가 문학을 왜 읽는가? 라는 질문에 저는 항상 이렇게 답합니다.
"오락하는데 이유가 어딨어 걍 하는거지 씻팔"
이런 극단적인 오락 추구 성향으로 인해, 저의 문학 선정 기준은 첫째도 서사 둘째도 서사입니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저는 오락의 핵심이 "이야기"이고,
책, 만화, 혹은 게임등의 매체는 그냥 이야기를 최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이야기를 넘어서 그 작품만이 가진 뭔가가 있다면 그것이 바로 마스터피스 인 것 이고요.
근데, 이번에 한강 작가의 <희랍어 시간>을 읽으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드네요.
앞선 오락에 대한 제 관점을 다시 선물 상자로 비유 해보면
이야기가 상자안의 내용물, 매체는 그 상자 자체라면,
전달 매체로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는 상자를 씌운 포장지라고 비유를 할 수 가 있을 것 같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안의 내용물이 별거 없다고 한들, 그걸 에르메스 가방에 넣어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좋은 선물이라고 여기듯,
문학또한 이야기 말고 결국 극한의 포장으로도 가치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저는 이 책을 읽고 그것을 느꼈습니다.
이야기의 서사는 사실 이걸 쓰는 지금은 별로 기억이 안나는데
이야기의 포장, 다시 말해 표현을 보면서 느낀 감탄은 아직까지 마음에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특히나 남자 주인공이 헤어진 옛 연인과, 동생, 그리고 세상을 떠난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는 장들은 그냥 그 부분만으로도 몇번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내용은 별 게 없던 것 같은데, 감성과 표현이 돌아버렸더라구요.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저는, 이전에 슈카와 미나토 작가의 <꽃밥>을 읽을 때도 그랬는데,
남성 인물이 1인칭 시점으로 여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글에 좀 약합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 여동생에게 보내는 편지가 저한테는 홈런이었어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문장에 감동을 잘 안 받는 편이고,
그래서 필사를 해도 문장 단위, 길어야 문단 단위로 합니다.
근데 해당 부분은 절 (section)단위로 필사를 해야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책을 구매할 수 밖에 없었읍니다....
수많은 겉절이의 향연과, 기성 작가들마저 그런 겉절이 시류에 타는 국문학의 요즈음을 보며
매년 국문학에 대한 기대감이 팍팍 사그러드는 시점이었는데,
아직 좀 더 찍어먹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작가가 쓴 표현 자체가 이렇게 다이렉트로 꽂힐때 느낄 수 있는 감동
이게 또 한국 사람으로써 국문학을 읽는 재미가 아니겠습니까.
왜 한강작가가 국문학 현폼 원탑 GOAT로 평가를 받는지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책입니다.
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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