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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 <지옥변>을 읽었음.

보고 든 생각은 미시마의 <오후의 예항>과 비슷한 부류의 소설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오후의 예항>이 그로테스크한 소재와 서사를 이용해서, 현실과 동떨어져있는 고유의 문학적 세계를 만들고 있고, 주제도 사회적으로 비정상으로 생각될 수 있는 관념을 가지고 있음. 그래서 나는 내가 읽어본 소설 중 <오후의 예항>이 가장 그로테스크한 소설이라고 얘기한 적 있음.  소재 자체는 <만엔 원년의 풋볼>에서 친구가 머리와 얼굴에 붉은색 페인트를 칠한 기괴한 분장을 하고 똥구녕에 오이를 박아넣고 목을 매어 자살하거나  <코스모스>에서 목을 매단 참새가 나오고 아무 의미없이 베르그 베르그 ㅇㅈㄹ하는게 그로테스크하지만, 그 주제와 메세지는 따듯한 인간의 위로/구원 or 다른 철학적 사상과 연관이 깊기 때문에 주제 의식이 그로테스크하다고 보기는 어렵지. <지옥변>은 굳이 따지면, <오후의 예항>처럼 기괴한 소재를 이용해서 기괴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함.


<지옥변>같은 소설은 화자의 가치판단이나 특정한 시각과 통찰이 많이 들어가 있다기 보단, 그저 한 세계를 문학적으로 묘사하면서 그려내고 있는 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음. 류노스케 단편 중에서 구분해보면, 전자로는 <코>, <마죽>,<라쇼몽>같은 작품이 인간의 모순과 본성에 대한 통찰을 많이 담고 있고, 후자로는 <엄마>, <덤불 속>, <지옥변>같은 소설이 있다고 생각함. 세계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집중하는 작품들을 읽으면 현실적인 교훈/깨달음/공감/자기대입 등은 얻기 어렵고, 예술적이고 탐미주의적인 느낌이 많이 듦. 대표적으로 <설국>, <금각사>, <치인의 사랑>...


너진똑은 <지옥변>이 과대평가되었다고 말하면서, 기존 관습과 질서를 부수고 혁신을 추구하는 철학의 망치를 과도하게 사용했다고 비판했고, <지옥변>처럼 윤리의식이나 상식을 다 때려뿌시고 '인간 알빠노? 아무튼 예술이 최고야!"라는 게 올바른게 아니라고 영상에서 말하고 있음.


내 기준으로 맞는 말이 하나도 없는 말인데, 첫번째로 <지옥변>은 기존 것을 부시는 철학의 망치를 쓴 적이 없음. 아쿠타가와는 '그저' 머릿 속 세계를 글로 풀어내서 쓴거고, '그저' 기존 상식과 윤리에 어긋나는 소재를 다룬 것 뿐임. 금기를 다루거나 잔혹하거나 비상식적인 소재를 다루면 더 충격적이고 어두운 분위기와 인상을 줄 수 있고 의도했겠지만, 아쿠타가와가 '윤리의식과 기존 질서를 부시기 위한 목적'으로 <지옥변>을 썼다고 보긴 어려움. <오후의 예항>에서 아들이 엄마 정사를 엿보고, 새끼 고양이 때려죽인다음 해부하고, 남자는 죽음같은 넓은 바다에 끌리고, 새 아빠 죽이고 해부하는 사건들을 통해서 '초월적이고 절대적이고 관념적인 사랑'의 이미지를 그려냈음. <지옥변>도 '예술가의 혼과 광기'를 표현하기 위해 딸이 죽는데도 넋이 나가서 그림을 빠지는 장면을 연출한거라고 보는게 맞지... 또한 작품이 '예술이 최고!' 라고 말하지도 않았고, 탐미주의적인 작품들이 그렇듯이 작가의 견해나 시선이 부각되지 않음. 다시 말하지만, 그저 보여주는 데 집중하는 작품들을 평가하는데, 거따가 교훈이나 견해같은 의미를 따로 부여해서 까는건 억지이자 허수아비를 때리는거지.


또한 작품의 평가기준은 작품 내부에 있임. 모든 작품이 그러한데, 어떤 메세지를 다루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그 메세지를 어떻게 글로 쓰는지, 그 방식과 과정이 중요한거임. "메세지를 원한다면 우체국의 가서 전보를 쳐라" 프랑스 감독이 한 말임. 단지 어떤 메세지를 다루었기 때문에 작품성이 낮다고 하는건 본질적인 비판이 아님. 보르헤스의 <피에르 메나르, 돈키호테의 저자>를 읽고, 저작권 문제를 운운하면 얼마나 비상식적인 소리야... <백년의 고독>을 읽고 근친상간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다루는 건 문학적으로 의미있는 본질적인 행동이지만, <백년의 고독>을 읽고 작가가 성매_매 알선을 옹호한다고 주장하는 건 이상한 말이지... 사회적으로 근친상간과 성매_매간의 우위를 따지는 건 알빠노고, 작품이 그걸 어떻게 다루느냐가 중요한거지.

저 영상에서 너진똑은 작품을 작품 자체로 보기보단, 메세지에 대해서만 비판했고, 주제 의식도 핀트를 잘못 짚었다,,,고 생각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