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작은 출판사를 하셨습니다. 집에는 책이 참 많았습니다. 벽면에 책장이 가득 들어서 벽지 문양을 이사 갈 때 되어서야 알게 될 정도였습니다. 책이 많은 시골집에 살았으니 늘 책을 읽으며 살아왔었습니다. 적어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는 그랬습니다.

아버지는 중학교 1학년 6월에 돌아가셨습니다. 그 뒤로는 계속 방황했습니다. 책은 고사하고 교과서도 들춰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살다가 일 년 전쯤 정신을 차리고 다시 책이라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읽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중학교 1학년에서 성장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책을 읽어도 내용을 기억할 뿐입니다. 책을 보면서 느끼는 것은 있으나 두루뭉술하고 또 안개 속에 있는 듯 뿌옇습니다. 작가가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이건 어떤 상징이고 또 저건 초반에도 나왔던 묘사고, 이런 게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습니다. 책은 대체 어떻게 읽어야 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