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샤워를 마친 둘은 몸의 물기를 닦지도 않고 욕실을 나온다. 침대에 누웠을 때 문영미의 몸은 이미 뜨거워져 있었다. 상기된 얼굴에 숨소리도 가쁘다. 둘의 여덟개 사지는 어지럽게 뒤엉켜 있었는데 서로 어긋나서 뼈가 부딪쳤다가 허방을 잡기도 한다. 아무리 조철봉이 선수라도 그렇다. 호흡이 맞지 않으면 어쩔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곧 질서가 잡혔다. 조철봉이 몸 위로 올라가 자세를 갖췄기 때문이다. 문영미는 조철봉이 곧 시작할 줄로 알고 다리를 벌렸지만 눈동자의 초점은 멀어져 있다. 조철봉은 문영미의 숨소리에 벌써 앓는 소리가 섞여져 나오는 것을 보고는 숨을 죽였다. 아주 드문 경우인 것이다. 아직 제대로 애무도 하지 않았는데도 이런다. 그래서 조철봉은 방법을 바꾸기로 마음을 먹었다. 곧장 주(主)전당으로 뛰어드는 것이다. 전초전 따위는 생략한다. 자세를 취한 조철봉이 철봉을 샘 끝에 붙였을 때 문영미의 몸이 흠칫했다. 그러더니 허리를 비틀면서 철봉을 받아들이려는 시늉을 한다. 조철봉은 골짜기의 산책도 생략하고 철봉을 샘 안으로 천천히 진입시켰다. 샘은 뜨겁고 용암이 넘쳐흘렀으며 탄력이 강했다.

“아아아.”

머리를 뒤로 젖힌 문영미가 비명 같은 탄성을 뱉는다. 그러고는 이를 악물더니 두 손으로 조철봉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너무 좋아.”

문영미가 기를 쓰듯 말했는데 허리를 치켜드는 바람에 철봉이 와락 끝까지 진입했다. 입을 딱 벌린 문영미가 이제는 말 대신 신음을 뱉는다. 조철봉은 어금니를 물었다. 이미 문영미의 몸은 절정의 쾌락을 겪어 보았다. 그래서 진퇴의 요령도 아는 것이다. 본능이다.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조철봉은 온몸의 에너지가 샘물이 솟듯이 모여지는 것을 느낀다. 자극을 그대로 느끼지 않으려고 하지만 문영미의 신음과 몸에 스며드는 쾌감은 이를 악물어야 분산시킬 수가 있다. 언제나 억제를 풀고 마음껏 분출하고 싶은 충동을 느끼지만 그런다면 짐승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인류만이 상대방의 쾌락을 배려해주는 섹스를 하는 것이다.

조철봉은 이제 평양으로 돌아간 위원장을 생각한다. 대한자동차 고문역을 맡게 된 영예를 떠올리기도 한다. 앞으로 떨어질 떡고물도 계산해 보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조철봉의 철봉은 다양한 각도로 샘을 공략하고 있다. 각도와 속도, 강약 조절은 거의 본능적이어서 뇌가 따로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 매 순간을 느꼈다가는 터져 버린다. 그렇게 터졌을 때의 낭패감은 차라리 안 한 것보다도 더 못한 것이다. 잊고, 잊고, 또 잊어서 여자가 몇 번이나 까무러쳤다가 깨어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면 그 억제한 고통 이상으로 성취감,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문영미는 터지고, 터지고, 또 터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잃고 쾌락을 느끼기만 했다. 온몸이 불에 타버리는 것 같기도 했으며 포탄이 되어 하늘로 쏘아 올려지는 느낌도 들었다가 잠깐 동안 의식을 잃기도 했다. 그러나 아래쪽은 언제나 뜨거운 불기둥을 느끼고 있다. 이윽고 문영미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몸의 땀을 조철봉이 마른 수건으로 닦아주고 있을 때였다. 놀란 문영미가 일어나려고 했다가 신음을 뱉고는 머리를 떨어뜨린다. 머리만 겨우 들었다가 내려놓은 셈이다. 나머지 몸은 까닥할 힘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쾌했다. 온몸의 나쁜 요소가 다 빠져나가 가벼워진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