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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공허와 좌절, 스스로에 대한 모멸감과 혐오감, 질투와 시기, 죄책감과 후회, 그리움 연민 동정, 원망, 원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부정적 감정이 내면에 깊이깊이 똬리를 틀고 앉아 도저히 맨 정신으로 살아갈 수 없는 무기력과 막막함에 시달릴 때, 마침내 그런 류의 인간은 자신을 포함시킨 세계를 무너뜨리기로 한다.
그들에 의해 같은 똬리를 가지고 있는 인간들은 선동되고, 똬리가 없는 인간들은 선동된 척하며 전체로부터 이질감을 가린다.
이런식으로 세상은 어두운 자들의 선동에 오염되어 간다.
선동은 절망한 자들의 마지막 파멸의 수단.
* 나와 늙은 여인은 조문객을 거절하고, 그만의 특성을 지닌 방대한 숫자의 세포가 은밀하고도 신속하게 파괴되고 있는 죽은 이 옆에서 밤을 지새웠다. 흐늘거리며 녹아서 정체를 알 수 없게 변한 새콤달콤한 장밋빛 세포를 메마른 피부가 댐처럼 가로막고 있었다. 붉은 머리칼을 늘어뜨린 친구의 육체는 애처롭게도, 좁은 지하 수로를 빠져나오듯 열심히 살아왔지만 미처 출구에 도달하기 전에 갑자기 끝나버린 27년 생애의 그 어느 때보다 긴박하고도 위험한 존재감을 드러내며 군대식 간이침대 위에서 오만한 부패를 이어갔다. 피부의 댐은 파괴를 종용받고 있었다. 발효된 세포군은 육체가 맞이한 구체적인 죽음을 술처럼 빚어냈다. 살아남은 자들은 그 술을 마시지 않으면 안 된다. 친구의 육체가 백합처럼 향기로운 부패균과 어우러져 생성해내는 농밀한 시간은 나를 매혹시켰다. 나는 친구의 죽은 육체가 존재의 전 기간에 걸쳐 단 한 번 뿐인 비행을 행하는 풍요로운 시간을 지켜보는 동안, 어린아이의 정수리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또 다른 시간의 덧없음을 깨달았다. (p.14)
*"누구나 다 죽는 법이라네. 그리고 100년만 지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이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캐내려고 하지 않아. 그러니 자기 마음에 드는 방법으로 죽는 게 제일이지." (p.16)
*"청년단 사람들은 정말로 흉포했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그 흉포함이 평범한 농민인 참가자들에게 어떤 확실한 안도감을 주고 있었어. 눈앞에 있는 적에게 상처를 입히거나 죽여야만 할 때는, 자기 손을 더럽히지 않고 청년단원들의 흉포함에 기댈 수 있었으니까. 일반 농민들은 나중에 방화나 살인의 죄과로 추궁당할 염려 없이 봉기에 참가할 수 있었다는 거지. 어쩔 수 없이 자기 손을 더럽혀 살인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폭동에 가담하는 모든 주민의 불안한 두려움이 이 봉기의 경우 미리 제거되어 있었지. 쇼야의 머리를 한 대 때리는 정도의 일은 빼놓고, 직접적으로 폭력적인 더러운 행동은 모두 청년단이 담당한 거야." (p.305)
*염불춤 음악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어 내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고 고통스러운 기분에 빠뜨리며 기력을 약화시켰다. 내 귀는 골짜기 마을의 이변을 항상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귀의 안쪽 깊숙이 봉기가 존재한다. 염불춤 음악이 내게 불러일으키는 증오는 상한 간처럼 회복이 불가능하도록 오염되어 있다. 호기심의 독이 오염의 근원이다. 그러나 나는 다카시 패거리가 주최하고 있는 이상 사태에 직접 관련되지 않은 일상적인 이유를 찾아낼 때까지 곳간채를 나서는 일을 스스로에게 금지시켰다. (p.377)
그 선동의 따듯함도 있다는걸 보여주는 게 진짜 주제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